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사설] 영하 날씨에 물대포는 반인권적 폭력이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24일자 사설 '[사설] 영하 날씨에 물대포는 반인권적 폭력이다'를 퍼왔습니다.
그제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 규탄 촛불집회 뒤 행진하려는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쏘았다. 여러 측면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공권력 남용 행위다.
우선 체감온도 영하 10도의 날씨에 물대포를 쏜 것 자체가 과잉대응일 뿐 아니라 심각한 인권침해다. 맞는 즉시 얼굴에 고드름이 얼고 살점이 찢어져 나가는 피해사례까지 있었다니 공권력 행사가 아니라 사실상의 폭력행위에 가깝다. 오죽했으면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마저 “체감온도 영하의 날씨에 물대포를 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며 자제를 요청했겠는가. 경찰의 이번 조처를 더욱 묵과할 수 없는 까닭은 불과 2주 전 여의도에서 열린 에프티에이 저지 범국민대회에 참가했던 박희진 한국청년연대 대표가 물대포를 정면으로 맞고 고막이 파열되는 불상사가 있었는데도 경찰이 또다시 물대포를 쏘았다는 사실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강경대응이 내부 지침에 따른 것이어서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은 지난달 21일 전국 지방경찰청에 지침을 내려 도로를 점거하고 해산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 곧바로 물대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도로로 나섰다고 곧바로 물대포를 쏘는 것은 명백한 과잉대응이다. 물대포는 자칫 인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제해야 하고, 도저히 다른 수단이 없을 때만 최후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경찰의 강경대응은 이명박 정부의 천박한 인권의식 수준과 무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좀더 범위를 좁혀보면 경찰 수뇌부도 문제가 심각하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파출소 난동이나 장례식장 폭력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총기를 과감하게 사용하라는 지시를 남발한다. “조폭에게 인권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인권 무개념의 표본이다. 이강덕 신임 서울청장도 이에 못지않다. 영포라인으로정권,한미,ㄹㅆㅁ, 이 대통령 측근이라는 그가 취임한 뒤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거푸 일어나는 것을 보면 정권 지킴이로 총대를 메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한 모양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날치기 처리는 1%를 위해 99%의 희생을 요구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대한 분노는 정당하고, 촛불시위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헌법적 권리다. 이 대통령은 물대포 사용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경찰력을 남용한 경찰 수뇌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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