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박원순 시장 만든 세대, 한미FTA 투쟁 주역으로 나섰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1-24일자 기사 '박원순 시장 만든 세대, 한미FTA 투쟁 주역으로 나섰다'를 퍼왔습니다.
2030세대, 한미FTA폐기 '거리로 거리로’...왜?


ⓒ김철수 기자 23일 한미FTA저지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서울 명동 밀레오레 앞에서 한미FTA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2030세대가 심상찮다. 지난 22일, 23일 진행된 한미 FTA 폐기 시위에는 수천명들의 젊은 세대들이 동참했다. 이날 집회의 주된 참가자들은 이들 2030세대였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 크게 눈에 띄지 않았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집회 현장을 관리하던 한 경찰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또한 거리로 나선 이들 2030세대는 일견 매우 흥분한 상태로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의 강경진압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한나라당 해체’, ‘이명박 퇴진’, ‘한미 FTA 폐기’ 등을 외쳤고, 경찰이 시민 몇 명을 연행하려 하자 오히려 달려들어 '구출'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40세대와 소통하겠다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59)가 시동을 건 특강정치에서도 나타났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3일 대전 동구 대전대에서 가진 대학생 강연회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강연회에서는 한미FTA비준안 날치기 통과에 동참한 박 전 대표를 향해 “한미 FTA가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은 해보셨느냐”는 대학생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사회자가 ‘무거운 주제에 대한 질의를 자제해달라’고 했지만, 한 학생이 “한미 FTA를 쉽게 말씀하신다. 4분 만에 날치기 처리됐는데 그게 어떻게 여야 합의냐”고 하자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또다른 학생은 “이게 소통이 잘 이뤄진 것이냐. 형식이 잘 고려되지 않은 통과가 국민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생각해 보셨느냐”고 질문하자 여기저기서 “옳소” “심각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승빈 기자 23일 경찰이 한미FTA저지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명동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박원순 만들어낸 20, 30대 분노 절정

2030세대의 '분노'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26 지방선거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압도했다.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세대별 지지율 격차가 뚜렷했다. 20대의 박원순 후보 지지율은 69.3%로 30.1% 지지를 얻은 나경원 후보를 33.2%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30대에서는 격차가 더욱 컸다. 30대의 박원순 후보 지지율은 75.8%로 나경원 후보를 52%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한나라당이 주도한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자 SNS에서는 분노의 바람이 휘몰아쳤다. 2030세대는 SNS를 통해 비난을 쏟아냈고, 한나라당 의원 등 FTA에 찬성한 151명의 명단 인증샷이 급속히 확산됐다. 

SNS의 20대들은 “우리가 폐기해야 합니다. 우리의 삶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이제 시작입니다”라며 촛불집회를 통한 투쟁에 나설 것을 다짐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울산, 광주 등 전국에서는 2030세대가 나서 ‘한나라당 해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만여명의 시민들이 운집한 23일 서울광장 집회에서는 퇴근길 직장인, 대학생들의 발길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경찰의 강경진압에도 거세게 저항했다.

강남에 위치한 광고회사에 근무한다는 회사원 김모(31)씨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에게 더 이상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며 “반드시 내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해체될 때까지 젊은 세대들이 뭉쳐 투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진압도 이젠 두렵지 않다”면서 “언론과 공권력 등이 시민들을 공격하지만 더 이상 당하지 않을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물대포를 맞으며 ‘한나라당 해체’를 외치던 대학생 김모(22.여)씨는 “평화행진을 이어가는 시민들을 막는 것이 이명박의 진심이냐”라고 반문하며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이제 MB가 죽던 시민들이 죽던 길은 하나 뿐이다. 싸워야 한다”고 흥분해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2030세대의 반응은 더 뜨겁다. 트위터리안과 페이스북 유저들은 ‘10만 양병설’을 빗대 “시민들 10만, 20만이 모이면 물대포도 한미 FTA도 모두 막을 수 있다”라며 “모두가 거리에서 모여 이 정권과 MB정부를 끝장내자”라고 밝히고 있다.


ⓒ이승빈 기자 23일 저녁 경찰이 한미FTA폐기 촉구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2030세대 분노, '임계점' 넘었다

2030세대들이 이처럼 한미FTA폐기 촛불집회에 흥분해 거리로 나서고 있는 것은 그간 쌓인 분노가 한나라당의 날치기 처리에 폭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대들은 고액등록금과 청년실업으로 인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차 있다. 올해 상반기 정국을 휩쓸었던 반값등록금 촛불집회에서도 20대들의 분노와 좌절감이 얼마나 큰 지가 드러났다.

30대들도 마찬가지다. 경제난, 전세난, 높은 교육비 등으로 인해 불안정한 삶은 지난 보궐선거에서 전 세대 중에 가장 압도적인 지지로 드러났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말로는 대책을 세우겠다고 하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오히려 한미FTA법안 통과를 위해 날치기 처리라는 '막가파식' 방식을 동원했다. 

그러자 수년간 쌓여온 2030세대의 분노는 임계점을 넘어 폭발해 이명박 정부를 향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30세대의 분노는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명동역 앞에서 진행된 정리집회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5)씨는 “대학생들이 내년에는 반드시 투표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라며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지치지 않고 내년에 투표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애널리스트 진모(36)씨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맛본 2030세대들이 내년 총.대선에서도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본다”며 “2030세대를 달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당은 내년 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일 기자jhi@vop.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