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7일 목요일

'가카'의 해외 나들이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17일자 기사 ''가카'의 해외 나들이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를 퍼왔습니다.
[윤재석의 '쾌도난마'] 또 나간 MB, 내치나 잘해라!

어제 잠실 종합운동장 근처를 지나는데, 제2 롯데월드건설 현장 위로 보잉 747 점보기가 서울공항(K-16) 착륙을 위해 랜딩기어(바퀴)를 내린 채 활강하고 있었다.

웬 점보?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인도네시아로 떠날 에어포스원이 미리 이착륙 시험비행을 하는 거구나. 그럼 지난 14일 하와이에서 돌아오실 때, 국가 안보 팽개치고 허가 내 준 바벨탑 잘 올라가고 있나 내려다보셨겠네.

그건 그렇고, 가카 바깥 출입이 너무 잦은 것 같다. 한번 체크해 보자. 오늘 나간 거 빼도, MB의 해외 순방은 이미 역대 대통령 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2008년 취임 후 첫 순방으로 미국, 일본(4월 15~21일)을 다녀온 이후 무려 37회에 달한다. 방문국 수로는 55여 개국. 임기가 1년 3개월이나 남았는데도(정말 많이 남았다), 고(故) '바보' 노무현이 세웠던 기록(27회, 55개국 66개 도시)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프레시안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하긴, 경제력 9위 나라 대통령이 해외 순방 자주 하는 거 나무랄 필요없다. 대학생 애들도 방학만 되면 배낭 매고 나가지 않나.

문제는 성과다.

이번 하와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얻어 온 게 뭔가? 버락 오바마에게 귀엣말로 뭐라 속삭이는 사진 외엔 기억에 남은 게 없다. 그리고 오늘 또 나갔다.

MB의 지난 10월 미국 출장(11~15일)은 정말 웃겼다. 파란지붕집 애들이 MB의 미국 방문을 '가카 역대 대통령 중 6번째 미국 국빈방문'이라고 호들갑 떨며 발표한 것 까진 봐주자. MB가 미국 가서 한 행보를 보면,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결정적인 거 한 가지만 짚어보자.


▲펜타곤에서 브리핑 듣는 이명박 대통령. 이후 탱크룸으로 옮겨 비공개 브리핑이 이어졌다. ⓒ청와대

객관성 유지를 위해 '한국의 대표적 일간지(one of the leading papers in South Korea)' 10월 14일자 3면을 보자. 이라는 제목이 붙은 기사는 다음과 같이 흘러간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이 13일 오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이 대통령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배가 고파서 물로 배를 채우고 독재에 항거하다 감옥에도 간, 자신의 삶과 나라의 운명을 함께한 지도자를 환영하고자 한다"고도 했다. 그러곤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했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의 이 대통령 맞이는 극진했다. 뉴욕타임스가 "이보다 더한 환대는 없다(the carpet does not get any redder than that). 두 정상 간에 '뭔가 신비롭고 강력한 교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을 정도다. 일부 일정은 이 대통령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① 펜타곤 탱크룸에 간 최초의 외국 정상=이 대통령은 12일 오후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펜타곤을 찾았다. 미 합참의장이 주요 전장을 스크린을 통해 보면서 작전 지휘를 하는 전시상황실인 '탱크룸'에서 안보 정세에 대한 브리핑도 받았다. '탱크룸'은 그간 외국 정상에게는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펜타곤의 심장부다. 청와대는 "양국 동맹이 굳건함을 보여주는 굉장히 상징적인 행사"라고 설명했다.

② 한식당에서 비공개 만찬을 한 두 정상=이 대통령의 12일 저녁 일정은 '두 정상 간 친교행사'로만 잡혀 있었다. 뚜껑이 열린 결과 오바마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위해 고른 장소는 워싱턴 외곽(버지니아 주 타이슨스 코너)의 한식당 '우래옥'이었다. 실무진은 백악관을 염두에 뒀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격의 없이 얘기하기 위해 외부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특히 워싱턴 주변에 한인들이 많이 사는 만큼 한식당이 좋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한다.
오바마의 배려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전용 차량에 이 대통령과 함께 탄 다음 우래옥으로 갔고 만찬이 끝난 뒤엔 이 대통령의 숙소인 블레어하우스까지 배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래옥에서 식사를 하던 중 미 의회가 FTA이행법안을 처리했다는 소식을 자신의 휴대전화인 블랙베리로 접하고 "압도적으로 통과됐다"고 알려 참석자 모두가 박수를 쳤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빛났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③ 두 정상 부인의 동반 외출=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은 그간 외국 정상 부인들과 백악관에서만 만났다. 그러나 13일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김 여사의 둘째 딸을 워싱턴 근교 애넌데일 고교로 초청했다. 한국을 포함, 90개국 출신 학생 2500여 명이 다니는 학교로 외출한 셈이다.

