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6일 토요일

물 새는 상주보, 다른 4대강 보는 괜찮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24일자 조홍섭기자 물바람숲블로그글을 퍼왔습니다.
4대강 보 모두 혹한기 콘크리트 타설, 제대로 굳지 못해
주변 시설 아닌 댐 본체 문제 심각, 최악의 재해 대비해야


▲개방행사를 이틀 앞둔 지난 14일 누수지점을 발포우레탄으로 메꾸는 작업을 하고 있는 상주보. 하지는 물은 여전히 새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새는 상주댐, 발포우레탄으로 '땜빵' 

한미 FTA 비준안 졸속처리로 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에 경악할 만한 기사나 났습니다. 낙동강 33공구인 경북 상주댐(보)에서 물이 새는 걸 확인한 뒤 발포우레탄으로 '땜질'하고 물을 채웠다는 것입니다.

국토부는 곧 이음부에서 "일부 물번짐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구조적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강 주변에 사는 주민들을 위험에 몰아넣는 굉장히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주댐에는 무려 2,870만톤이나 되는 물을 담게 됩니다. 대형댐에 비해서는 적은 양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만약 균열이 더 커져 댐이 붕괴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재해가 일어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이 재해는 평시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큰 비가 왔을 때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입니다.

신문보도를 보면, 16일 상주보의 개방공사를 앞두고 물을 채우는 과정에서 물이 새는 곳 수십군데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누수가 길이 335m, 높이 11m, 폭 13m에 이르는 고정보의 광범한 부위에서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한 곳만 누수가 생겨도 균열이 심해져 붕괴할 수도 있는데 수십곳에서 일어난다는 건 말이 안되는 것입니다. 완공을 채 하지도 못해 물을 다 담지도 않은 상태에서 말입니다.

또한, 시공사측은 누수를 발견하고 하청업체를 시켜 공기압축기와 주입기 등을 동원해 물이 새는 보 벽면에 구멍을 내고 발포우레탄을 주입하는 긴급공사를 했으나 누수를 막지 못했다고 합니다. 원인에 대해서는 옹벽 건설을 한 번에 하지 않고 1.5~2m 씩 7회에 걸쳐서 쌓아 올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콘크리트가 굳는 과정에서 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설계상 이를 막기 위해 누수방지판을 넣었지만 그럼에도 누수가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멀리서 바라본 상주댐. 빨간색 동그라미 부분에서 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물을 막 채우기 시작했던 10월 25일 촬영.

▲빨간 동그라미 부분을 확대해 보니 이미 그때부터 여러 곳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당시에는 물이 좀 묻었겠거니 생각했다. 설마하고!).

경악할 만한 문제, 그러나 이미 지적했었다

경악할 만한 일이지만 실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되었던 문제입니다. 충분한 검토를 거치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공사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지난 1월에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 날씨에도 공사를 강행했습니다. 콘크리트는 적절한 온도에서 타설하고 굳히기를 해야만 강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엄청난 압력을 견뎌야 하는 댐으로서는 그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성기 인하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논문 '콘크리트의 압축강도에 미치는 초기 양생온도의 영향에 관한 실험적 연구'는 콘크리트가 온도에 따라 어떤 상태가 되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콘크리트가 동결되면 골재와 시멘트풀의 조직이 빙결로 파괴되어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고 여기에 동결, 융해가 반복되면 체적 차이로 인해 파괴에 이르게 된다.…초기에 콘크리트가 동결하게 되면 시멘트의 화학반응이 진행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후 적당한 온도로 양생을 하여도 강도, 수밀성, 내구성 등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강도발현 속도는 양생온도와 관련되어 있으며 양생온도가 낮을수록 강도발현 속도가 지연되므로 양생온도가 낮을 경우에는 전 경화시간(양생기간)을 길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즉, 온도가 낮으면 콘크리트 타설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면으로라도 온도가 낮으면 불리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수천억, 수조원이 들어가는 토목공사에서 기간을 조금 당기고자 밀어붙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콘크리트의 압축 강도에 미치는 초기 양생온도의 영향에 관한 실험적 연구'(이성기) 35쪽.

