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정동영 "을사늑약도 다수결로 통과됐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1-20일자 기사 '정동영 "을사늑약도 다수결로 통과됐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민주당, 지금이라도 반성해야"

“2008년 9월 미국 경제심장부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FTA, 안했어야 할 일을 했구나’ (생각했다). FTA가 당시의 쟁점도 아니었는데 작년 8월에 공개반성문을 썼다. FTA 막는 데 몸을 던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 시대를 꿰뚫어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반성했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한미 FTA와 관련해 준비해 갔던 질문이 다 끝났는데도, “더 하자”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한미 FTA를 ‘매국행위’라고 규정했다. “국민들이 점점 FTA에 대해 알게 되고, 경제 종속이 드러나 경제주권을 팔아먹은 게 확인되면 한나라당은 지구상에서 소멸한다”고까지 했다.
민주당의 대응에 대해서도 “원죄를 정리해야 당당할 수 있는데 이걸 뭉갰다”며 따끔한 지적을 빼놓지 않았다. 다만 ‘10+2 재재협상’이라는 당론에서 ‘ISD 폐기’로 당론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평가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야권통합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자, 정 최고위원은 “최대한 대통합으로 가야한다”는 말부터 꺼냈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심판할 준비가 돼 있다. 길이 있는데 왜 가시덤불로 들어가나.”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들이 독자적으로 ‘통합진보정당’ 건설에 매달리고 있는 것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었다. 그러면서도 총선 이후에라도 함께 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18일 오후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을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인터뷰 도중 그는 YTN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과 치열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민주당의 한미 FTA 대응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가 있다. 범국본이라든가 시민사회 쪽에서는 의문을 갖고 있는 점도 있다. 간략하게 민주당의 대응을 총평한다면.
“미흡하지만 나름대로는 애쓰고 있다.”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정한 당론에 대해서 해석의 차이가 여전히 남아 있다.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 아닌가’하는 지적도 있고, ‘아니다’라는 입장도 있다. 어떻게 보나.
“(10+2라는) 기존 원칙은 그대로 간다. 그대로 가고. 원내대표의 임무는 협상이니까, 협상창구로서 이런 저런 대화를 하는 거다.”
-조건부 당론 유지냐, 후퇴한 것이냐. 이견이 있는데.
“문제의 핵심은 민주당이 공개반성문을 쓰지 않은데 있다. 원죄가 있다. 원죄를 정리해야 당당할 수 있는데 이걸 뭉갰다. 그리고 ‘작년 (이명박 대통령의) 12월 재협상이 잘못됐다’, ‘그래서 재재협상이다’(라고 하다 보니) 꼬였다. 아예 ‘FTA 체결 시작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했으면 입장이 깨끗하게 정리되는데 그걸 못한 것이 복잡하게 된 거다. 그러나 오늘 현재 당론은 ‘재협상’이다. ‘재협상하라’, 이거다. 미국이 비준한 건 미국 사정이고 우리가 비준을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거다). 10+2(로 정리했다.) 잘 정리한 거다. ISD뿐만 아니라 역진방지장치(래칫조항), 네거티브 리스트, 의약품 특허 연계 조항도 손질하라는 거다. 그래서 10가지 고치려면 재협상해야 한다. 재협상이 당론이다.


