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사설] 고장난 ‘원세훈 체제’ 언제까지 내버려둘 텐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22일자 사설 '[사설] 고장난 ‘원세훈 체제’ 언제까지 내버려둘 텐가'를 퍼왔습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엊그제 국회 정보위 발언이 일파만파를 낳고 있다. 북한의 공식 발표와 달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용열차가 사망 당일 평양에서 움직인 적이 없다고 밝힌 것 때문이다. 마치 북한의 김 위원장 사망 발표가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하는 발언이었다. 반면 군에서는 전용열차가 움직인 것으로 결론지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혼선이 일었다.
우선 최고급 대북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국정원과 군이 이렇게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뒤늦게 국방부가 원세훈 원장의 증언이 맞다고 해명했으나 과연 어떤 게 진실인지는 아직 확인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국회와 정부 얘기를 종합해보면, 원세훈 원장이 확실치 않은 정보를 언급함으로써 혼선을 유발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폐쇄적인 북한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는 건 물론 어려운 일이다. 원세훈 원장의 발언도 주한미군 보유 군사위성의 촬영 사진에 의존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 위성은 하루 3~4차례 한반도 상공을 오가며 북한 전역을 촬영한다. 따라서 전용열차가 움직였다가 제자리로 돌아온 것인지, 계속 한곳에 머문 것인지를 확인하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원 원장이 전용열차가 움직인 적이 없다고 단언한 것은 너무 성급한 발언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원세훈 원장이 다른 의도를 가지고 이런 발언을 했다면 더 큰 문제다. 민주당 쪽은 정보수집 능력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오자 이를 피해보려고 국정원장이 의도적으로 확실치 않은 정보를 흘렸다고 비판한다. “(정보위가) 시작하자마자 묻지도 않았는데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맞다면, 국정원은 김정일 사후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는커녕 책임 추궁을 피하려고 자칫 북한과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는 무책임한 짓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다.
국정원의 무능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월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잠입했다 들통났고, 5월 김정일 방중을 김정은 방중이라고 전세계 언론이 오보를 하게 해 망신을 당한 것도 국정원의 책임이 크다. 이는 이명박 정부 들어 국정원이 국내 정보 기능을 강화하면서 대북 정보 기능을 대폭 축소한 탓이 크다. 이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정보 문외한인 원세훈 원장을 교체하고 국정원 기능 전반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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