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8일 금요일

'건보 해체' 김종대 논란 확산…MB정부 의료민영화까지?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17일자 기사 ''건보 해체' 김종대 논란 확산…MB정부 의료민영화까지?'를 퍼왔습니다.
"건강보험 쪼개지면 의료민영화 첫단추 끼워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재수생'인 김종대 신임 이사장이 17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실을 방문해 한 말이다. 그러나 곽 의원은 김 이사장의 방문을 거부했다. 김 이사장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민주당 소속의 복지위 관계자는 "우리 의원실에도 찾아왔다. 미리 '만날 생각이 없으니 오지 마시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는데도 왔더라. '약속 안했는데 오신 것은 결례다'라고 쏘아줬지만 별 표정 변화 없이 갔다. 딱 MB 스타일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김종대 이사장 임명을 두고 말들이 많다. 복지위 관계자는 김 이사장이 취임 전에 복지부 직원들을 사석에서 만나 "건강보험을 분리하려 (건보공단 이사장으로) 왔다"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 ⓒ연합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제가를 받자마자 건보공단 지하 강당에서 기습적으로 취임식을 연 김 이사장의 취임 일성도 통합 건강보험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이는 공단의 존립 자체를 흔들만큼 파격적이었다. 건보 노조는 "도둑 취임식"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17일 "김종대 이사장이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인 건강보험통합 위헌소송과 관련하여, 실무자들에게 '방어변론을 하지 말 것'을 지시했고 실무자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사회보험노조 관계자는 "사실상 헌법 소원에 대해 대응을 하지 말란 얘기다. 김종대이사장이 변론을 못하도록 압박한 것"이라며 "공단이 적극적으로 변론을 안 하면 위헌 판결이 날 소지가 크다. 지금 통합이 위헌이라고 나오면 건보 분리의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건강보험 쪼개기를 주장해온 인사를 건강보험이 쪼개질지 모르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기 한달 전에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했다. 인사권자는 당연히 이명박 대통령이다. 수상한 낌새가 있다"고 주장했다. 건보 측은 "김 이사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으나, 발언 여부를 떠나 김 이사장의 이력은 그의 성향을 잘 말해주고 있다.

건보공단 통합 위헌 소송은 뭐고 왜 김종대 신임 이사장에 관심이 쏠리는 것일까?

김종대 "헌재, 정신 이상자 아니면 100% 위헌판결 내릴 것"

2000년 이전 건강보험은 직장의료보험조합과 지역의료보험조합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DJ정부 시절에 통합이 됐다. 앞서 노태우 정부 시절인 89년, 국회가 만장일치로 통합을 의결했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무산시켰다. 그 때 노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냈던 게 당시 청와대 경제비서관, 김종대 이사장이었다. 김 이사장의 '활약'으로 건보 통합은 10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통합 전 지역조합은 주로 의료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인 농어촌 지역 저소득층 노인들이가입했다. 직장조합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안정된 직장인들이 가입했다. 지역 조합은 의료 소비가 많아 재정이 악화되기 일쑤였지만 직장 조합은 준비금이 쌓이는 등 건실한 재정을 유지했다. 지역조합과 직장조합을 통합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을 배려하자는 것이 건보통합의 취지였다.

그러나 김종대 이사장은 건강보험 통합을 강하게 반대했고 99년 이 때문에 직권면직을 당했다. 사실상 공직에서 쫒겨나게 된 것이다. 이후 2009년 이명박 대통령 측근이자 김 이사장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 등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를 단일 보험으로 관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이 판결은 오는 12월에 예정돼 있다. 위헌 판결이 나면 건강보험은 지역조합과 직장조합으로 쪼개져야 한다.

'건보해체론자'인 김 이사장은 이 위헌 소송을 뒷바침하는 다양한 논리를 만들며 경 회장을 도와줬다. 민주당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김종대 이사장은 2009년 2월 1일, 이명박 대통령 '낙하산' 인사였던 경만호 한국적십자사 부총재 출판기념회에서 "건강보험 재정통합에 대한 헌법소원 의의 및 전망과 의료개혁 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때 김 이사장은 발제문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정신이상자 기관이 아닌 한, 100% 위헌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김 이사장은 "건강보험이 분리되어야 의료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건강보험 자치권 회복 운동본부'를 만들어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판결을 견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12월에 예정된 건강보험재정 통합 위헌소송 판결과 김종대 전 실장의 건보공단 이사장 임명은 별건이 아닌, 건보공단을 재분리하려는 현 정권의 의도된 기획된 의도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건강보험 재정통합에 대한 헌법소원 의의 및 전망과 의료개혁 방향
▲ 건강보험 재정통합에 대한 헌법소원 의의 및 전망과 의료개혁 방향

