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사설] 국민의 힘으로 ‘FTA 날치기’ 무효화시켜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23일자 사설 '[사설] 국민의 힘으로 ‘FTA 날치기’ 무효화시켜야'를 퍼왔습니다.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처리 이후 정부여당의 발걸음에 신바람이 묻어난다. 다음주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비준안에 서명하고 나면 곧바로 내년 1월1일 발효를 목표로 미국과 협상을 시작할 방침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다.
여당과 보수언론들은 날치기 통과 와중에 터진 최루탄에 일제히 비판의 화살을 집중하며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최루탄은 결코 이번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최루가스로 흘린 눈물은 한순간의 가짜 눈물이지만 앞으로 농어민, 축산업자, 소상공인 등의 눈에서는 진짜 피눈물이 흘러나올 형편이다. 국회의원들은 손수건으로 최루탄 가스의 고통을 비켜갈 수 있었지만, 서민들이 겪어야 할 고통은 손수건 따위로 막을 수준이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날치기 처리로 끝일 수 없으며 끝나서도 안 되는 이유다.
더욱이 국가의 이익이 걸린 외국과의 중대한 조약을 이처럼 날치기로 통과시킨 예는 과거에도 찾아보기 어렵다. 여당은 1999년 한-일 어업협정 비준안 강행통과를 예로 들고 있으나 국민의 삶과 나라의 경제체제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을 사안의 중대성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에프티에이 비준안 날치기 처리의 정당성을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결코 받아들이기 어려운 까닭이다.
청와대 쪽은 “비준 발효 이후에도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의 재협상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마치 큰 선심이나 쓴다는 투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 문제는 이제 그런 차원을 떠났다. 어차피 날치기 통과까지 된 이상 에프티에이의 폐기를 포함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지난 역사를 보아도 국민의 힘으로 날치기 통과를 원천무효로 돌린 예가 없지 않았다. 1996년 노동법 날치기 파동이 좋은 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날치기 통과의 심각성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날치기 통과의 무효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권이 그토록 걱정하는 ‘거대한 촛불’로 진화할 조짐마저 엿보인다. 경찰이 계속 물리력을 동원한 강경진압에 나설 경우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
날치기 통과된 비준안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길이기도 하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두 머리를 맞대 지혜를 짜내고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의 책임은 막중하다. 에프티에이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보인 민주당의 갈팡질팡, 지리멸렬함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앞으로 이런 실책을 만회하지 못한다면 민주당 역시 한나라당과 함께 똑같은 심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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