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11-08일자 사설 '[사설]FTA 유언비어 구속수사, 검찰 제정신인가'를 퍼왔습니다.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절 ‘막걸리 반공법(보안법)’이란 게 있었다. 일반 시민들이 술김에 현실을 개탄하는 것조차도 “북괴를 찬양한다” 운운하며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한 데서 유래한 것이었다. 이러한 법 아닌 법은 대중의 언로(言路)를 정권의 물리력으로 철저하게 틀어막았던 독재정치의 상징이기도 했다.
지금 새삼스레 ‘막걸리 반공법’을 언급하는 까닭은 검찰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판하는 담론은 모조리 ‘괴담’이나 ‘유언비어’로 규정하면서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유포하면 구속수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검찰의 이 같은 시대착오적 조처는 이명박 정권이 국민을 설득할 자신이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는 방증일 뿐이다. 이미 박물관 속으로 들어간 줄 알았던 ‘막걸리 반공법’이 ‘최신 버전’으로 모습을 바꿔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 정권’에서 실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참담하기만 하다. 40여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막걸리 보안법’ 수준의 녹슨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검찰이 과연 제정신을 가진 집단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만큼은 검찰의 행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던지 여당 의원들까지 매섭게 질타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원내지도부가 어제 원내대책회의를 가진 뒤 “FTA 유언비어 구속수사는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저해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하면서 임정혁 대검 공안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황영철 원내대변인은 이례적으로 ‘정치검찰’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면서 검찰을 비난했다. “검찰이 자신이 정치검찰이 아니란 것을 정치적이지 못한 행동을 보여주면서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다”는 언급이 바로 그것이다. 황 대변인이 에둘러서 표현했지만 “진정 정치적 정무적 판단이 필요할 때는 그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집권여당에 정치적 부담을 주는 정치집단”쯤으로 검찰을 규정한 셈이다. 정태근·김성식 의원 등도 “정치를 전혀 모르는 정치검찰”이라며 한목소리로 검찰을 비난했다.
검찰은 ‘유언비어 구속수사’를 거둬들여야 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허위사실 유포사범 처벌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난 사안”이라며 검찰 조처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헌재 결정까지 갈 것도 없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시민의 기본권조차도 ‘체포·구속’ 운운하며 감옥에 가두려는 것은 민주공화국을 부정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진짜 유언비어’가 있긴 하다. 정부에 대한 비판을 무조건 ‘괴담’으로 매도하면서 강경 공안몰이를 부추기는 수구세력의 선전 선동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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