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8일 금요일

강용석 '자해정치' 목적은 법원 조롱인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1-18일자 기사 '강용석 '자해정치' 목적은 법원 조롱인가'를 퍼왔습니다.
[기자칼럼] 여대생 ‘성희롱’ 파문 주인공, 개콘에 재갈을 물리다

“성희롱 발언 자체도 문제지만 상황 모면에만 급급한 용렬함이 더욱 실망스럽다.…약속한 대로 정치를 그만두는 것이 그를 뽑아준 국민에 대한 마지막 예의다.”
중앙일보는 2010년 7월 22일자 사설에서 강용석 당시 한나라당의원에게 정치를 그만두라고 밝혔다. 강용석 의원이 중앙일보 조언을 따르고 자숙했다면 KBS 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최효종씨가 국민에게 ‘웃음보따리’를 풀었다고 고소당하는 황당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강용석 의원은 2011년 11월 17일 최효종씨를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모욕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소했다.
“국회의원 되는 거, 어렵지 않아요. 판사가 돼서 집권여당의 수뇌부와 친해지면 돼요.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서 출마를 하면 되는데, 출마할 때도 공탁금 2억만 들고 선관위로 찾아가면 돼요.”


지난해 7월 20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여대생 성희롱 사건에 대해 해명하고 있는 강용석 의원.

최효종씨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에서 이렇게 얘기할 때 수많은 시청자가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참 속 시원하게 말 잘했다” “요즘 언론보다 낫다” “어쨌건 참 재밌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효종씨는 요즘 가장 잘나가는 코미디언 중의 하나이다. ‘애정남’ ‘사마귀유치원’ 등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마다 빵빵 터진다. 몸과 마음이 지친 국민들이 일요일 밤 TV를 보면서 웃음꽃을 피울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최효종씨는 국회의원의 고소 대상이 되고 말았다. 개그를 개그로, 코미디를 코미디로 받아들이지 않는 세상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예상대로 강용석 의원은 엄청난 역풍을 맞고 있다. 언론에도 그의 황당한 행동을 지적하는 기사가 이어지고, 인터넷 게시판과 트위터 등에는 그의 행동을 비판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정치인에게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지만, 강용석 의원이 사서 욕을 먹으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일단 그가 누구인지 살펴보자. 강용석 의원은 잘 나가는 정치인이었다.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인물이었다. 서울 경기고, 서울법대, 하버드 로 스쿨 석사, 사법시험 33회, 변호사…. ‘국회수첩’에 담긴 강용석 의원의 프로필이다. 
강용석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 한나라당 청년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여대생 성희롱 사건으로 한나라당을 나와 지금은 무소속 의원이지만, 한나라당에서 청년위원장을 지내면서 20~30대 젊은층에게 한나라당을 홍보하던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강용석 의원의 최근 행동은 그에게 청년위원장을 맡겼던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참 갑갑한 장면이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코미디언에게 고소나 하라고 그 역할을 맡기지는 않았을 텐데, 사서 욕을 먹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한 상황이겠는가.
그러나 그런 인물을 ‘청년위원장’으로 앉힌 것은 바로 한나라당이다. 강용석 의원의 행동은 ‘자해정치’에 가깝다. 말과 행동이 국민의 짜증과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강용석 의원 쪽도 최근의 행동이 국민 분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왜 그런 행동을 할까. 강용석 의원은 최근 ‘뉴스메이커’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는 범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당시 후보의 ‘저격수’를 자처하더니 지금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최대 경쟁자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저격수’를 자처하는 모습이다.
중앙일보 사설처럼 지난해 7월 여대생 성희롱 사건으로 그의 정치 생명은 사실상 끝이 났는지 모르지만, 그는 누구보다 활발(?)하게 뛰고 있다. 강용석 의원의 행동을 놓고 한나라당과 교감하에 이뤄지고 있는 행동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이 나서서 박원순, 안철수 ‘저격수’가 되기에는 부담이 있으니 대신 그 역할을 맡겼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윗분의 선처(?)를 기대하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한나라당과의 관련성은 확인된 증거가 없기에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강용석 의원의 ‘칼날’이 한나라당이 부담스러워 하는 '정적'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렇다면 왜 코미디언 최효종씨를 고소의 대상으로 삼았을까. 그렇게 행동하면 정치권 안팎에서 욕을 먹을 텐데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강용석 의원의 행동은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짜 목적은 최효종씨도 최효종씨의 개그를 겨냥한 것도 아닐 수도 있다.
강용석 의원은 여대생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1심은 물론 2심에서도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19대 총선 이전에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면 그는 국회의원직 박탈은 물론 국회의원 선거 출마도 할 수 없게 된다.
강용석 의원은 ‘집단 모욕죄’를 적용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의 ‘자해정치’는 법원에 대한 조롱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강용석 의원은 최효종씨 고소와 관련해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얘기를 써놓았다.
“지난 10일에 있었던 2심 판결문이 도착했습니다...검찰과 저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따라서 1심과 동일. 물론 상고했습니다. 상고이유는...집단 모욕죄는 대법원의 누적된 판례에 비추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점 등등입니다...이 사건 판결과 같이 모욕죄가 성립한다면 국회의원인 제가 개콘 "사마귀 유치원"에서 국회의원을 풍자한 최효종을 모욕죄로 고소해도 죄가 된다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나요? 정말 최효종을 모욕죄로 고소라도 해볼까요....ㅋ.”
결국 최효종씨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얘기 아닌가. 코미디언이 그리 만만한가.
방송인 김미화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효종아..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쟈!! 강용석 의원이 우릴 코미디언이라고 우습게 보나본데.. 고맙지..우린 원래 웃기는 사람덜 아니냐.."국회의원 모욕죄"로 고소했다고? 우리도 맞고소하자. 국회의원들..뻑 하면 "코미디하고 있네" 라고 코미디언 모욕했으니!!”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