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9일 토요일

[사설]론스타 ‘먹튀’ 돕는 금융위 결정 잘못됐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18일자 사설 '[사설]론스타 ‘먹튀’ 돕는 금융위 결정 잘못됐다'를 퍼왔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어제 임시회의를 열고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상실한 론스타에 대해 6개월 내에 외환은행 초과지분을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매각 방식을 제한하는 징벌적 매각명령을 통해 론스타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챙기지 못하게 하라는 시민단체와 야당의 요구를 외면한 채 조건없는 매각명령을 내렸다. 매각명령 이행 기간도 론스타의 요구대로 법정 한도인 6개월을 부여했다. 론스타가 막대한 투자이익을 챙겨 한국을 떠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결정을 내린 꼴이다.

이번 조치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론스타의 유죄가 확정돼 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은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중죄를 저지른 론스타에 징벌적 성격의 명령이 내려져야 마땅했다. 금융위가 애초부터 징벌적 매각명령을 주저한 것은 은행법상 매각방식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법적 근거가 없어 자칫 국제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금융위가 의지만 있다면 매각명령의 ‘효과’를 도모하기 위해 장내매각 등으로 방식을 제한하는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국내 기업들에 유사한 지분 매각명령을 내린 사례도 있었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론스타 편에 서서 론스타의 이른바 ‘먹튀’에 도장을 찍어주는 결정을 내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론스타는 지난 7월 외환은행 지분을 4조4059억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넘기기로 합의한 바 있으나 이후 주가가 크게 떨어져 현 시장가로 치면 3조원에도 못미친다. 금융위는 매각명령 이행 시한을 최대한 길게 부여해 론스타가 향후 하나금융과의 인수가격 재협상 등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했다. 금융위는 또 매각명령과 별개로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지도 않은 채 ‘비금융주력자로 판명되더라도 징벌적 매각명령은 내릴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위가 론스타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만 급급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이후 가혹한 구조조정과 고배당을 통해 투기자본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우리 사회가 ‘선진금융’이라는 허망한 환상에서 깨어나고, 다시는 은행을 투기자본에 넘겨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제대로 새기려면 론스타가 범죄를 저지르고도 천문학적인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챙겨 떠날 수 있게 해서는 곤란하다. 국민 정서상으로도 용납될 수도 없고, 외국자본 앞에 무기력한 금융당국의 자세는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금융위는 조건없는 매각명령을 철회하고 최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여부부터 다시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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