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6일 일요일

세븐일레븐의 치졸하고 낯뜨거운 부당거래


이글은 한겨레21 2012-02-27일자 기사 '세븐일레븐의 치졸하고 낯뜨거운 부당거래 '를 퍼왔습니다.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 운영하는 롯데그룹, 가맹점에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수수료 똑같이 적용해 4년간 50억원 부당이익 추정

롯데그룹의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에서 번 돈은 매일 본사로 들어간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매출은 바로, 현금은 이튿날 아침 가맹점주가 은행을 찾아가 입금한다. 계산을 잘못해 입금액을 적게 보내면 이자가 붙는다. 서울 성북구의 한 가맹점주는 실수로 3만원을 적게 보냈다가 나흘 뒤 입금하려 했더니 이자까지 합쳐 4만원을 보내야 했다. 들어간 돈은 물품 비용과 본사 수익을 제한 뒤 매월 15일 가맹점주에게 돌아온다.
이렇게 돈의 흐름이 분명한 편의점에서 롯데그룹의 코리아세븐이 수년간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수수료율이 다른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수수료를 똑같이 적용해 매출에서 제한 것이다.
가맹점주 항의하자 20만~30만원씩 돌려줘
신용카드는 회원이 일정 금액을 결제하면 카드회사가 미리 가맹점에 돈을 지급하고 결제일에 회원에게서 돈을 받는다. 이 때문에 카드사가 가맹점에 돈을 줄 때는 앞당겨 지급해준 대가와 떼먹힐 위험까지 포함된 수수료를 받는다. 체크카드는 결제가 이뤄질 때마다 카드사가 회원 통장에서 돈을 찾아 가맹점에 지불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더 낮다. 이런 이유로 2007년부터 모든 카드사들은 체크카드 수수료를 신용카드보다 적게 받는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월 기준으로 편의점 신용카드 수수료는 2.0~2.7%인 반면에 체크카드는 1.5~1.7% 정도다. 즉 회원이 1만원을 결제할 경우 카드사가 신용카드는 수수료 200~270원을, 체크카드는 150~170원을 떼가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롯데카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코리아세븐은 가맹점주들이 부담하는 수수료를 구분하지 않았다. 신용카드 매출이건 체크카드 매출이건 똑같이 적용했다. 예를 들어 한 편의점의 한 달 카드 매출액이 2천만원이라면, 카드 수수료 명목으로 40만~54만원을 일괄적으로 떼갔다. 만약 그 중 1천만원이 체크카드 매출이라면, 수수료는 35만~44만원을 떼가야 한다. 코리아세븐이 가맹점마다 적게는 5만원, 많게는 19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셈이다.
이에 대해 코리아세븐 쪽은 “세븐일레븐 설립 이후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수수료를 동일하게 적용했다”며 “체크카드 사용이 워낙 적어 수수료를 구분해서 적용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카드사에 지급할 때는 수수료를 구분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수수료가 차이 나는 것은 상식”이라며 “코리아세븐으로부터 받은 수수료도 달리 적용돼 받아왔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말에야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가맹점주가 문제를 제기했다. 그제야 코리아세븐은 문제를 인정하고 3개월 뒤 부당이익을 돌려줬다. 이 사실이 포털 사이트 다음카페를 통해 알려지자 일부 가맹점주들도 항의해 돈을 돌려받았다. 환급금은 가맹점당 20만~30만원에 달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 가맹점주는 “다른 점주가 돌려받은 사실을 알고 문제제기를 했더니 그제야 본사 쪽에서 잘못을 인정했다”며 “본사 직원이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환불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입단속을 했다”고 말했다.
코리아세븐은 1989년 서울 잠실 올림픽선수촌에 세븐일레븐 1호점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국내 편의점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2000년 코오롱 편의점 로손을 인수하고, 2010년 4월 바이더웨이까지 인수했다. 다른 기업을 인수하고 가맹점을 늘려 지난 1월 기준으로 5500여 개의 점포를 거느리고 있다. 이 중 77곳(2011년 3분기 기준)을 제외하면 모두 가맹점 형태다. 즉, 5400곳 이상이 피해를 입은 셈이다.


» 편의점 삼각김밥/2012.1.26/한겨레21박승화

» 연매출 2조원이 넘는 롯데그룹의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 코리아세븐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똑같이 적용해 수년간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21> 박승화

환급금 정산 내역 공개 거절해
코리아세븐은 부당이익을 챙긴 사실을 한동안 숨겼다. 그리고 지난해 12월28일 점주들만 볼 수 있는 게시판을 통해 슬그머니 공지사항을 올렸다. “카드 수수료 공제 방식 변경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공지하오니 점 운영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로 시작하는 게시물이었다. 그동안 신용카드·체크카드 수수료율을 일괄 적용하던 것을 이후에는 구분해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용카드사와 수수료 협의 중 상기 표와 같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일괄 적용된 것이 발견되어 실제 체크카드 수수료율로 계산된 차액을 카드사로부터 제공받아 2012년 1월 정산시(2월15일 지급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게시물 내용도 거짓이었다. 코리아세븐이 부당이익을 환불하면 해결되는 문제일 뿐, 카드사에서 돌려받을 돈은 없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율을 달리 적용해 돌려줄 이유도 없고, (코리아세븐 쪽에서) 그런 요구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15일 가맹점주들은 수년 동안 떼인 돈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어떤 영문인지 모르는 점주들도 상당했다. 대구의 한 가맹점주는 “‘판매지원금’이란 명목으로 입금돼 이 돈이 신상품을 많이 발주해 나온 지원금으로 착각했다”며 “나중에 확인해보니 ‘카드 수수료 소급 지급액’이었는데 지난해 받은 점주들에 비해 체크카드 사용이 잦은 학교나 병원에서 운영한 점주들이 7만여원밖에 못 받아 정확하게 되돌려주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폐업 점주들은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다. 코리아세븐 쪽은 지난해 12월에 올린 같은 게시물에서 “폐업 및 폐점 점포에 대해서는 점포별로 개별 정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통보받은 폐업 점주는 거의 없다. 서울 마포구에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다 지난해 폐업한 김아무개씨는 “매출이 해마다 줄어 결국 폐업했는데, 본사로부터 환급금이 있다는 연락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리아세븐 쪽은 “5천 개가 넘는 점포 환급금과 이자까지 계산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며 “폐업 점주들도 정산하느라 시간이 걸릴 뿐 모두 돌려줄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코리아세븐 쪽이 그동안 챙긴 돈은 얼마나 될까? 코리아세븐은 2007년 이후 발생한 부당이익을 돌려주고 있다. 또 1년가량 점포를 운영한 가맹점주의 환급금이 약 25만원이다. 점포 수 5천 개를 기준으로 4년치를 추정하면 5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코리아세븐 쪽은 정확한 금액의 공개를 거절했다. 이에 대해 한 가맹점주는 “본사는 가맹점주의 작은 실수에도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10원짜리 하나까지 싹싹 긁어가면서 정작 자기네가 돌려줄 돈은 불투명한 태도를 취한다”며 “항의를 하고 싶어도 본사로부터 피해를 입을까봐 속으로만 앓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불이익 받을까 속앓이만 하는 점주들
일부 점주들은 항의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한 가맹점주는 “해마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본사는 가맹점을 늘려 배를 불리고 있다”며 “일부 점주들이 이런 운영 행태에 항의하려고 3월8일 열리는 세븐일레븐 신상품 전시회에서 시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코리아세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주요 주주로 신동빈 회장(8.77%)을 비롯해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3.75%), 누나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2.25%), 동생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1.28%) 등이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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