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사설] 경기둔화 대비하기 위해서도 ‘부자 증세’ 필요하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20일자 사설 '[사설] 경기둔화 대비하기 위해서도 ‘부자 증세’ 필요하다'를 퍼왔습니다.
복지 지출을 늘리기 위해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자는 취지로 한국판 ‘버핏세’(부자 증세)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최근 한나라당 일부 쇄신파 의원들까지 부자 증세론에 가세했다.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에는 물론 정치적 동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경기 대응 능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증세는 필요하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어제 개인블로그에 부자 증세를 당론으로 정하자는 글을 올렸다. 취지는 최근 정두언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밝혔던 것과 같다. 김 의원은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과세표준 구간을 하나 더 만들자는 안이다. 가령 현재 8800만원 초과 소득에는 35%의 소득세를 부과하는데 1억50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는 38~40%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참여연대가 지난 14일 입법청원한 것이나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이미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도 비슷한 내용이 들어 있다. 한나라당만 수용하면 부자 증세는 곧바로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다. 참여연대는 ‘1억2000만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42%로 하면 전체근로소득자의 0.28%한테만 적용되고 세수는 2012년 기준으로 1조9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조세 저항이나 세수 증대 효과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정부와 여당이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는 안이다.
정치권에선 주로 복지 수요의 증가를 부자 증세의 근거로 내세운다. 하지만 부자 증세는 경기 둔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어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3%에서 3.8%로 하향조정했다. 2.5~3.6%로 점친 국내외 민간연구기관에 이어 국책연구기관까지 3%대 성장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이로써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한 만큼 세수를 확보할지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내년 4.5% 성장에다 세수는 올해보다 9.7%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예산을 짰다.
그러나 경기가 예상치보다 나빠지면 세수 감소로 재정의 경기조절 능력은 떨어지게 된다. 물가압박 때문에 좀더 적극적인 통화정책도 펴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정부가 경기 둔화에 적극 대응하려면, 부자 증세로 재정을 확충하는 게 가장 적절한 선택일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