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한국의 부자들, 부끄러운줄 알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1-23일자 기사 '한국의 부자들, 부끄러운줄 알라'를 퍼왔습니다.
미국에서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렌 버핏 등 미국의 큰 부자들(super rich)이 스스로 나서서 부자 증세를 주창하면서, 큰 부자들에게 부과하려는 세금의 이름을 ‘버핏세’라고 부르고 있다. 큰 부자들이 경제위기 국면에서 국가의 재정 건전성과 서민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내자는 ‘좋은 취지’인 것이다. 

얼마 전에는 미국의 백만장자들이 국회 의사당으로 몰려가 ‘부자 증세’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여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소득100만 달러(11억3천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들이 지난해 결성한 ‘재정건전성을 위한 애국적 백만장자들’이라는 비정부기구에서 미국 국회가 재정적자에 대한 대책으로 반드시 부자감세를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큰 부자들이 개별적으로 부자증세를 촉구하긴 했지만, 부자들이 집단적 시위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참다운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의무)’가 아닐까.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

그러나 참으로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집단적으로든, 개별적으로든 큰 부자들이 부자증세를 추진한다거나 호소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지금도 끊임없이 불법과 비리를 일삼고, 중소기업 및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탐욕에 눈이 먼 재벌·대기업들과 천민 자본주의식 갑부가 판을 치는 한국에서 그런 희망은 부질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스스로 안 한다고 해서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으론 그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호소하고, 동시에 시민사회와 국회가 나서서 재정 건전성도 제고하고 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에도 반드시 필요한 부자증세를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법인세와 관련해서, 1)과세표준 2억 원 이하의 기업에 대해서는 현행과 같이 10% 유지 2)과세표준 100억 원 이하까지의 기업에 대해서는(중소기업에 해당하므로) 이명박 정부 들어 이루어진 감세를 유지하여 현행과 같이 22% 유지 3)과세표준 100억원 초과 1천억원 이하까지의 기업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이루어진 감세를 철회해 2008년 당시의 세율인 25% 적용 4)과세표준 1천억 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27% 세율의 최고구간을 신설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맞게 증세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법이 적용되게 되면 2012년을 기준으로 총 7조3371억원의 세수증가가 예상된다. 

또, 참여연대는 소득세와 관련해서는 1)과세표준 8800만 원 이하 구간에 대해서는(서민 중산층 가구이므로) 2008년 이후의 감세 유지 2)과세표준 8800만 원 초과 구간에 대해 2012년 시행 예정된 추가 감세 취소(즉, 현행 35%세율 유지) 3)전체 근로 소득자의 0.5%가 되지 않는 과세표준 1억2천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해 최고구간을 신설하고 42%의 세율을 부과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제출했다. 이 법이 적용되게 되면, 2012년을 기준으로 총 1조8258억 원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 우리는 이것을 한국판 버핏세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이 현재 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130여조 원이나 적은 상황에서, 또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노령화와 양극화 등에 대비하기 위한 복지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지금 즉시 부자감세 철회와 부자증세에 나서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도 민생예산, 복지재정 확대에 대한 요구와 호소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그렇지만 참으로 실망스럽게도 이명박 정권은 이 같은 절박한 민심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과중한 교육비·주거비·의료비·통신비 고통과 부담에다 물가·전세·일자리 대란(실업과 비정규)·가계부채대란(이자폭리 부담)까지 겹쳐지면서 우리 국민들의 삶이 참으로 고달프기만 한데,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정부마저도 이런 문제들의 해결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으니 우리 국민들의 민생고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안타깝게도 자살률은 1위, 출산율은 꼴찌 수준의 나라가 돼버린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을 ‘민주(民主)공화국’이 아니라 ‘민살(民殺)공화국’이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민살공화국, 이 얼마나 슬픈 개념인가. 이명박 정권이 안 한다면, 지금 당장 국회라도 나서서 부자감세 철회와 큰 부자 증세, 그리고 동시에 민생·복지·교육·일자리 예산의 대폭 확대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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