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9일 토요일

"'괴담' 퍼뜨리는 자, 도대체 누구냐?"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18일자 기사 '"'괴담' 퍼뜨리는 자, 도대체 누구냐?"'를 퍼왔습니다.
[기고] "이제 남은 건 전기·가스·수도요금 폭등뿐"

정부가 발표한 이른바 한미 FTA '괴담'에는 "전기, 가스, 지하철, 의료보험료가 폭등한다"라는 것이 있다. 정부의 대답은 "가스, 전력, 상수도 등 공공분야는 개방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민영화도 이루어지지 않고 "공공요금 폭등은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선 먼저 지적해야할 거짓말은 민영화 대상이 아니라는 가스나 전기가 이미 상당부분 개방되어 민영화되었다는 점이다. 가스가 대표적이다. 가스 수입은 대부분 한국가스공사가 하지만 이를 가정에 공급하는 도시가스 소매는 이미 33개로 쪼개져 민영화되어 있다. 당장 가스요금을 어디다 내는지 고지서를 한번 살펴보시라. 이중 GS와 SK가 약 40%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GS가스 부문은 "I'm your Energy, GS칼텍스"라는 이제는 귀에 익숙한 광고에서 보듯이 GS와 칼텍스의 50:50 합자회사다. 칼텍스는 콘돌리자 라이스가 대주주로 있는 미국의 거대 석유가스회사다. 가스가 개방대상이 아니라고? 이미 외국자본에 개방되어있다. 게다가 한국정부는 아예 가스수입 부문까지도 즉 가스부문 전체를 민영화하려는 법을 추진 중이다.

"가스 요금 매길 때 '상업적 고려'…어떻게 안 오르나?"

한미 FTA 협정문에는 민영 지정독점기업은 물론 공기업도 요금을 매길 때 '상업적 고려'를 해야 한다. 즉 시장가격대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공공요금을 정할 수는 있지만 이 또한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관련 기사 : 한미FTA는 어떻게 공공을 파괴하는가) 지금 가스요금은 지방자치조례로 결정한다. 한미 FTA 협정이후 만일 박원순 시장이 가스요금을 서민생활을 위해 요금인상을 억제하려 한다면 칼텍스가 가만히 있을까? 당장 한미 FTA 위반이고 투자자 국가 중재(ISD) 회부대상이다. 오히려 어떻게 가스요금이 인상되지 않을 수 있을지 물어보고 싶다.

가스뿐만이 아니다. 전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외국자본의 발전부문에 대한 지분을 제한해놓았으므로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발전부문은 '전체의 30%'를 개방한다고 협정문에 적혀있다. 30%라고 하면 외국기업이 주도권은 없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아니다. IMF위기 이후 한국정부가 발전부문을 5개 회사로 나누어놓았기 때문이다. 지역적 분할이나 운영효율성 때문이 아니다. 한꺼번에 팔기에는 너무 덩치가 커서, 팔기에 적당한 규모로 나누어놓았을 뿐이다. 즉 30%라고 해도 5개 중 1~2개는 외국기업이나 한미 합자기업이 소유할 수 있다.

설사 공기업으로 남는다 하더라도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30%의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저렴한 요금정책을 취하게 되면 이는 한미 FTA 협정 위반이 될 수 있다. 전기 값도 오를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 2008년 '공기업의 민영화 및 통폐합 등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는 배국환 기획재정부 차관과 오연천 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 위원장. ⓒ연합

"공공분야 한번 민영화되면 되돌릴 수 없다" 

정부는 공공부문은 한미 FTA 예외라고 계속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여러 필자가 밝혀듯이 예외라고 주장하는 정부 주장 즉 '미래유보'조항에는 두 가지가 빠져있다. 즉 '수용보상'과 '최소기준대우'다. (☞관련 기사 : '통상 관료'에게 우리 미래를 맡기자고?) 

