2012년 2월 23일 목요일

[사설]한·미 FTA, 되돌릴 수 없는 협정 아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2-22일자 사설 '[사설]한·미 FTA, 되돌릴 수 없는 협정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일을 오는 3월15일로 합의한 외교 공한을 교환했다. 이로써 협상이 시작된 2006년 6월 이후 5년 가까이 끊임없는 의혹과 논란에 휩싸인 채 국론을 분열시켰던 한·미 FTA는 국내법에 따른 공포 절차만을 남겨두게 됐다. 

우리는 협상 개시 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한·미 FTA를 반대해왔다. 그것은 한·미 FTA가 단순한 교역확대 조약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 관행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미국화’를 초래할 유례없는 조약이란 사실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그 병폐와 한계를 드러낸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이식을 가속화하는 틀로 인식해왔다. 그만큼 한·미 FTA의 본질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사법주권 침해·공공정책 결정권 훼손·개방후퇴 불가 등의 폐해를 낳게 될 독소조항들은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채 협정 발효에 이르게 됐다.

이제 한·미 FTA가 발효되면 대기업이나 자동차·정보기술(IT) 업종을 비롯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일부 계층과 산업에는 이익의 기회가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역 증가가 가져올 경제적 득실의 중요성은 부차적이다. 영세 중소기업·자영업·농어업 등 경쟁력이 뒤지는 분야와 취약계층에게는 몰락을 재촉하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이것은 결코 ‘피해대책’이란 이름의 금전적 보상으로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방 파고에 맞춰 경쟁력을 높이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정부의 생각이 얼마나 단순하고 무책임하며 허황된 것이었는지 그 허상이 드러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업종간·계층간 양극화의 가속화도 불보듯하다.

현재 야권과 시민단체에서는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민의를 모아 한·미 FTA를 밀어붙인 현 정권을 심판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FTA의 재협상과 폐기를 관철하자는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눈앞의 표만을 의식한 정치적 계산이 아니길 바란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침투 사례처럼 사태를 방관하다가 뒤늦게 나서서 영세상인 보호를 외치는 꼴이 돼서도 안된다. 만고불변의 조약이란 없다. 다시 협상하고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 기대와 각오가 필요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지난해 한·미 FTA를 ‘이혼도 못하는 결혼’에 비유한 바 있다. 그러나 한·미 FTA가 되돌릴 수 없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현실화하는 재앙을 회피하는 노력과 결단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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