▲ ⓒ허완 기자

그런데 ‘10+2 재협상’이 기본당론인데,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밀고 들어왔을 때, ‘최소한 ISD는 빼는 재협상을 시작하라’는 거다. ISD는 빼야 우리가 협의할 수 있겠다는 거다. 그런데 ‘10+2’가 12가지니까 12가지를 설명하라면 하나도 설명이 안 된다. ‘10+2 재협상’이라는 당론이 바뀐 적이 없다. ‘최소한 ISD 빼고 와서 얘기하라’, ‘(ISD를) 뺀다는 약속을 받고 와서 얘기하라’는 거다. ISD를 빼자는 건 내가 제안한 거다. 송기호 변호사가 끝장토론에서 ‘정말 ISD는 해서는 안 된다’, ‘ISD를 빼면 찬성해주마’라고 강조 화법으로 얘기했다. 그래서 내가 ‘아, 이게 FTA의 문제점, 독소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겠구나’해서 이해영 교수와 상의했다. 그랬더니 ISD 빼려면 재협상해야 한다(고 하더라). ISD 나오면 래칫, 네거티브 리스트, 줄줄이 나오니까. 열두 가지를 얘기해야 아무 것도 안 남는다. ‘전략적 집중을 하자’고 해서 채택된 거다. 그런데 ‘민주당이 ISD를 (문제로) 거는 바람에 꼬였다’고 말하는 것은 핵심을 모르는 얘기다.
ISD를 전략적으로 집중해서 세 가지 효과가 있었다. 첫째, 민주당 당론이 통일됐다. ISD를 찬성하는 사람이 없지 않느냐.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중구난방 일 텐데, 일단 적과 싸우려면 단일대오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는 국민들에게 FTA 얘기하면 복잡하니까. ‘ISD가 뭐야?’해도 ‘좋은 것이다’고 하면 넘어가지 않겠나. 일일이 설명해서는 (설명이) 안 된다. 그런데 ISD에 집중하니까 국민들이 ‘이거 하면 안 되겠네’하며 (문제를) 알기 시작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셋째, ‘10월 말까지 처리하라’는 당정청(한나라당·정부·청와대)이 돌파가 안됐다. 오늘이 11월 18일이니까 3주를 넘겼는데, 시간을 버는데 일정 기여를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ISD를 안 했어야 했는데’라고 얘기하는 것, 논평은 쉽다. (ISD에 집중한 전략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민주당을 단일대오로 만들고 국민들에게 알려냈겠나. 적극적으로 평가를 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민주당이 내놓은 의원총회 합의문을 볼 때 장관급 서면합의서를 받아오면 그와 동시에 FTA를 비준하는 건가, 아니면 논의를 시작하는 건가.
“‘재협상하라’는 거다. 약속을 받아서 재협상하라는 거다. 우리 당론은 ‘10+2 재협상 하라’, ‘선 ISD폐기재협상 후 비준’이다.”
-당에서는 그렇게 얘기 안 한다.
“다수 의원, 절대 다수 의원이 그렇게 말한다. 다수의원이 말하는 게 당론이지 108배하는 김성곤의원 의견은 개인 의견이다.”
-아까 ‘반성’을 얘기했다. 보수 언론에서는 참여정부 인사인 송영길 인천시장 등의 인터뷰를 실으면서 다른 의견을 내는 것 같다.
“박원순 시장을 배워야 한다.”
 -‘반성문을 써야한다’는 말을 했고, 그것 때문에 보수언론 쪽에서 비판을 당하기도 했는데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언론이야 자유롭게 쓰는 거다. 내 반성의 시작은 2008년 9월 미국의 월가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아이쿠, 내가 못 봤구나’. 대선 실패한 게 2007년 12월인데 9개월 뒤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졌다. 언론 얘기를 하자면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는데 2008년 8월 중순에 보수언론들이 일제히 ‘우리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하라’, ‘결단하라’, ‘그러면 우리와 미국 사이에 금융 고속도로가 생긴다’, ‘일본과 중국도 못한 일인데 우리가 앞장서서 해야 한다’고 했다. 조중동이 시키는 대로 했으면 리먼 브라더스의 부채를 우리 세금으로 갚아줘야 했던 것 아니냐. 그리고 (보수언론은) 사과 한마디 없었다. 무책임하다. ‘지금 FTA하면 나라가 잘된다’고 하는데 나중에 책임 안 진다. 누가 책임지나.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국회가 책임져야 하는 거다. 그러니까 언론은 무책임한 주장을 하면 안 된다.


