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일 목요일

[사설] 법관의 SNS 사용 한계 설정, 신중하게 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30일자 사설 '[사설] 법관의 SNS 사용 한계 설정, 신중하게 해야'를 퍼왔습니다.
엊그제 열린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페이스북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판한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법관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사용하는 데 신중한 자세를 견지할 것을 권고하고, 앞으로 사용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의 경위 등에 비추어 윤리위가 최 판사를 징계하지 않은 것은 적절한 결정이다. 이와 별개로 법관의 에스엔에스 사용 문제 등에 대한 건설적 논의를 위해서라도 이번 일을 차분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은 가 최 판사의 페이스북 게시 내용을 끄집어내 대대적으로 보도한 뒤 대법원이 곧바로 윤리위에 회부해 ‘심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비화했다. 조선일보는 ‘뼛속까지 친미’라는 글 내용과, 최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싫으면 법복을 벗는 게 정상”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지면 배치나 제목, 후속보도 등에서 드러나듯이, 조선일보는 애초부터 판사의 ‘진보’ 성향 자체를 문제 삼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영철 대법관 사건 당시 보도 태도와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가 촛불시위 재판에 개입해 판사들에게 압력성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판사들이 집단 반발할 때도 “법원 내부 일을 외부에 폭로하는 것은 사법부를 향한 파괴공작”이라며 오히려 신 대법관을 감쌌던 게 조선일보다. 그러나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에 대해서는 유독 다른 잣대를 들이대며 판결을 문제 삼아 왔다. 그러니 이번 보도 역시 진보 성향 판사에 대한 압력이나 길들이기 의도 아래 대서특필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법원이 보도 직후 곧바로 최 판사 건을 윤리위에 회부한 것은 사법부가 특정 보수언론에 휘둘린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는 법관들에게 위축효과를 불러일으켜 자칫 균형잡힌 판결에 지장을 줄 우려마저 없지 않았다. 다행히 징계는 없었으나 대법원 수뇌부는 이런 대목을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윤리위가 에스엔에스 사용에 있어 법관들의 신중한 자세를 권고한 것은 일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정도의 외관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그러나 정당 가입이나 활동 등 적극적 정치행위가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정치적 표현은 공무원 일반에게도 허용되는 헌법적 권리다. 판사 역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재판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포괄적인 의미의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에스엔에스 사용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에스엔에스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파급력 차이 등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이번 사건은 판사가 사적 공간으로 여기고 허물없이 얘기한 것을 언론이 뛰어들어 특정 대목을 부각해 보도하면서 논란거리가 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필요 이상으로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에스엔에스 공간 자체를 위축시키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