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사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터’ 의혹의 몸통이었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20일자 사설 '[사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터’ 의혹의 몸통이었나'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를 둘러싼 의혹의 실체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사저 논란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곡동 터 결정 과정과 구입자금 출처 등에 대해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김 전 처장의 증언 내용은 이 대통령이 내곡동 터 구매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는 청와대와 여권의 그동안 해명과는 차이가 많다. 김 전 처장은 이 대통령이 경호처에서 후보지로 검토한 12곳 가운데 내곡동을 추천받은 뒤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사저 터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또 매입자금으로 이 대통령 자신의 ‘개인 돈’을 사용했고, 아들 시형씨 명의로 구입하자는 경호처 의견도 받아들여 시형씨를 구매자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김 전 처장의 설명대로라면, 이 대통령은 내곡동 터 매입의 전 과정을 주도한 직접 당사자가 된다. 한마디로 내곡동 터 의혹의 ‘몸통’인 셈이다. 김 전 처장이 “(이 대통령이) 평생 사실 집이고개인 돈을 투자한 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시형씨 이름으로 내곡동 터를 구입한 행위가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임을 사실상 확인시켜준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명확한 설명은커녕 어벌쩡하면서 국민의 관심이 사그라들기만 기다리고 있다. 김 전 처장의 증언을 두고도 청와대 관계자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라며 그저 얼버무릴 뿐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본의 아니게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쳐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한 데서 조금도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내곡동 터 의혹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의혹의 몸통으로 부각됐고, 그동안의 해명이 사실과 다른 것에 대한 국민적 배신감은 한층 커졌다. 민주당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국정조사 추진 등을 천명했고,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임기 후 형사소추 대상이라며 이 대통령에 대한 고발장 작성을 마쳤다고 벼르고 있다. 청와대는 더 숨길 것도, 숨을 곳도 없다. 이 대통령이 직접 구매 과정을 소상히 밝힌 뒤 사과할 일은 사과하고 책임질 일은 책임지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기회마저 붙잡지 못한다면 이 대통령의 도덕성은 그야말로 벼랑 아래 바닥에 처박힐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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