▲ ⓒ허완 기자

2008년 9월 미국 경제심장부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FTA, 안했어야 할 일을 했구나’ (생각했다). FTA가 당시의 쟁점도 아니었는데 작년 8월에 공개반성문을 썼다. FTA 막는 데 몸을 던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 시대를 꿰뚫어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반성했다. 또 지난번 국회 대정부 질문 때도 되풀이 고백을 하고, 당에도 ‘당론을 깨끗하게 정리하자’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상황이 바뀌었으니 고쳐야 한다’ 했던 걸 이어받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면서 한 이야기가 그것 아닌가.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으니 고칠 것은 고치자’고 했다. 왜 말을 무시하나. 그 말을 따라야한다. 송영길, 안희정 같은 젊은 지도자들도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계승해야 한다.”
-FTA 관련해서 마지막 질문이다. 박희태 의장이나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를 보면 사실상 강행처리를 예고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한나라당이 마음먹고 강행처리를 한다고 했을 때 민주당이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뭐가 있겠냐는 의문이 많다.
“한나라당도 강행처리할 동력이 떨어져있다. 민주당이 단일대오를 굳건히 유지하고, 시민사회와 FTA 반대하는 세력들이 확실히 반대하면 막아낼 수 있다고 본다. 2040세력은 확실히 반대한다고 본다. 계속 민주당의 단일대오를 주장하고 있다. 내일(19일) 시청광장 집회에 ‘민주당 깃발 들고 나가라’고 했다. 다른 당은 10명 나가도 깃발 9개 들고 오는데 우리는 수백, 수천 나가도 깃발을 안 세우느냐고 했다. 내일은 당당하게 깃발 들고 나갈 거다. 87년 6월 항쟁 때는 민주당이 앞장서서 이끌었는데 (지금도) 민주당이 앞장서서 해야 한다.”
-알겠다. FTA 질문은 일단 여기까지 하고...
“더 하자. 왜 ISD냐? ISD는 25개 챕터, 영문까지 1500페이지에 다 관련된다. 다른 건 부분적이지만 FTA이행 전반에 ISD가 역할을 한다. 이건 치사율 100퍼센트다. ISD가 빠지면 독성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네거티브리스트는 중요하지만 금융에 관한 것이고, 래칫은 역진방지 조항이다. 다른 건 모두 부분적이다. 그런데 ISD는 1페이지부터 750페이지까지 전체가 다 걸린다. 사법주권, 입법주권, 공공정책결정권 등이 ISD로 끌려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것과는 비교하지 못할 치명적인 독소가 있다. 열 가지 중 하나가 아니라 나머지 아홉 가지를 합친 것만큼 독소가 있는 거다. 그러니까 호주가 정말 똘똘 뭉쳐서 ISD를 뺐다. 의회, 교회 지도자, 노조, 시민사회, 원주민단체, 법조 등 (힘을 합쳐) 상원에서 두 번씩 부결시켰다. 그래서 2004년 1월 마지막 워싱턴 담판 때 ‘ISD 들어가면 FTA 깬다’고 해서 미국이 양보했다. 왜 그렇게 매달렸겠나. 그만큼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ISD 하나를 뺀다는 것은 나머지 독소 줄줄이 테이블에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 ⓒ허완 기자

