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30일 수요일

[사설]한·미 FTA 비준 완료, 역사의 심판이 두렵지 않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29일자 사설  '[사설]한·미 FTA 비준 완료, 역사의 심판이 두렵지 않나'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관련 14개 부수법안에 서명했다. 앞으로 한·미 양국이 상대국에 FTA의 이행에 걸림돌이 되는 법령이나 규정이 없는지 검토하는 발효 협상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의례적이라는 점에서 한·미 FTA 발효를 위한 비준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 대통령은 예의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을 여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으나 참으로 단선적이고 무책임한 낙관론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한나라당의 한·미 FTA 날치기 처리 후 증가하고 있는 부정적 여론에 주목한다. 중앙일보 등이 지난 26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한·미 FTA가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은 41.9%, ‘손해일 것’이라는 답은 37.8%로 나왔다. 95% 신뢰 수준에서 ±3.5%포인트라는 오차 범위를 고려하면 찬반을 가릴 수 없는 팽팽한 상태다. 같은 여론조사기관의 지난 5월 조사에서 찬성 57.8%, 반대 32.7%로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국정운영을 책임진 세력이라면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의미가 내포된 수치라 하겠다. 한·미 FTA 비준안의 날치기 통과 후 경향신문은 FTA가 각 분야에 초래할 문제점들을 다각적으로 제기해왔다. 농어업 분야의 피해뿐 아니라 발전설비 등 공공부문까지 해외자본이 지배할 가능성이 있는 등 그 부작용이 가히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그런 점에서 어제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의 모습은 한·미 FTA가 민생 각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한 연구와 검토 없이 비준안을 통과시킨 여당의 실상을 엿볼 수 있게 했다. 회의에서 원내대표가 FTA 발효로 약값이 크게 오르는 것 아니냐는 주민들의 우려가 있다고 전하자 정책위 부의장은 경제특구에 들어설 외국인 영리병원이 우리의 건강보험 체계를 허물 수 있다는 엉뚱하지만 충격적인 답변을 내놨다. 놀란 참석자들이 의약품 인상과 한·미 FTA는 별개라고 서둘러 상황을 정리했으나 한·미 FTA가 의료민영화의 길을 트고 결과적으로 약값 인상은 물론이고 건강보험 체계도 허물 것이라는 반대 진영의 우려를 다시금 환기시킨 꼴이 됐다. 
우리는 여당의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 통과를 내용과 절차 면에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는 반역사적 폭거로 규정한 바 있다.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미국식 경제의 틀을 이식하고,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대사안을 일방처리하는 ‘다수결 독재’로 민주주의 본질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어제 FTA 부수법안에 최종 서명하면서 모든 논란과 갈등이 잠재워질 것으로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이제 역사의 준엄한 심판대에 올랐다. 권력은 짧고 역사는 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