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31일 토요일

몰락한 ‘폴리널리스트’, 한국언론 부끄러운 초상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28일자 기사 '몰락한 ‘폴리널리스트’, 한국언론 부끄러운 초상'을 퍼왔습니다.
[정치권으로 간 언론인들] 감시자에서 기생자로, 언론장악 첨병으로…

2011년은 언론인들에게 특히 부끄러운 일이 많았다. 권력을 쫓아 정치권으로 뛰어든 전직 언론인들, 이른바 폴리널리스트들의 부정부패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권력의 감시자였던 이들이 권력의 단맛에 취해 급속도로 부패하고 변질되는 모습은 이 땅의 언론인들에게 반면교사가 됐다. 쇠락해 가는 권력에 기생해 사리사욕을 채우려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폴리널리스트들은 이명박 정부 시대를 사는 언론인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지난 3월 서민의 피눈물을 쏟게 만들었던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3명의 언론인 출신 정치인들이 연루됐다.
김두우·홍상표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금품 청탁을 받고 부산저축은행그룹 퇴출을 무마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각각 중앙일보와 YTN 출신이다. 박씨는 김 전 수석이 중앙일보 정치부장 시절 때부터 알고 지내며 뒤를 봐줬다는 후문이 들린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김은혜 KT상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동관 전 청와대 언론특보,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 홍상표 전 청와대 홍보수석. 가나다 순.

동아일보 출신의 이동관 전 청와대 언론특보도 ‘박태규 리스트’도 포함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동관 전 특보는 이를 폭로한 민주통합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게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인지 몰랐다”는 문자를 보내 또 다른 입방아의 주인공이 됐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다르지 않았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한국일보·조선일보 기자 시절부터 공직에 오른 이후까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임기말 부패의혹의 주인공들은 공교롭게도 언론인 출신이 적지 않다. 특히 김 전 수석과 이 전 특보는 MB와 임기를 함께 한다는 ‘순장 4인방’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이 중 이 전 특보는 얼마 전 TV조선에 출연해 “스스로 MB 아바타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권을 향한 끝없는 충성심을 숨기지 않았다.
홍상표 전 수석 역시 언론장악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YTN ‘돌발영상’이 폐지되고 노종면 등 기자 6명이 해직되는 과정에서 YTN에 몸담았던 홍상표 전 수석에게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방송 장악을 하지 않기 위해 미디어법을 고쳐야 한다”는 자가당착적 말로 미디어법 처리에 앞장섰던 신재민 전 차관 역시 MB식 언론장악의 일등공신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대통령의 입’으로 활동했던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도 입방아에 올랐다. MBC 기자출신인 김 전 대변인은 청와대를 떠나 30대의 젊은 나이로 KT 상무로 옮겨가 ‘낙하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김 상무는 최근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는 과정에서 뉴세븐원더스 재단과 부적절한 협약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선정 기준이나 공신력도 문제였지만 공무원을 강제 동원하고 KT 전화비 200억 원을 체납해 선정 취소 논란이 제기되는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편파방송 논란과 함께 ‘종편 먹을거리’를 만들어 주려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KBS 수신료인상과 KBS 도청 의혹 사건에는 MBC 아나운서 출신의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의혹의 시선을 받았다.
한선교 의원의 도청문건 논란으로 촉발한 이 사건은 KBS 김인규 사장과 그에게 충성하는 기자들, 그리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신료 인상에 힘을 쏟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찰은 한선교 의원과 도청 의혹을 받던 KBS 장아무개 기자를 무혐의 처리했지만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MB의 멘토로 불리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노골적으로 발 벗고 나서서 종합편성채널 4사에 특혜를 쏟아 부었다. 최시중 위원장은 동아일보 논설위원 출신이다. 개국 당시 제대로 된 편성표조차 내놓지 못하던 종편사들이 12월 1일 일제히 개국할 수 있었던 건 최시중 위원장의 역할이 컸다는 지적이다. 최시중 위원장은 의무 재전송을 강제하며 황금 채널 배정을 압박하는 등 전방위 특혜를 밀어붙였다는 지적을 받았다.대기업 광고 책임자들을 불러다 놓고 광고 압박을 한 정황도 여러 차례 포착됐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한나라당 해체 위기를 불러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테러 사건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홍보기획본부장으로 기용하면서 ‘스핀닥터’의 역할을 부여받았던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신태섭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불공정하고 탈법적인 정부이다보니 언론인 출신들만 문제를 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더 높은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면서 “언론계에서 자율적인 규제와 문화를 확립해 이런 일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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