민주당의 ‘10+2’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ISD는 이것(한미FTA)이 얼마나 나쁜가를 알려내는 상징이다. 독만두, 만두의 치명적인 독이다. 도쿄대학 나가노 교수가 ‘한국은 독만두를 먹었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단 먹고 3개월 뒤에 위장세척을 요구하겠다’는 거다. 독이 들었으면 그걸 빼고 국민에게 먹일 생각을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 국민을 생각하는 대통령이라면 오바마 대통령에게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호주 빼줬는데 우리 빼주라’고 왜 말을 못하나. 미국이 호주(와의 협정에서 ISD를) 왜 뺀 줄 아나. 당시 민주당 후보는 존 캐리였다. 존 캐리 후보는 ‘앞으로 FTA를 맺을 때 더 이상 ISD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고 법안을 제출했다. 미국 양심의 목소리다. 그로부터 4년 뒤 오바마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됐을 때 ‘ISD는헌법의 위반이다’, ‘문제 있다’고 했다. 존 캐리나 오바마나 인식은 똑같다. 호주는 단결해서 이걸 빼려고 했고, 불행히도 한국의 대통령은 ‘지켜야할 가치다’라며 봉창 뜯는 소리를 하는 게 (호주와) 차이다. 이 시기에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불행한 것이다. ‘FTA가 애국이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이건 매국이다.
오늘은 을사늑약을 맺고 옥새를 넘겨준 날이다. (을사늑약도) 다수결로 통과됐다. 이토 히로부미가 헌병을 앞세워 고종에게 갔다. 자정까지 잘 버텼다. 결국은 생명의 위협을 느낀 고종이 새벽 2시에 내 준거다. 고종이 순사를 하더라도 끝까지 지켰다면 아마 조선 백성은 입헌군주제를 원했을 거다. 그런데 미련 없이 공화정으로 갔다. 백성을 버린 왕조다. 1910년 나라가 망하고 1919년 3·1운동, 임시정부를 거쳐 바로 공화정으로 갔다. 왕이 백성을 버리고 나라를 팔았는데. 그때 고종이 옥새를 넘겨주고 조선의 왕정은 사망한 거다. 지금 한나라당이 뭘 모른다. 국민들이 점점 FTA에 대해 알게 되고, 경제 종속이 드러나 경제주권을 팔아먹은 게 확인되면 한나라당은 지구상에서 소멸한다. 이완용은 당시 애국하는 줄 알았지만 106년이 지난 지금도 삼척동자도 이완용을 매국노라고 하지 않나. 한나라당은 대단히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다. 마음속으로 꺼림칙하기 때문에 날치기의 동력이 반의반으로 떨어져 있다. 지금 민주당이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의원들 46명 서명도 앞장서서 받았다.”
-‘매국’, ‘대통령’을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번 결정에 따라 역사적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보나.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날치기를 할 사안이 따로 있다. 더군다나 선거가 곧 다가오는데.”


▲정동영 최고위원이 인터뷰 도중 YTN과 전화 인터뷰를 하고 있다. ⓒ허완 기자

-야권통합문제 관련해서 얘기해보자. 당내 반발의 수준을 어떻게 보나.
“절차를 밟고 있는 거다. 박지원 의원이 ‘당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했다. 당내 반발의 구심점은 박지원 전 대표인데 중앙위원회가 중요해졌다. 중앙위원회에서 야권통합 문제에 대해서 절차가 잘 마무리되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거다.”
-잘 마무리될 것 같다고 보나.
“민주당 당원들의 소망은 ‘정권교체’다. 민주당이 문을 닫고 가서 정권을 수임할 수 있을 거라는 당원은 별로 없다. 최대한 대통합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총선이 임박했는데 여기서 독자적으로 전당대회를 한다면 제3세력이 등장할거라 본다. 이미 통합진보정당이 가고 있다. 그러면 민주진보통합정당은 외통수다. 이 길로 안 가면...”
-결국에는 그 길로 갈 수 밖에 없다는 말인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게 (통합뿐이다). 이미 정치적으로는 작년 10월 3일 전당대회 때 후보들이 전부 약속했다. 정치적으로는 이미 합의된 거다. 거기서 누구도 ‘통합으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다만 그 시간동안 숙제를 잘 못한 거다.” 
-언론이 ‘중통합’이라는 표현을 쓴다. 진보소통합이 가게 된다. 이들과 차기 총선에서 연대를 하든지 이후 과정을 고민하게 될 텐데 이들과의 통합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는 뭔가.
“대통합 먼저 가야한다고 본다. 진보정당과 차이는 분명히 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 함께 하면서 민주진보통합정당과 함께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총선 이후 다함께 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긴가.
“그렇다. 항상 열려 있다. 총선 전에도 연대보다는 화학적 결합으로, 통합정당은 안 되더라도 연합정당, 연합형태의 단일한 정당으로 선거를 치르는 게 국민들 기대에 부응하는 거다.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서는 연대가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그보다 더 높은 국민의 눈높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해야 한다). 그래서 단일 정당의 대오로 1 대 1 구도가 되면 우리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심판할 준비가 돼 있다. 길이 있는데 왜 가시덤불로 들어가나. 연대가 가시덤불이다.”


