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9일 토요일

경제관료들, 外銀 헐값매각에서 마지막 '선물' 주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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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추경호 2003년 外銀매각 관여, 산업자본 판단 미뤄오다 끝내...


김석동.추경호 2003년 外銀매각 관여, 산업자본 판단 미뤄오다 끝내...

금융위원회가 18일 결국 론스타의 '먹튀'를 방조하는 '조건없는 외환은행 주식매각'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을 내린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 헐값매각의 '원죄'를 저지른 장본인들이었다. 핵심 관련자들은 법원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금융위는 이날 정치권과 외환은행 노동조합, 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론스타에 대해 외환은행 지분 41.02%를 6개월 내(2012.5.18까지)에 매각하라고 결정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조건없는 매각명령'으로 론스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도록 허용했으며, 애초부터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할 산업자본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 론스타가 일본에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고, 최근에는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 정체불명의 5개 펀드가 론스타에 참여한 점도 눈감았다. 은행법상 비금융자산이 2조원 이상이면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으며, 산업자본은 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 

이번 금융위의 결정으로 지난해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와 체결한 계약을 이행할 경우 4조 4059억원을 추가로 챙길 수 있게 됐다. 

이날 결정을 주도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을 지냈으며,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은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으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함께 핵심 정책 당국자였다. 

이들은 다른 정부 핵심 관계자들과 함께 외환은행 헐값매각의 분수령이 된 2003년 7월15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10인 비밀대책회의’에 참석한 인물들다. 

재경부, 금감위, 외환은행, 청와대 관계자 등이 모여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을 결정했던 당시 '10인 비밀대책회의'에서는 외환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을 사실상 '조작'해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검찰의 2005년 외환은행 헐값매각 수사와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를 보면 당시 청와대와 재경부, 금감위, 외환은행 핵심 관계자들이 참석해 열린 ‘10인 대책회의’에서는 은행 대주주의 자격이 명시된 은행법 시행령 제8조의 예외를 승인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받아들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외환은행은 자기자본비율 전망치를 최저 5.42%로 보고했다. 그런데 다음날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외환은행의 BIS비율 전망치는 9.14%였다. 하지만 며칠 뒤 금감원은 외환은행에 비아이에스 비율 전망치를 보내달라고 요구했고, 외환은행은 '10인 비밀대책회의'에서 결정된 6.16%를 통보냈다. 금감원은 이를 그대로 받아 2003년 7월25일 금융감독위원회 간담회에 외환은행이 건넨 수치를 내놓았다. 결국 외환은행은 부실은행으로 판명났고, 론스타가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얻을 수 있게 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추경호 부위원장은 감사원 감사와 지난 2005년 열린 국회 청문회 등에 당시 결정에 대해 "당시 정부 안에서 외환은행을 가만두면 부도가 난다는 위기의식이 강했다. 론스타에 매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런 은행을 사겠다는 곳이 나타났는데, 이를 거절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책임을 재경부 쪽에 미뤘다. 

재경부 쪽에서 '10인 대책회의'에 참석한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헐값매각 관련 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BIS비율을 낮춰서 보고한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헌재 씨와 경기고 선후배 사이로 이른바 '이헌재 사단'으로 불렸다. 이헌재 씨는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법률사무소의 고문이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시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이었는데, 2006년 감사원에서 소환조사를 받기도 했으며, 당시 검찰의 수사기록에는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2003년 6월15일 김앤장의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골프장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관련 청탁했다는 내용도 기재돼 있었다. 

이들 중 누구도 유죄판결을 받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부실하지 않은 은행을 부실한 은행으로 둔갑시켜 론스타에 헐값에 매각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특히 김석동-추경호 라인은 올해 들어서도 론스타에 대한 산업자본 여부 판단도 미뤄왔다. 

은행법상 은행 대주주의 산업자본 여부는 금융위가 6개월마다 정기적격성 심사를 해야 하는데, 론스타에 대해서는 지난 7년간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다가 올해 3월 딱 한 차례 열렸다. 결과는 "외국인 주주이기 때문에 자료는 부족하지만 산업자본으로 보기 어렵다". 이후 지난 5월 골프장 소유 사실이 확인되고, 최근에는 정체불명의 펀드가 2003년 인수를 전후해 론스타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산업자본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한 데 이어 김 위원장과 추 부위원장은 이날 '조건없는 매각명령'으로 8년만에 론스타에게 마지막 '선물'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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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근 기자taegun@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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