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군 면제 정부’ 4년… 대북 정보라인 붕괴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21일자 기사 '‘군 면제 정부’ 4년… 대북 정보라인 붕괴'를 퍼왔습니다.
김정일 사망 직후 일본방문, 꼬깔쓰고 생일파티까지… 엉뚱한 노무현 책임론도

자칭 ‘보수정권’의 실력이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 최고 권력자 사망 소식을 이틀 뒤에 알았다. 청와대는 대통령 생일파티를 준비하다 이러한 중대 뉴스를 접했다고 한다. 대북정보 책임자인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한 뒤 ‘사망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이명박 정부 안보라인은 ‘먹통’이었다는 얘기다. / 편집자 주
“북한이 ‘특별방송’을 예고한 19일 오전, 청와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71번째 생일과 41번째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는 축하모임이 열렸다. 직원 200여명이 모여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일부는 고깔모자를 쓰고 이 대통령 부부를 축하했다고 한다.”

한겨레는 12월 20일자 4면 는 기사를 통해 19일 정오를 앞둔 청와대 풍경을 전했다. 입만 열면 ‘안보’를 외치는 보수정부의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가 북한 최고 권력자 사망 소식도 모른 채 생일파티를 즐겼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 생일파티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특별방송’은 오묘한 조합이다. 웃고 넘기기에는 황당함을 넘어 위험천만한 장면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갑자기 숨을 거둔 직후 북한에 급변사태가 일어났다면, 청와대는 그것도 모른 채 천하태평 세월을 보냈다면 것은 상상만 해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청와대가 북한이 이미 예고한 ‘특별방송’의 엄중함만 고려했어도 이런 황당한 상황은 없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9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소식을 전한 가운데 20일 서울역 대기실에서 시민들이 김정일 사망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12월 20일자 2면 는 기사에서 “‘중대 방송’은 이따금 나오는 반면 ‘특별 방송’ 형식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처음이란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없는 예후였다. 하지만 청와대의 움직임에선 급박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대통령은 71세 생일을 맞아 아침에 참모들과 케이크를 잘랐다. 수석비서관회의 때도 북한 동향을 논의했다는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중대 뉴스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은 군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일보는 12월 20일자 8면 이라는 기사에서 “북한 내부 상황에 가장 정통해야 할 안보·외교라인 장관들도 지난 사흘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하나같이 북한의 급변사태와 상관없이 일정을 소화하다 19일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듣고 허둥지둥 뛰어 돌아오는 허술함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주목할 대목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은 공식 발표 이틀 전인 12월 17일 오전 8시 30분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그것도 모른 채 12월 19일 오후 낮 12시 30분, 일본 방문을 위해 한국을 떠났고 1박 2일 일정을 마무리한 뒤 돌아왔다. 

조선일보는 12월 20일자 12면 는 기사에서 “이 대통령은 전날(12월 18일) 일본에서 귀국한 뒤 청와대 참모진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요즘 북한 상황이 복잡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여러 징후가 있다’며 ‘북한을 잘 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비상국무회의를 주재, 김정일 北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른 국가안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뭔가 대비를 하고 있었다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조선일보 기사에도 그러한 주장의 한계가 담겨 있다. 조선은 12월 18일 일본 노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사실을 전하면서 “(한반도 문제는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거론됐을 뿐 위안부 문제로 대립했다) ‘김정일 사망’ 또는 북한 내 이상 징후를 조금이라도 감지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청와대는 19일 오전에도 평온한 아침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언론이 이명박 대통령을 변론해준다고 문제의 본질이 가려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사건 만큼이나 엄중한 사안이다. 안보라인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는 점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대북정보를 총괄하는 국가정보원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부시장을 지냈던 인물로 ‘전문성 부재’논란 속에 국정원장에 기용된 인물이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이 대통령이 전문성을 무시한 채 서울시장 시절 핵심 참모를 국정원장에 앉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지만 원세훈 국정원장은 경질 요구가 있을 때마다 자리를 보전했다. 원세훈 국정원장과 이 대통령처럼 군 면제자 출신이다. 김황식 국무총리 역시 군 면제자 출신이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북한이 조선중앙TV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 사망 소식을 발표하기 전까지 사망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비판의 초점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언론도 있다. 

문화일보는 12월 20일자 라는 사설에서 “대한민국 정보기관이 이처럼 취약한 건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대북 전문요원들을 괄시·홀대하고 심지어 숙청까지 한 결과였고, 현 정권에 들어와서도 보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임 정권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20일 CBS 라디오 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사과해야 되는 것이 정보기관에 비정보통들을 임명 했다. 서울시청 출신을 국정원장 시켰다. 북한통이나 정보통을 완전히 배제하고 전부 외부 인사들을 데려다 놨다. 탈북자들이 가져오는 걸 돈으로 사는 식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이 북한방송을 듣고서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알았다면 그런 국정원을 위해서 왜 그렇게 막대한 예산을 들여야 하는지 참으로 국민들이 갑갑할 것”이라며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4년 동안 남북 간 신뢰가 무너지고, 한반도 평화가 심각하게 위협받아 왔다. 이 과정에서 대북 정보라인도 완전히 붕괴된 것으로 이번에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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