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사설] FTA 피해도 제대로 모른 채 무슨 대책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23일자 사설 '[사설] FTA 피해도 제대로 모른 채 무슨 대책인가'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뒤 피해가 예상되는 부문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고 한다. 앞서 외교통상부도 대변인 성명에서 “정부는 피해 우려 분야에 대한 보완대책을 차질없이 시행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시행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의 날치기 비준동의에 이어 국내 후속 대책마저 졸속으로 시행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잠정적 목표로 잡은 협정 발효일은 내년 1월1일이다. 협정이 이대로 발효되면 당장 농어민과 소상공인, 내수에 의존하는 중소기업과 제약업계가 타격을 받게 된다. 2007년 6월 말 두 나라 정부가 협상 종료와 함께 체결을 선언할 때부터 예고된 충격이다. 그러나 4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의 피해대책은 막연하고 실효성도 없어 보인다.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정부의 국내 보완대책이 얼마나 부실한지는 농어민 지원대책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8월에 정부가 발표한 지원대책은 10년 동안 22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피해 농민을 구제하고 농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골자다. 이는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발효 때 만든 대책을 2007년 참여정부에서 한-미 협정 체결 때 재탕하고, 이명박 정부가 다시 ‘삼탕’한 것일 뿐이다. 심지어 박정희 정권 때부터 해온 농업육성 사업까지 협정 피해 대책으로 포장한 경우도 있다. 이러니 큰 충격을 코앞에 둔 농민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대책에 위로는커녕 절망감만 느끼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국회 비준동의를 밀어붙이는 데 급급해 정확한 국내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더욱이 기대효과는 뚜렷한 근거도 없이 부풀리고 불 보듯 뻔한 피해는 되도록 줄여 여론을 호도해왔다. 한-미 협정에 대한 과장 논리의 압권은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자주 거론하고 일부 언론이 확대재생산하는 ‘경제영토 확장론’이다. 역사의식과 현실 인식 능력이 지극히 의심스런 논리다. 경제강국들과 무분별하게 경제통합을 추진하다 파국을 맞은 사례가 세계 곳곳에 널려 있는데도 어떻게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대격변기를 맞아 객관적이고 냉철한 상황판단 능력이 없으면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지금 정부의 모습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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