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2일 수요일

[사설]박정희 계승한다며 정수장학회는 모르쇠인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2-02-21일자 사설 '[사설]박정희 계승한다며 정수장학회는 모르쇠인가'를 퍼왔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이 어제 서울 상암동에 문을 열었다.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33년 만이고, 사업을 시작한 지 13년 만이다. 그 시절 최대 피해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첫 삽을 떴고, 추종자를 자임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마무리한 이 기념관이 주는 역사화해의 메시지는 지대하다. 큰딸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개관식에서 “국민통합이라는 소중한 정신이 담겨 있고, 그것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며 감읍할 만하다. 그는 아버지의 후광을 업은 채 정치에 입문했고, 올 총선과 대선의 화두로 던진 양극화 해소와 복지 확대조차 아버지 꿈의 구현이라고 주장해왔다. 기념관 개관을 계기로 그의 ‘박정희 계승론’이 탄력을 받을 듯하다.

문제는 박 위원장의 박정희 계승론이 진정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전 대통령의 ‘공’은 과도할 정도로 평가하면서도 ‘과’에 대한 사과는 빠진 탓이다. 박 위원장이 정치적 고비에 들어설 때마다 맞닥트리는 정수장학회가 대표적 예다. 정수장학회는 국정원 과거사조사위가 2005년 ‘강압에 의한 헌납’이라고 결론을 내린 대로 박정희 정권의 중대 과오 중 하나다. 박 위원장은 2005년까지 무려 10년간 이사장으로 재임했고, 지금의 이사진 5명도 전원이 그의 영향권에 들어 있는 측근들이다. 이 중에서도 2005년 이후 이사장 재직이 벌써 7년에 이르는 최필립씨는 아직도 박 전 대통령을 ‘임금님’, 박 위원장을 ‘큰 영애’로 부르는 것으로 밝혀져 주위를 경악하게 한 인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위원장은 “2005년 이사장을 그만둬서 나와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가 그제 작심한 듯 강조한 과거와의 단절론도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며 사실상 이명박 정부와의 단절론을 폈지만 이 정부 실정의 공동 책임자라는 야당의 공세가 설득력을 갖는다. 물론 현 정권의 부패·무능을 극복해나가겠다는 다짐을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부채는 털고, 자산만 탐하는 듯한 박정희 계승론에서 보듯 과거 단절론 역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식의 정치적 셈법으로 읽혀지는 건 당연지사다.

‘박정희’를 계승한다면서도 정수장학회 건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는 건 자가당착이다. 정수장학회 문제의 해결 없는 박정희 계승론과 과거 단절론은 그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작 민주통합당의 잠재적 대선주자이자 총선에서 부산 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부상은 부산일보 등이 연루된 정수장학회 문제가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판을 뜨겁게 달굴 핫 이슈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장물을 남에게 맡겨 놓으면 장물이 아닌가’라는 문 이사장의 말을 허투루 들을 때가 아니다. 박 위원장이 버티면 버틸수록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라는 합리적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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