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30일 수요일

'주식회사 병원', 이익을 볼 사람과 손해를 볼 사람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9일자 기사 ''주식회사 병원', 이익을 볼 사람과 손해를 볼 사람'을 퍼왔습니다.
[기고] 영리 의료 법인 도입에 앞서 생각해 볼 것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법은 1963년 12월 16일 제정되었는데 1977년 7월 1일 500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사업장부터 시작하여 그 대상을 점차 확대하여 1989년 7월 1일 마지막으로 도시 지역 자영업자에 대한 보험을 실시함으로써 적용 대상자가 전 국민으로 확대되었다.

2000년 7월 1일 그 동안 다보험자(조합주의) 방식으로 운영하던 운영 체제를 하나로 통합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단일 보험자 방식으로 운영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법은 국민의 기본적 욕구의 하나인 보건의료에 대하여 보편주의적으로 접근하여, 가입자의 소득에 비례하여 보험료를 부담하고 급여액 산정 시에는 기여 정도를 따지지 않고 의료 사고의 종류와 진료 기간을 기준으로 누구나 평등하게 혜택을 볼 수 있는 사회 보험 제도이다.

이에 따라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 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 보장을 증진 도모하며 소득 재분배 기능을 통하여 전체 국민의 통합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 보장 제도만으로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 국가이다. 외국에 나가 보면 안다. 영리 의료 법인과 민영 의료 보험을 허용하고 있는 미국이나 시장 사회주의의 전형인 유럽의 소위 복지 국가는 아무리 아파도 돈이 없으면 죽을 때까지 혹은 자기 진료 순서가 올 때까지 몇 달이고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대한민국 국적만 가지고 있으면 저소득층의 의료 급여 대상자에게도 동등한 진료를 제공하여 세계적인 권위의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의술도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서 현재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의료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우리 국민도 대부분 우리나라의 의료 제도에 대하여 감사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의료 선진화, 성장 동력, 의료 수출, 고용 창출 등을 명분으로 영리 의료 법인(주식회사 병원)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당연 지정제의 폐지 즉 국민건강보험을 민영화하는 것은 아니므로 미국처럼 의료 보장에 있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의료 접근권이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기관은 법인 형태가 가능한데 비영리 법인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이 제도 하에서 의료 선진화를 단기간에 이미 달성하였다. 국내 유수한 병원들이 해외에 진출하고 있으며 의료 관광도 나날이 활성화되고 있다. 일부 재벌 기업도 비영리 의료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비영리 의료 법인은 병원 경영과 수익 사업으로 얻은 수익금을 병원 경영에 재투자하여야 한다. 영리 법인은 수익금을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배분할 수 있다. 사실 이명박 정부의 영리 의료 법인 추진의 명분인 의료 선진화를 위해서는 병원 수익을 모두 병원 경영에 재투자해야 하는 비영리 법인 제도가 주주들이 개인적으로 배당금으로 가져가는 영리 법인보다 바람직할 수 있으므로 정부의 주장은 좀 더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

영리 의료 법인이 왜 필요한가? 정부 차원의 기대 효과로는 영리 의료 법인이 되면 세금을 더 부과할 수 있고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 악화에 좀 더 탄력적인 해결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국민의 의료 수요와 의식의 수준이 높아지고 고령화 사회로 변해감에 따라 국가가 혼자서는 국민의 의료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 이명박 정부의 제안처럼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의료 개방과 외국인 투자 유치, 의료 관광, 병원 해외 진출에는 확실히 플러스 효과가 있으므로 의료의 성장 동력화에 긍정적 요인이 된다.

그러나 대학병원은 기본적으로 연구 교육 기관으로서 수익금을 연구와 병원의 선진화에 재투자해야지 영리 의료 법인으로 전환하여 재단 이사들이 개인적으로 가져가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자본가들은 영리 의료 법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의료 사업은 현재의 국민건강보험제도 아래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고 있는 사업이다. 의과대학, 치과대학 등의 인기가 사상 최고인 것을 보면 안다. 현재 재벌과 슈퍼 부자들도 비영리 의료 법인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은 수익을 배당금으로 마음껏 가져가고 싶다. 영리 의료 법인은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사실 이것은 의사에게도 수익 증대의 좋은 기회이자 도전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많은 의사들 특히 개원의들은 재벌들의 프랜차이즈병원의 봉직의로 흡수될 것이다. 한편, 슈퍼 부자 환자 고객들은 VIP 부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과 같은 병원을 원하는데 영리 의료 법인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영리 의료 법인의 도입에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오랜 기간 공 들여서 이룩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보장 제도가 무너질 개연성이 존재한다. 즉, 수익성 위주의 병원 운영에 의한 과잉 진료와 더불어 진료비 증가, 국민건강보험 재정 고갈, 보험료 증가가 뒤따를 것이다.

또 의사 환자 간의 신뢰관계가 이익관계로 변질되면서 부자 위주 진료의 가능성이 있다. 영리 병원에서는 국민건강보험에서 정한 진료비 기준 대신 병원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진료비를 받을 수 있고 영리 병원 진료비 기준에 맞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민영 의료보험 상품이 개발될 수 있다.

부자들을 위한 특별한 의료 서비스는 민영 의료 보험이 없는 현재에도 이미 많이 개발되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성황리에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민영 의료 보험은 환자가 의사에게 주는 진료비에서 수수료를 챙김으로써 보험 회사가 돈을 가장 많이 번다. 결과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대형 병원들은 영리 병원으로 전환할 것이고 국민들은 영리 병원, 보험 회사 주주들의 이윤까지 부담해야 하는 등 영리 병원과 민영 의료 보험의 도입은 의료 제도와 국민 경제 등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 동안 우리나라 의료가 선진화된 것은 의료계의 노력이었고 정부의 지원은 의사들은 부자라는 선입관 하에서 타 산업 분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미미하였다. 이명박 정부가 의료의 성장 동력화를 위한 진지하고 발전적인 고민으로서 영리 의료 법인 도입을 제안하는 것은 이해하나 우리가 이룩한 의료 보장 제도를 더욱 공고히 하는 틀 안에서 대안을 도출하여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가 자본 운영한 대가를 가져가고 가진 자가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자본가들의 수입원을 확대시키기 위하여 혹은 일부 최상위층의 만족을 위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의료 보장 제도를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

정책 제안자들은 국민, 환자, 의사, 정부 등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구성하는 주체들 모두에 대한 다각화된 접근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의료 서비스 선진화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의료 개혁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박길홍 고려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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