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8일 금요일

[사설] 통합건보 뿌리째 흔드는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

이글은 한겨레신문 2911-11-17일자 사설 '[사설] 통합건보 뿌리째 흔드는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을 퍼왔습니다.
엊그제 취임한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취임식에서부터 통합건강보험 체계를 비판하는 등 건보공단 책임자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와 야당의 우려대로 ‘건강보험 분리론자’의 행태를 노골화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취임식에서 “건보공단에서 (공단 통합이) 문제가 없다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라며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을 통합 운영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소송을 심리중인데, 김 이사장의 발언은 공단이 의사협회의 헌법소원에 반대하는 것을 막겠다고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2009년 당시 “헌재가 정신이상자 기관이 아닌 한 100% 위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통합건보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현행 통합건보는 재정이 넉넉한 직장조합과 적자에 시달리는 지역조합을 합쳐 전 국민이 골고루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해 출범했다. 건보가 사회적 분배에 기여하도록 하자는 정치·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다. 그런데도 그는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건강보험 재정지출의 분권화 등을 주장하며 공단을 분할,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진료비용을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심사하도록 하자고 주장하는 등 의료 공공성과는 상반된 태도를 견지해 왔다.
그의 취임은 정부가 의료서비스 시장화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이는 것과 연결지을 때 더욱 우려스럽다. 한-미 에프티에이는 미국식 영리병원과 민영의료보험 도입 등을 통해 의료비 상승과 의료 양극화를 불러올 위험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통합건보 체계마저 망가진다면 저소득층의 건강권 보장은 한층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김 이사장은 1999년 건보 통합을 반대했다가 보건복지부 기획실장에서 직권면직된 이력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인물을 공단 책임자로 앉힌 것은 통합건보 체계를 무너뜨리기로 작정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당장 건보공단 사회보험노조는 어제부터 그에 대한 무기한 출근저지 투쟁에 들어갔다. 정부는 갈등이 더 커지기 전에 김 이사장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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