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사설]민주당, ‘이런 야당은 처음’이라는 탄식 들리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24일자 사설 '[사설]민주당, ‘이런 야당은 처음’이라는 탄식 들리나'를 퍼왔습니다.
민주당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힘 한번 쓰지 못한 채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를 허용하고도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 애초부터 날치기를 막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만큼 어느 정도 예상된 바이지만 사후적이나마 통렬하게 그간의 과오와 실책을 반성하고 당의 정체성을 재정립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하지만 그런 진정성을 읽을 수 없다. 네티즌들 사이에는 ‘이런 야당은 처음이다’라는 탄식이 터져나온다고 한다. 제1야당의 존재감이 곤두박질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여당의 한·미 FTA 날치기 이후에도 민주당 대응은 실망스럽다. 의원직 총사퇴나 집권 후 한·미 FTA 폐기 등 현실성 없는 구호만 난무할 뿐 치열하고도 진지한 고민이 안 보인다. 그런 식으로 한·미 FTA를 어떻게 무효화하겠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협상파’라는 인사들은 여전히 대화·타협 타령이다. 어설픈 협상 시도가 날치기 빌미만 줬다는 사실을 벌써 잊은 모양이다. 장외투쟁에 동참하고, 헌법소원도 검토한다지만 울림이 없다. 무효화 투쟁을 선도해도 시원찮을 판에 숟가락을 하나 더 얹겠다는 모습으로 비칠 뿐이다. 사즉생의 결기가 없으니 여권이 민주당의 대응을 요식행위나 통과절차쯤으로 치부한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하지 않고, 책임져야 할 때 책임지지 않으니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싶다.

난관에 봉착한 야권통합 논의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그제 중앙위원회를 열어 야권통합을 결의할 예정이었으나 결정을 미뤘다. 무엇을 위한 야권통합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견을 모으지 못한 것이다. 야권통합 내홍은 제 몫 챙기기 싸움의 성격이 짙다. 어떻게든 큰판으로 대선 구도를 짜려는 대권파와 당장 내년 총선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당권파 간 충돌이라 할 수 있다. 한·미 FTA 날치기 직후 야권통합 문제로 아옹다옹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한·미 FTA 대처 과정에서 드러난 지리멸렬상이나 야권통합 내홍은 유사한 면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한나라당의 패착에만 기대어도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환상이 당의 전열을 약화시키고, 대여투쟁의 본질을 흐려놓은 것이다. 그러니 구성원들도 당의 활로보다 자신의 생존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위기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는 한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오히려 국민들의 심판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만 그 현실을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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