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9일 화요일

비판보다는 해명, KBS 옴부즈맨은 면피용?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1-28일자 기사 '비판보다는 해명, KBS 옴부즈맨은 면피용?'을 퍼왔습니다.
첫 방송된 ‘KBS뉴스 옴부즈맨’ , "하나마나한 답변, 면죄부 창구"

교수 질문 : "(KBS는) 한미 FTA 사안의 본질 보다 왜 정치적 쟁점 보도에 치중했나?”
KBS 답변 : “핵심 쟁점은 협상 내용이 아니고 이미 타결된 협상안에 대한 국회 비준 여부였다. (중략) 또 방대한 FTA 내용 가운데 어떤 것을 소개하느냐에 따라 찬반논란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
27일 첫 방송된 KBS 뉴스비평 프로그램 방영분의 일부다. 이 프로그램은 KBS가 ‘한국 방송 사상 처음으로 자사 뉴스를 전문적으로 비평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시작했지만, 첫 방송에서는 KBS 뉴스에 대한 날카롭거나 신랄한 비판보다는 뉴스책임자의 해명을 소개하는 데 급급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토론이 아닌 문답의 포맷으로 심층적인 질문과 깊이 있는 답변이 나오기 어렵고, 답변 또한 KBS시청자위원회나 ‘TV비평’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전문 비평 프로그램에 미달한다’는 비판이다. 또한 출연자들이 문답을 할 때 대본을 읽는 모습이 자주 나오면서 ‘게이트키핑’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프로그램은 1TV로 매월 마지막 월요일 오후 5시10분부터 25분 간 한 차례 방송되며, 언론학회 등 방송·저널리즘 단체가 추천한 대학 교수 6명이 옴부즈맨 위원으로 참여하고 담당 부서 책임자와 문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위원들이 한 달 간 모니터링한 뉴스 가운데 2가지 주제를 선정해 방송한다.


▲ 11월 27일 첫 전파를 탄 KBS 1TV 'KBS뉴스 옴부즈맨' 홈페이지 사진 자료.

첫 회 방송 주제는 ‘한미 FTA 비준 동의안에 대한 보도’. 임종수 세종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KBS뉴스가 주로 여야의 셈법을 보도한 점을 지적하며 “(한미FTA가 가져올) 경제시스템의 변화, 공공적·복지적 삶의 문제에 관해서는 상당부분 침묵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장한식 보도국 경제부장은 “핵심쟁점은 협상 내용이 아니고 이미 타결된 협상안에 대한 국회 비준 여부였다”며 “(내용상 쟁점 중) 어떤 것을 소개하느냐에 따라 찬반논란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고 답변했다.
임종수 교수가 KBS뉴스의 '받아쓰기식 보도'와 '정치 비하 효과'를 두고 “(그것이 각각) ‘저널리즘의 위기’와‘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비판하자 장한식 부장은 “사안의 본질을 충분히 보도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수긍했다. 그는 이어 “본질적이고 심도 있는 취재를 통해서 방송 뉴스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덧붙였다.
두 차례 질문과 답변이 끝나자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한미FTA 비준 동의안 통과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날치기 통과’, ‘최루탄’에 대한 질문은 이어지지 않았다. 비준 동의안 통과 뒤 일주일 가까이 벌어지고 있는‘시위’와 ‘물대포 논란’에 대한 질문이 나올 시간이 없었다. 답변 또한 탁상행정식 '해명'에 머물렀다. 양(포맷·시간)과 질(질문·답변)의 두 측면에서 뉴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자기비판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첫 방송에 대해 엄경철 KBS 새노조위원장(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이런 프로그램이 없어서 잘못 보도하는 게 아니다”며 “자신은 찬반양론에 영향을 주지 않고 신중하다는 프레임에서 하나마나한 답변을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FTA를 찬성 또는 반대하는 의견을 보도하지 않으면서 ‘중립’을 운운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자신의 문제점을 정당화하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창구’라는 것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익한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2팀장은 “출연자의 자율성을 보장한다지만 게이트키핑의 소지가 있다는 점,시청자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내용을 그대로 하는 점에서 볼 때 ‘면피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생방송으로 하고, 시청자들의 질문에도 대답해야 논란을 없앨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공동연출자 중 한 명인 김영숙 PD는 “영국 BBC, 일본 NHK, 호주 ABC에 옴부즈맨 프로그램이 있는 만큼 (우리도) 공영방송의 신뢰성을 강화하려고 신설했다”며 '게이트키핑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위원으로 참여하는) 교수들이 요구한 게 ‘아이템 간섭마라’는 것이었고, 제작진은 위원과 담당 기자, PD의 채널 역할만 한다”고 밝혔다. 대본 문제에 대해 김 PD는 "방송이 익숙지 않은 사람이 많다"며 해명했다. 이어 김 PD는 '시청자위원회와 무슨 차별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이 심층적으로 비평한다는 점에서 시청자위원회와 차별화되고, 시청자상담실 내용을 주로 다루는 ‘TV비평’과도 다르다”고 밝혔다.
위원 선정 과정에 대해서 그는 “방송문화연구소에서 언론학회, 방송학회, 언론정보학회를 선정했고 여기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생방송으로 진행할지 여부에 대해 김 PD는 “출연자들, 스태프들 일정 때문에 녹화로 진행했지만 생방송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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