▲ ⓒ허완 기자

-‘틀에 있어서 연대·연합보다 내용이다’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 부유세도 얘기했다. 어제(17일) 법인세, 소득세 개정안 얘기도 했다. ‘더 큰 민주당’이 담아야 할 내용은 뭐라고 생각하나.
“첫째, ‘FTA 저지’다. 왜냐하면 FTA는 한 분야, 한 부분을 맺는 협정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운영원리를 바꾸는 거다. 완전한 신자유주의 도입이다.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극복하자는 건데 이를 막는 것이 통합야당의 첫 번째 과제다. 다음은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의 양 날개다.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는 내가 지난 몇 년 간 일관되게 주장해 온 나의 가치고 나의 노선이다. ‘이것으로 집권한다’고 말했고, 적어도 민주당 수준에서는 공감대를 이뤘다. 김용익 교수가 하는 보편복지특위(보편적복지특별위원회)나 류종일 교수가 하는 119특위(헌법제119조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도 시간은 늦었지만 내 주장이 관철된 거다. 내 나름대로는 정치를 하는 보람을 거기서 찾는다. 나의 주장과 나의 노선이 당에 관철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현재까지는 MB노믹스, MB경제체제, MB정권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서 통합정당의 콘텐츠, 알맹이로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넘을 수 있는 것이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FTA가 되면 복지국가, 경제민주화와 충돌하기 때문에. 재벌개혁과도 충돌하고.”
-오늘(18일) 조선일보 칼럼을 봤나. ‘도로 열린우리당’라고 했다.
“박원순 시장이 열린우리당 했나? 한국노총이 했나?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했나? 창조한국당이 했나? 아니지 않나.”
-보수언론이 그렇게 이미지메이킹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두렵기 때문에 그렇다. 박원순 시장 열린 우리당 안 했다.”
-민주당이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 변화나 내용에 있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이 민주당을 선택하게 된다는 소신을 말해 왔다. 그와 관련해서 한진중공업 문제가 구체적 사안 중 하나였다고 보이는데 소회가 있다면.
“오죽했으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겠나. ‘한진중공업 문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사실 절박했다.여기에 내가 가진 혼과 역량을 쏟았다. 18대 국회에서 노동 현안과 관련해 청문회를 연 게 최초다. 국정감사에 재벌 대기업 총수 증인으로 선 것 역시 최초다. 국회가 권고안 만든 것도 최초다. 해냈다. 그리고 ‘희망시국회의 200’에 야 5당, 시민사회, 환경, 종교, 학계, 법조, 문화예술, 지역 등 망라했다. 287명이 서명하고 7월 15일 김진숙 앞에서 야권을 하나로 만든 거다. 사건이다. 이걸 가지고 서울로 올라와서 8월 20일 시청 앞 광장에서 만 명이 희망시국대회를 열었다. 김진숙 앞에서 하나가 된 거다. 거기서 야 5당, 6당이 ‘하나가 되자’고 노래했다. 그게 정치를 하는 보람이다. 여기에 집중했고 이것이 야권통합으로 가는 발판이 됐다. 