오바마 MB 환대? 봉이니까

오바마는 왜 그토록 MB를 환대한 걸까? 대한민국이 안보상 중요해서? 이날자 중앙일보 1면 톱 제목처럼 '한미경제동맹'의 중요성 때문에?

둘 다 '땡'이다.

정답은 미국의 '봉'이니까.

MB가 엉클 톰을 떠받치고 있는 군산복합체(military industrial complex)로부터 무려 14조 원어치의 무기를 구매하겠다고 했으니, 얼마나 예쁠까!
톰 아저씨, 나 예뻐?

14조 원이 얼마나 큰 돈인가? DJ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 북한에 퍼줬다고, 꼴통들이 기리기리 악 쓰는 액수, 4대강 죽이기 초기 투자발표액(나중에 8조 추가됐지만)과 맞먹는 규모다.

그렇게 봉이 되고도 뭐가 부족했는지, 외무고시 시보한테 맡겨도 깔끔하게 처리할 △미 상공회의소 연설문 △미 의회 합동연설문 △국빈방문 관련 발언문 등을 웨스트윙라이터스라는 로비 업체에 4만5,000 달러 주고 맡겼다니.

배알도 없고, 국민적 자존심도 없는 정권!


▲ 노무현 전 대통령 ⓒ프레시안

노무현 해외 나가면 국내 잠잠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면 국내가 잠잠한 게 순리다. 2004년 11월 12일 기자 출신의 국회의원 전여옥이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 자격으로 풀어놓은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기대한다' 제하의 독설(毒舌) 논평을 보자.

'노무현대통령의 탄핵으로 직무정지 때, 휴가를 갔을 때, 그리고 해외순방 때-'
이 세 가지 공통점은? 시중에 떠도는 그래도 나라가 조용했던 때'를 가르키는 뼈있는 농담이다.

오늘 노무현대통령이 APEC참석과 남미순방을 위해 11박 12일 해외순방길에 오른다. 경제파탄과 편가르기를 국정목표로 한듯한 지금 현실에서 '노대통령의 부재'는 모처럼 나라가 조용해질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되도록 오래 머무시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이다.

국내정치는 엉망이어도 외교적으로 큰 성과를 거둔 지도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 결말은 고르바초프를 비롯해 좋은 경우가 없었다. 그러나 노무현대통령은 내치는 말할 것도 없지만 외치 역시 오랜 친구도 내쫓다시피하고 그렇다고 새 친구도 사귀지 못하는'고립무원의 처지', '왕따 외교'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외국을 갔다오면 '기업이 국가더라'는 식의 작은 학습효과는 있었다. 노무현대통령의 임기는 무려 '3년'이나 남았다. 노무현대통령에게도 '3년'이란 긴 시간이지만 고통 받는 국민에게는 '30년'과도 같다. 국민들은 외국을 다니며 보고 배운 작은 학습효과가 지금이라도 제대로 국정에 반영되길 바란다.

세계 정상의 지도자들과 만나 말하기 보다는 듣고, 자랑하기 보다는 반성하고 화합과 번영의 묘수를 어깨너머라도 배우고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아는 만큼 보이듯 가본만큼 아는 시대라고 했지 않은가?

2004년 11월 12일 한 나 라 당 대 변 인 전 여 옥

노무현이 상고 나왔다고 엄청 깔본 그 사람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나 뭐라나.

MB는 바깥에 있어도 국내 시끌

바보 노무현 때는 순방 나가면 국내가 조용하기나 했다. 근데, 지금은 MB가 밖에 나가 있어도, 국내는 시끄럽다. 갔다 오면 더 시끄럽다.

