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9일 수요일

"장애인 등급 나누는 나라는 한국·일본 밖에 없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29일자 기사 '"장애인 등급 나누는 나라는 한국·일본 밖에 없다"'를 퍼왔습니다.
99%장애민중선거연대-통합진보당, "선거 때만 나오는 장애인 정책, 립서비스로 끝나선 안 돼"

‘도가니’ 같은 충격적 여파가 수면 위로 불거져 나와야만 반응을 보이는 무감각한 사회, 그리고 그보다 더 무감각한 국회의 모습이 바뀔 수 있을까. ‘99%장애민중선거연대’와 통합진보당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비롯한 99%장애민중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공동정책협약을 체결했다. 

통합진보당은 협약사항을 19대 총선 공약과 당의 주요 정책과제로 채택하고 이것이 이행될 수 있도록 양측 간에 상호 협력과 공동투쟁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이들은 29일 국회에서 오영철 99%장애민중선거연대 집행위원장의 진행 하에 19대 총선 정책협약식을 갖고 이 같은 사실을 공표했다. 

19대 국회에서 추진할 장애인 기본권 정책협약서에는 차별의 상징인 장애등급제 폐지, 탈시설화 선언 및 자립생활 지원정책 강화, 장애인연금법과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 등 장애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제도를 마련 등이 적시됐다. 또 장애유형별 지원체계 구축, 부양의무제 폐지 및 상대적 빈곤선 도입,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협약했다. 


▲ 지난해 영화 '도가니'의 사회적 파장으로 5년 넘도록 방치돼온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비로소 통과됐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조준호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장애인구가 250만을 넘어섰다. 이는 전체 인구의 약 5프로 정도”라며 “장애인의 90프로는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된다. 장애인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나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비장애인의 경우 흔히 장애인 기본권이 자신의 일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기며, 이런 무관심한 여론이 국회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박경석 99%장애민중선거연대 공동대표는 “장애인의 문제는 한마디로 얘기하면 ‘도가니’였다”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원했지만 시설 속에 가둬두고 시설 속에서 인권을 유린당해도 철저하게 가려지고 방치돼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장애인의 권리가 다음 국회에서는 어떤 세력을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립서비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장애인의 권리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대표는 정치인들이 선거철에는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한 수많은 정치 공약을 남발하지만 막상 국회에 들어오면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던 사실을 지적했다. 정치인들이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갈 때’처럼 마음이 바뀐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국회에게 장애인 예우는 ‘변소’였다”며 “19대 국회에서는 장애인들의 권리가 변소가 되지 않고 실현되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통합진보당 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 세력들도 장애인의 기본권 보장에 대해 진지하게 답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 기본권 보장과 관련해 개정돼야 할 여러 제도 중 주요하게 꼽히는 것이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 탈시설화’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남병준 실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장애등급제는 전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장애판정 시스템”이라며 “의료적 기준으로 장애인의 등급을 나눠 실제로 직업이 없고 활동보조가 필요한 수많은 장애인들을 1·2등급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시킨다”고 설명했다. 남 실장은 “장애등급제는 지금까지 장애의 사회적 관계를 무시하고 의료적인 문제로만 인식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장애인에 대해 ‘시설 보호’라는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우리 사회의 대응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장애인을 단지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이 장애인을 시설에 고립시키고 사회와 격리시켜 인간으로서 평범하게 누릴 수 있는 생활의 권리를 박탈했다는 주장이다. 남 실장은 “학교도 (장애학생 대상의)특수학교로 분리하지 않고 일반학교로 통합하는 것처럼 장애인들이 지역 사회에서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장애복지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장애인 기본권 관련제도 개정은 오랜 세월 방치되다가 극단적 문제 사례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켜야만 간신히 개정되는 현실이다. 장애인단체, 사회복지사단체 등이 5년 넘도록 줄기차게 요구했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도 작년 ‘도가니’ 파장을 계기로 비로소 지난 12월 29일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공약을 실행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만큼 정치인들의 의지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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