논문에 나와 있는 표에는 온도에 따른 강도가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0℃ ~ 30℃ 에서 여러 가지 시멘트 비율로 양생을 한 뒤 강도를 측정했습니다. 30℃를 100%이라고 봤을 때 0℃에서는 81%~61%까지 최소 20%포인트에서 최대 40%포인트까지 강도가 약해지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 탓에 시간을 좀 더 연장하거나 양생시기를 달리하거나 하는 방법을 적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4대강 공사는 장마철 물이 불어난 시기만 제외하고 계속 밀어붙였습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 집단에서는 공사강행에 대하여 매우 강하게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2009년 12월, 2010년 1월 ~2월. 가장 추운 시기에 콘크리트 타설한 상주보

지난 6월 상주댐 현장사무소에서 월별로 찍어 둔 공정률 사진을 보았습니다. 2009년 12월 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2011년 5월까지 공사진행 상항이 붙어 있었습니다. 

2010년 3월부터 5월까지는 수문이 있는 좌안 부분을 공사했습니다. 이 때는 봄이어서 온도에 따른 강도약화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적절한 시기에 진행한 공사입니다. 6월부터 9월까지는 불어난 강물로 인해 공사를 중단했고, 10월부터 다시 공사에 나섭니다. 이 때 문제가 된 우안 고정보 공사가 진행됐습니다. 

10월은 고정보 건설을 위해 임시 물막이 공사를 했고, 추위가 시작되는 11월부터 콘크리트 타설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강추위가 닥쳤던 12월과 1월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콘크리트로 채워집니다. 

앞서 보여드린 논문을 참고해 이 상황을 해석해 보자면, 타설과정에서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는 콘크리트는 동결과 융해를 반복하면서 제대로 굳지 못했습니다. 온도가 안 되면 시간을 충분히 두고 양생(굳히기)을 해야만 적당한 강도를 얻을 수 있었지만 짧은 기간 내에 마쳐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시공사에서 밝히고 있는 것과 같이 한 번에 타설하지 않고, 1.5m ~ 2m 씩 7차례에 걸쳐 타설을 했습니다. 즉, 7개의 다른, 동결과 융해를 반복한 콘크리트 조각들로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설계상 '누수방지판'을 설치하도록 했지만, 누수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 그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주댐 현장 사무실에 걸려 있던 공정표. 공정내용과 사진으로 볼 때 2010년 12월과 2011년 1월에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했음이 분명하다. 당시 혹한으로 넓은 강이 꽁꽁 얼어 있다.

상주댐 타설 당시 온도를 살펴보니

▲콘크리트 타설 기간인 2010년 12월과 1월의 기온. 자료=기상청.

기상청 홈페이지에는 거짓 없이 온도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2010년 12월 초에는 최고기온이 영상 15도까지 올라가지만 거의 꾸준하게 영하로 떨어집니다. 12월 12일부터는 낮 기온도 영하를 유지하고 최저기온은 영하 12도에 이릅니다.

1월에는 더욱 극심한 추위가 닥치는데요.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간 적이 거의 없을 정도고, 영하 15도 내외까지 내려간 뒤 며칠간 유지되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하루 평균기온을 보아도 영상으로 올라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 타설에 적절한 영상 5도 이상의 기온은 거의 없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결코 하지 말았어야 하는 기간에 강행했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그것도 고정댐 부분은 댐 공정상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는 점입니다. 가동댐 부분은 고장이 날 경우 교체를 하면 되지만(즉 돈을 쓰면 해결이 되지만) 고정댐 부분은 나중에 콘크리트 보강을 하더라도 이미 약해진 부분까지 막아줄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상주댐 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 상주댐 만의 문제일까요? 결코 아닙니다. 왜냐하면 모든 공사가 같은 시기에 시작되었고, 같은 시기에 마무리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댐(보)들은 같은 방식으로 건설되었습니다. 2010년 봄을 중심으로 왼쪽 또는 오른쪽을 완성했고, 2010년~11년 겨울 동안 다른 쪽을 완성했습니다. 그 이후 기간에 나머지 공사를 하는 식이었습니다. 

즉, 2010년 12월 ~ 2011년 1월 사이에 거의 모든 댐들이 댐 반쪽을 공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당시 답사를 했던 남한강의 이포댐, 여주댐, 강천댐 모두가 진행중이었습니다. 그 중 여주댐 만이 방수천으로 덮고 열을 가하며 타설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댐들은 어떠한 방재장치도 없이 진행중이었습니다. 