10월 17일자를 보자.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만 다녀오면 악재가 터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벌써 세 번째, 그것도 세 달 연속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몽골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을 방문했다. 자원과 에너지 분야의 협력 강화에 합의한 성과물이 있었지만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개표 무산으로 빛이 바랬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시장직을 사퇴했고, '보수의 패배'라는 세간의 평가 속에 안철수 돌풍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지난달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도 돌발변수가 터졌다.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와 유엔 원자력안전고위급회의에서 각각 기조연설을 했고, 현지 인권단체가 주는 세계 지도자상도 받는 등 성과를 올렸지만 최측근들의 스캔들로 체면을 구겼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이국철 SLS그룹 회장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대한 스폰서 의혹을 폭로했다. 이 대통령은 귀국길 내내 표정이 굳어 있었다고 한다.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현재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12일 미국 의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함에 따라 기존 안보 동맹에 이어 경제 동맹을 수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청와대는 자평했지만 '내곡동 사저' 논란 속에 묻힐 위기다.

여권 수뇌부까지 10·2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재검토 의견을 피력한 가운데 이 대통령은 결국 17일 "사저 문제는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중심으로 이른 시간 내 전면 재검토해서 결론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 대통령 퇴임 후 사저를 서울 논현동에서 내곡동으로 이전하기 위해 아들 이시형씨 명의로 내곡동 부지를 매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9일 만이다.

미국의 푸들들로 포진된 MB 내각이 밀어붙이고 있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관철시키기 위해 '미국논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인준 후 재협상 카드를 내미는 지경에 이르면, 이 사람이 거액의 혈세를 낭비하며 왜 해외 순방을 갔다 왔는지 궁금해진다. 그런데도 혈세 낭비에 대한 질타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다시 바보 노무현 시절로 거슬러 가보자.

MB한테 당근, 채찍 번갈아 쓰면서 어렵사리 딴 종편채널 때문에 고생 많은 2007년 2월 14일자.

남유럽을 순방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해외순방 횟수가 전임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순방기록과 '타이'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스페인 국빈방문과 로마교황청, 이탈리아 순방을 위해 지난 11일 출국함으로써 2003년 2월 취임 후 지금까지 23차례 해외순방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김 전 대통령은 동일 국가를 중복 방문한 것을 포함해 재임 5년간 23차례에 걸쳐 37개국을 방문, 해외순방 횟수에서 역대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고,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14차례에 28개국을 방문한 바 있다.

현재 임기 1년을 남겨놓은 노 대통령은 하반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등 올 한해에만 5차례 안팎의 해외순방 일정이 예정돼 있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외국을 가장 많이 다닌 대통령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외국 방문 횟수 면에서도 노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9월 루마니아 방문으로 김 전 대통령이 갖고 있던 종전 기록(37개국)을 경신했다.

한편 한나라당 김희정(金姬廷) 의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베트남, 캄보디아 방문 때까지 정부 결산이 이뤄진 20차례 노 대통령의 해외순방에는 모두 547억여원, 1회당 평균 27억여원의 예산이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가 하고 싶은 말은, 상고출신 대통령이 국민혈세 펑펑 쓰면서 자주 바깥 나들이를 한다는 거다. 그래도 노무현은 일류상고나 나왔지. 그리고 김희정을 내세워 혈세 얘기를 한다. 시간 나면 MB가 나들이에 쓴 혈세나 계산해봐야겠다.


▲ 이명박 대통령과 칼리파 빈 자에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 ⓒ청와대

세일즈 외교는 무슨

MB가 장사꾼 출신이라서 다른 건 몰라도 세일즈 외교는 잘 한다는 얘기가 회자되곤 한다. 진짜?

자질구레한 것 빼고 한 가지만 따져보자.

2009년 12월 말, 대한민국 전역에 경사났었다. 단군 이래 최대 액수의 수출이 MB아저씨에 의해 성사됐다는 거다.

400억 달러(47조 원) 규모의 두바이 원전 수주를 놓고 일본, 프랑스 등과 첨예한 경합을 벌이던 중, MB가 두바이로 날아가 왕자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57)과 담판 끝에 수주했다는 게 조중동, KBS 등을 비롯한 대한민국 언론들의 찬가였다.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거짓말이었는지는 나중에 다 들통 났으니 넘어가자.

문제는 47조라는 게 허상이라는 거다. 한전수력원자력이 받아올 돈도 얼마 안 될 뿐더러 제반 계약 조건이 우리에게 불리하다. 더욱이 MB가 성공적인 개발 모델로 추앙하던, 그래서 제주도조차 그 식으로 개발하겠다던, 그 두바이가 2009년 11월 모라토리엄(채무이행불능)에 빠진 것이다.

나중에 두바이 원전 실상도 조사해야 할 거다.

청와대는 MB의 이번 아시아 순방이 역내 협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역내(域內)는 무슨? 내치(內治)나 잘해라!



/윤재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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