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2일 화요일

ISD에 발목잡힌 호주, 담배 회사에 소송 당해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1일자 기사 'ISD에 발목잡힌 호주, 담배 회사에 소송 당해'를 퍼왔습니다.
ISD 앞에 무너지는 국가 공공정책 생생한 사례

담배 회사인 필립모리스가 세계 최초로 모든 담배에 똑같은 글꼴을 사용하는 밋밋한 담뱃갑 포장을 의무화한 호주 정부를 상대로 21일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앤 에드워즈 필립모리스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밋밋한 담뱃갑 포장이 금연에 효과적일 것임을입증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호주 정부는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고, 그러한 포장이 심각한 법적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호주 안팎의 우려가 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했다"고 소송의 이유를 밝혔다.

이 소송은 홍콩에 있는 필립모리스 아시아(PMA)를 통해 이뤄졌다. PMA는 필립모리스 호주 지사를 소유하고 있다. 소송의 근거는 호주와 홍콩이 지난 1993년 맺은 양자투자협정으로, PMA는 이 협정에 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이용해 중재 통지서를 전달했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있는 ISD가 한 나라의 공공정책을 어떻게 무력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호주 담뱃갑 포장지 예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5년 당시 세계 흡연 인구가 10억 명이며 그 중 80%는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이라는 자료를 제시하면서 담뱃값 포장의 획일화를 고려해 보라고 회원국들에게 촉구했다.

이에 호주 정부는 지난해부터 모든 담뱃값의 포장에 광고 문구를 빼는 대신 글씨는 모두같은 글꼴을 사용하고 담배로 인한 건강 파괴의 이미지만을 담도록 하는 규제를 추진했다. 또 모든 담뱃갑 포장지는 갈색이어야 하며, 회사 로고를 넣어서도 안 된다.

이 법은 상원을 거쳐 지난 주 하원을 통과하면서 입법 절차를 끝냈고, 내년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법안 통과 후 니콜라 락슨 보건 장관은 모든 담배 회사들이 호주 의회의 금연 의지를 존중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락슨 장관은 담배 업계가 자신들의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지만 호주 정부는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세계 최대의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는 작년 6월 27일 호주 정부를 정식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통지한 바 있다. 호주는 올 4월 앞으로 모든 자유무역 및 투자 협정에서 ISD를 원천 배제하겠다고 공표했지만, 18년 전 홍콩과 투자협정을 맺으면서는 ISD를 넣은 바 있다. 이 사실을 확인한 필립모리스가 이날 홍콩 PMA를 이용해 직접적인 법적 행동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필립모리스는 호주의 새 법안 때문에 수십억 달러의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호주 정부를 상대로 호주 고등법원에 소송을 낼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에드워즈 대변인은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도 지난 10일 호주 정부를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통신은 담배 업계 분석가들이 호주의 이같은 조치가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같이 새로 떠오르는 중요한 시장으로 확산되어 매출 성장세가 꺾일까 걱정하고 있다. 반면 비슷한 법안을 검토하는 유럽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의 정부는 호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담배 회사들은 이같은 움직임이 세계적 추세로 이어질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지적재산권 협정에 따라 개별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한 법안을 만들 권리가 있다면서 법원이나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호주 정부의 새 금연정책을 저지하려는 담배 회사의 시도는 실패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는 덧붙였다.

호주는 현재 인구의 15% 정도인 흡연 인구를 2018년까지 10%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보건 당국은 흡연으로 인해 매년 1만5000명의 국민들이 사망하고 있고 연간 320억 달러의 보건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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