댐들이 이제 물을 채우기 시작했고, 상주댐이 비교적 빨리 물을 채운 탓에 일찍 문제가 드러났을 것입니다. 어떤 문제인지 남한강의 댐들은 아직도 물을 채우지 않고 있고, 낙동강의 하류쪽 댐들도 아직까지 비워둔 채로 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문제들이 이미 드러나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지난 1월 여주댐, 영하 15도를 넘나드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하고 있다.
▲방수포로 덮은 뒤 열을 가하며 콘크리트 양생(굳히기)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어느 곳도 이곳처럼 양생을 하지 않았다.

졸속공사, 역사적인 대형 참사 일으킬 우려

4대강 공사가 진행되는 곳 여기저기를 싸돌아 다니던 저로서도 이 상황은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역행침식이나 재 퇴적, 교량붕괴나 제방붕괴 같은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댐 붕괴 사례로 1975년 8월에 일어난 중국 허난성에서 판교(Banqiao) 댐과 시만탄 댐의 붕괴가 있습니다. 이 두 개 댐 붕괴로 23만 명이 물에 휩쓸려 사망하고, 수백만명이 질병이나 식중독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역사적 대참사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런 댐 붕괴 참사는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물의 압력은 대단하여 조금의 틈이라도 있으면 그 속으로 파고 들어가 쪼개어 놓습니다. 자연에 있는 거대한 바위들이 풍화되는 이유 중에도 물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틈으로 들어간 물이 계절이 변하며 수축과 팽창의 반복해거대한 바위를 쪼개어 놓는 것입니다. 물이 댐에 생긴 작은 틈 사이로 침투한다면, 풍화를 일으켰던 것과 똑같은 구실을 하게 됩니다.

참사는 결코 남 얘기가 아닙니다. 온갖 비리와 부실공사, 특히 "빨리빨리"를 너무나도 많이 외치던 70~80년대 지어진 건축물들이 줄줄이 무너진 것만 봐도 재해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마포의 와우아파트 붕괴,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 너무나 많은 붕괴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수많은 죽음을 불러일으켰고 "빨리빨리" 문화를 자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4대강 사업도 전형적인, 어쩌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빨리빨리"로 기억될 만큼 빨랐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들 붕괴사고와 댐의 위험은 차원이 다릅니다. 상주댐이 있는 낙동강에는 수백만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특히 제 고향인 부산에는 강변 습지를 매립하여 도시화시킨 곳이 많습니다. 북구, 사상구, 사하구, 강서구가 그렇습니다. 이 지역은 배수펌프장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시절에 큰 비만 닥쳤다 하면 침수되는 곳이었습니다. 본류의 수위가 높아 육지의 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발생하는 것입니다(원래 강이었던 지역입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인구만 해도 사하구 36만명, 북구 31만명, 사상구 26만명 등 거의 100만명에 육박합니다. 물론 이들중 반 이상은 강물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에 거주한다 해도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11월 24일) 찍은 상주댐 고정보 부분. 우레탄으로 '땜빵' 처리를 한 뒤에도 물은 끊임없이 새고 있다. 사진=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국장.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겠습니다(재해대비는 항상 최악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상주댐을 비롯하여 낙동강 8개의 댐이 연쇄적으로 붕괴한다면, 8개의 댐이 담수하고 있는 6.7억m³의 물이 하구로 닥치게 됩니다. 낙동강 특성상 중하류부터는 굉장히 완만하여 해수면과의 차이가 많이 나지 않습니다.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는데 굉장한 어려움이 있다는 말입니다. 

더군다나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현재의 제방들은 대부분 투수율이 높은 모래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계획된 것보다 높은 압력을 받았을 때는 붕괴할 위험이 굉장히 높다는 걸 뜻합니다. 많은 물이 닥치고, 그리고 제방까지 무너져 버린다면, 상상할 수 없는 재해가 일어날 것입니다. 만약 최악의 시나리오 대로 참사가 일어난다면, "단군 이래" 최악의 참사가 될 것이 자명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상주댐 누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4대강 사업으로 지어진 모든 구조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여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대형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거짓으로 얼버무리거나 눈을 감지 말아야 합니다.

김성만/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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