예를 들어 인천에서 이미 하고 있는 것처럼 수도 민영화를 했다고 치자, 대개 이런 계약은 30년이나 40년 계약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다가 수돗물 가격이 너무 올랐다든지, 아니면 미국의 애틀랜타 시처럼 민영기업이 누수율을 낮추기 위해 수압을 너무 낮추어 화재소방전의 수압이 낮아져서 빌딩의 화재진압이 불가능해 졌다든지 하는 이유로(황당하게 들리겠지만 실제 일어났던 일이다) 한국정부가 5년쯤 후에 '이거 문제가 많으니 국유화 해야겠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물론 수도나 가스는 '미래유보'이므로 다시 국유화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정부가 보상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25년이나 35년의 남은 계약기간에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주장하는 대로 보상했다가는 민영화로 놓아두는 쪽이 공기업화(이를 '수용'이라고 부른다)해서 '보상'을 하는 것보다 돈이 더 들 수도 있다. 그래서 보상을 거부한다? 그러면 투자자 정부 중재(ISD)로 가는 것이다. 물론 전기처럼 '현재유보'로 되어있으면 역진방지조항(래칫) 때문에 아예 되돌릴 수도 없다.

공기업이 민영화되지 않고 가스, 전기, 수도요금이 오르지 않는다고? 이미 한국정부는 이미 많은 공공부문을 민영화했고 또 추진 중이다, 런던 히드루 공항은 민영화한 이후 공항이용료가 5배나 올랐지만 정부는 여전히 인천공항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

한미 FTA가 비준되면 이렇게 민영화된 공기업이나 공공부문은 '미래유보'조항에 해당되면 '수용보상' 때문에, '현재유보'에 해당되는 부문은 '역진방지조항'(래칫) 때문에 이를 되돌릴 수가 없다.

가스요금이나 전기요금과 같은 요금 인상억제 정책도 민영화된 기업의 투자이익을 침해하면 한미 FTA 위반이다(이것을 간접수용이라고 부른다). 이를 거부하면 그때는 투자자 국가 중재(ISD)에 회부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민영화, 상업화로 가는 편도차편'이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미 FTA도 당연히 마찬가지다.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가 들어서서 한번 민영화를 해놓으면, 그 다음 정부가 이를 되돌리려 해도 이를 되돌릴 수가 없거나 매우 힘들어진다. 그리고 민영화된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만큼 공공요금은 대폭 인상, 즉 '폭등'한다.

볼리비아, 미국과 양자투자협정 맺고 수도요금 폭등

볼리비아의 코차밤바시의 수도가격 인상이 ISD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정부는 괴담이라고 말한다. 볼리비아와 미국 사이에는 FTA가 없었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볼리비아는 물론 미국과 FTA를 하지 않았다. 미국과의 양자투자협정(BIT)에 포함된 ISD만으로도 평균임금의 25%를 수도요금으로 내야했으니 미국과 FTA를 맺었겠는가? 1999년 수도요금 인상으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자 계엄령까지 선포했던 로사다 대통령은 결국 2003년 가스까지 민영화하려다가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났다.

공공요금에 대한 ISD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과테말라 정부는 1998년 전기배전부문을 민영화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전기요금이 폭등하자 2008년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정책을 취했다. 그러자 곧바로 민영화된 전기회사에 간접적 지분을 가진 미국기업 TECO가 이 요금인하조처를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의 ISD로 과테말라 정부를 2009년 중재에 회부했다. 이 중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뿐인가? 심지어 미국의 센츄리온이라는 기업은 캐나다의 연방보건법이 의료비를 올려받지 못하게 한다고 한국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해당하는 법을 영업이익침해로 ISD에 걸었다.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한미 FTA가 비준되어도 공기업 민영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공공요금이 오르지 않을 수 있나? FTA는 단지 관세에 대한 협정이 아니다. 미국정부 스스로가 '비관세 무역장벽', 즉 기업이익을 규제하는 사회정책과 공공제도를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것이 FTA의 목적이라고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괴담'을 퍼뜨리고 있나?



/우석균 한미FTA 범국민저지운동본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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