"건보 분리시 시장주의자 세력 확대…의료민영화 첫 단추 끼워질 수도"

건강보험 분리에 어떤 함의가 있을까? 일단 재판 결과를 봐야 하지만, 헌재가 통합건강보험을 위헌으로 판단할 경우 지역조합과 직장조합 분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경우 지역조합의 보장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고 직장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영세 자영업자 등은 사실상 보험 사각지대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종사자 등은 민영보험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민영보험이 활성화되면, 병원도 민영보험 가입자 유치에 나서게 될 수밖에 없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건강보험을 쪼개면 (지역조합 가입자 보장성이) 약화될 것이다. 지역조합 보장성이 약화되면 그 자체로 민영보험한테 이익이 된다. 그러면 (정부가) 경쟁 체제를 도입하게 되고 민영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다. 결국 의료민영화의 첫 단추가 끼워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관계자도 "건강보험이 직장-지역 조합으로 쪼개지면 한 쪽이 도태될 것이고 도태된 쪽은 민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사회보험노조 관계자는 "위헌소송이 나면 공단을 직장가입자 따로, 지역가입자 따로 분리할 수 있다. 분리되면 건보공단의 역할이 크게 약화된다. 민영 의료보험이 비집고 들어올 수 있다. 의료시장주의자의 세력이 확대된다"고 주장했다.

국회 복지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영리병원 도입의 초석으로 해석하는 것은 좀 멀리 나간 해석이지만, 건강보험이 쪼개질 경우 이명박 정부가 초기에 추진했던 '시장주의적 의료 서비스' 도입을 밀어부칠 수 있는 분위기는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대 이사장은 뼈속까지 '뉴라이트'?

김 이사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행정고시(10회)에 합격했다. 77년 보건사회부 보험과 과장을 거쳐 전두환 전 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정무비서실 행정관을 지냈고, 85년 보건사회부로 복귀했다. 이후 89년 노태우 전 대통령 경제비서관을 지냈다. 이 때 여야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의료보험조합 통합과 관련해 '통합되면 직장인 의료보험 3~4배 인상'이라는 보도자료를 돌려 결국 노태우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하도록 만들어 통합을 무산시켰다.

이후 93년부터 96년, 98년부터 99년까지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냈고, 99년에 건강보험조합 통합에 반대하다가 직권면직을 당했다.

공직자 옷을 벗은 후 2005년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보건복지정책 자문위원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에 뉴라이트바른정책포럼 공동대표를 지냈고, 같은해 한나라당 원내대표 자문위원장을 맡았다.

뉴라이트바른정책포럼은 2006년 3월에 창립 대회를 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2009년 5월에 또 창립대회를 열어 조직을 다지고 건강보험공단 '슬림화' 등을 위해 대정부 로비를 해 왔다. 공동대표로 이름이 올라온 인사 중에는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수 후보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접은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이 뉴라이트바른정책포럼은 대선 직전인 2007년 9월 이명박 정부 외곽조직인 '건강복지공동회의'의 발족에 참여한다. 김 이사장은 여기에 상임고문에 위촉됐다. 건강복지공동회의는 이후 대선 승리에 기여했고, 김 이사장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 상임자문위원을 맡게 된다. 함께 이 대통령 인수위에 참여했던 경만호 의협 회장은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타이틀을 거머줬다. 그러나 '오바마 건배사 논란'(경 전 부총재는 이 건배사가 '오빠, 바라만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라는 의미라고 주장)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후 낙마했다.

이들이 참여한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는 의료 민영화 등을 추진하려다 거센 역풍을 맞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그해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기 위해 대구에 출마하려 했으나 실패한 뒤 MB정부 첫 건보공단 이사장 자리에 내정됐다.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한나라당 공천을 앞두고 의료건강산업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 때문에 사전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그해 5월 기소됐고, 6월에 징역6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 때문에 김 이사장의 내정이 취소됐고, 그 자리는 정형근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넘어갔다. 김 이사장은 그해 10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김 이사장은 박근혜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멤버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려놓기도 했다.



/박세열 기자,김윤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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