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조선일보의 판사 페이스북 털기, 뼛속까지 무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1-25일자 기사 '조선일보의 판사 페이스북 털기, 뼛속까지 무지?'를 퍼왔습니다.
우리법연구회 매도 논란, “'좋아요' 13명인데… 페이스북 써보기나 했나"

조선일보가 또 다시 법원 내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때리기에 시동을 걸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가 불충분한 근거로 사건을 확대해석 하면서 우리법연구회를 매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25일자 1면 기사 (“FTA추진 대통령, 뼛속까지 親美” 현직 부장판사 페이스북 글 논란)에서 “현직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정치 성향이 짙은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의 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 조선일보 25일자 1면 기사

조선일보에 따르면 어느 지방법원의 부장판사인 A(45‧사법연수원 22기)씨는 지난 22일 국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강행처리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은 인터넷을 통해 ‘친구’ 관계를 맺은 뒤 서로의 관심사와 정보를 주고받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중하나로, 상대방의 글에 대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 수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도 “제대로 된 판사라면 그런 경솔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판사가 개인 의견을 밖으로 표현하면 특정 사안에 편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재판에서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25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이어 “이 부장판사가 앞으로 FTA 반대 불법 시위를 하다 기소된 시위대나 FTA와 관련한 행정소송에 휘말린 정부 관계자들을 소송 당사자나 증인으로 불러 재판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이 판사가 아무리 공정하게 재판한다고 국민들이 공정한 재판이라고 믿어주겠는가”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법관이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힌 단순한 사건을 조선일보가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디케의 눈), (확신의 함정)등의 저자로 유명한 금태섭 변호사는 2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조선일보가 제대로 비판했는가하는 의심이 든다”며 “기본적으로 SNS라는 소통수단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금태섭 변호사는 “법관이 언론에 그런 이야기를 할 때는 고민해야겠지만 페이스북은 공적인 공간도, 사적인 공간도 아니다”며 “누구나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곳인데 조선일보는 판사라는 직업 자체에 무게를 실어 여론에 영향을 줄 것이라 지레 경계했다”고 비판했다.
금 변호사는 또 “이 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13명이면 그냥 스쳐지나가는 글”이라며 “페이스북에 있는 부장판사의 프로필을 보면 사람들은 그가 판사인지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금 변호사는 이번 보도가 다분히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것이냐는 의구심도 내비쳤다. 금 변호사는 조선일보가 우리법연구회에 대해 “판사를 독립된 법관으로 보지 않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음모를 띄고 법원을 왼쪽으로 모는 집단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 변호사는 “차라리 법원 내 (정치적 성향보다는) 지연, 학연의 힘이 훨씬 더 강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리법연구회 간사인 유지원 판사는 통화에서 “권위적인 시대에 법관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면 권력에 봉사하게 될 우려가 있어 법관을 비롯한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킬 것을 규정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면서도 “사적으로 말한 것을 추적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이런 의미가 아닌, 판사를 자기편으로 순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판사는 또 “판사 개인의 생각과 판결은 별개”라며 “만일 판사가 특정 종교를 가졌다고 해서 그 종교와 관련된 판결이 공정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근거가 없는 것처럼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신문의 ‘우리법연구회’ 때리기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이들 신문이 이 조직에 대해 비판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법연구회가 신영철 대법관 사태를 촉발한 2009년부터다. 우리법 연구회 소속 유모 판사는 신영철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지명되자 그가 이른바 ‘촛불재판’ 배당에 개입했다고 내부통신망에 비판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이후 보수신문은 국회 폭력 혐의로 기소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등에 대한 무죄판결한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소속 회원이 아님에도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과 우리법연구회가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비난했다.
법관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보수신문의 공격은 지난 2009년 마은혁 판사에게도 일어났다. 마 판사가 국회 폭력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고, 노회찬 전 의원이 이사장으로 재직중이었던 연구소 후원회에 간 일을 문제 삼은 것이다.
동아일보는 2009년 11월 12일자 12면 기사 (‘민노당 12명 공소기각 판결-노회찬 후원회 참석’ 마은혁 판사, 사회주의 혁명조직 핵심멤버였다)에서 “마 판사가 1987년 결성된 사회주의 지하 혁명조직인 ‘인천지역민주노동자 연맹’(인민노련)의 핵심 멤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색깔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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