▲ ⓒ허완 기자

그리고 노동문제에 대해서 민주당에 대한 비토, 거부감을 없앴다. 전에 진보정당들이 민주당과의 제일 큰 간극이 노동문제였다. 그런데 한진중공업 문제에 있어서는 민주당의 역할을 부정하지 않는다. 함께 한 거다. 민주진보대통합의 조건을 만든 거다. 두 가지였다. 하나는 FTA, 노동문제. 그 두 가지 간극을 줄이는데 역할을 해내서 기쁘다. FTA 관련해서 민주당 내에 갈래가 있긴 하지만 ‘공개반성하자’, ‘저지하자’고 하며 같이 했다. ‘김진숙, 노동문제 해결하자’, ‘내가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올 1월에 환경노동위원회로 갔는데, 공교롭게 한진 문제가 겹쳤다. 부산에 열대여섯 번 갔다. (지역구인) 전주보다 많이 갔는데. 한진중공업 문제는 한진(이라는) 지방의 한 사업장이 아니라, 이 시대가 안고 있는 정리해고 체제의 모순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상징이었다. 물론 민주당, 국회만 갖고 안됐다. 희망버스가 있었다. 이건 굉장한 사건이다.”
-2007년 12월 18일. 대선 하루 전날 백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했고, 그 전에도 얘기했지만 평화시장에 대한 개인적 인연도 말했다. 그동안 민족문제, 한반도문제에 대해서는 역할을 했고 결과도 만들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정동영의 진보적 마인드, 진보적 유권자를 흡입할 수 있는 진정성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서운한 부분이 있나.
“15년 정치를 해오면서 하나는 정치개혁(정당민주화), 하나는 남북문제에 집중했다. 노동문제는 처음이었다. ‘진작 이 문제 깊게 파고들 걸’하는 아쉬움이 있다. 요새는 정봉주 (전)의원이 깔때기란 말을 쓰던데, 나는 ‘기자를 할 때나 정치를 할 때나 내가 손대면 뭘 만들었다’, ‘사고라도 쳤다’고 말한다. 통일부장관하면서 개성공단 만든 것, ‘9·19 선언’ 만든 것, 열린우리당 하면서 과반수 정당 만든 것. 한진중공업 붙들고 김진숙 살아 내려오게 한 것도 사고 친 거다. 이제 FTA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마음에 밤에 잠이 안 온다. 나는 뭔가를 잡으면 유야무야 끝내지 않았다. 결과를 봤다. 내년으로 (이 문제를) 넘기면 내 역할이 있지 않겠나. 내가 집중하는 것은 내 꿈과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FTA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다.” 
-지지율로만 보면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다자구도에서도 안철수 원장이 1등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유구무언. 그건 할 말이 없다.”
-안철수 원장의 철학이나 콘텐츠는 어떻게 평가하나.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 야권에 희망을 줘서 고맙다.”
-2012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뭐라고 보나.
“‘밥’이다. 밥을 못 먹는 사람이 많다. 밥줄이 불안한 사람이 많다. 밥줄을 못 구하는 젊은이가 너무 많다. 밥줄만 튼튼하면 행복할 수 있다. 시내버스 첫차가 새벽 5시에 간다. 첫차 승객들이 빽빽하다. 대개 65세 이상 어르신이다. 다 청소하러 간다. 65세 이상 고용률은 OECD 상위다. 왜 그러나. 편안히 노후를 보내는 게 아니라 일을 해야 풀칠이라도 하니까 그런 거다. 20대 고용률은 OECD 최하다. 20대 고용률이 높아야 한다. 비극적 통계다. 조금 전에 여기 왔다간 사람들이 KT 노동자·가족들이다. 한진중공업과 똑같다. 최근 3년간 자살과 돌연사로 40명 넘게 죽었다. 쌍용에서는 19명이 죽었고, KT에서는 민영화 이후 40여 명이 죽었다. (KT는) 작년에 6000억 배당했다. 그중 3000억을 외국 주주에게 배당했다. KT CEO 연봉 12억이다. KT 임원 연봉 400억이다. 180억이었는데 두 배로 올렸다. 한진중공업과 닮은꼴이다. 그리고 사람들을 비정규직으로 밥줄을 잘랐다. 그랬더니 그 결과로 40여 명이 죽었다. 아까 찾아온 딸이 대학 4학년이다. 아빠가 며칠 전에 목숨을 끊었다. 큰딸인데 학교를 휴학하고 찾아왔다. 시신은 병원에 한 달 간 안치돼 있다.


▲ ⓒ허완 기자

밥의 문제를 한나라당의 철학으로 FTA 철학으로는 해결 못한다. 국가의 역할을 바꿔야 한다. 작은 정부, 큰 시장, 규제 완화, 노동유연화의 길이 아니라 이걸 뒤집어야 한다. 그게 재벌개혁, 복지국가의 길이다. 이걸 누가 할 수 있겠나. 정동영에게 자산이 있다면 ‘패배한 사람, 실패한 사람, 바닥까지 떨어진 사람이다’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 자리에서 가장 바닥으로 떨어졌고, 바닥에서 다시 시작한 사람이다. 하지만 난 안다. 국가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국가가 어디로 가야 밥과 밥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진행=류정민 정치팀장
정리=허완·박장준 기자
사진=허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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