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사설]김정일 사망 성숙한 대응 자세 견지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20일자 사설 '[사설]김정일 사망 성숙한 대응 자세 견지해야'를 퍼오ㅏㅆ습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이 알려진 이후 우리 사회가 김일성 주석 사망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7년 전 김 주석 사망 때는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순식간에 첨예한 남남갈등과 정부의 미숙한 대처, 그리고 사재기 등으로 한반도 긴장은 고조되고,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다르게 대처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김 위원장 사망 후 아직 라면이나 생수, 우유와 같은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종전과 달라졌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7년 전에는 생필품 사재기로 이들 제품이 품귀현상을 빚은 바 있다. 또 정부의 대응도 지금까지는 비교적 차분하다. 정부는 성탄절을 맞아 애기봉, 평화전망대, 통일전망대 등 최전방 3곳에 등탑을 설치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고심하는 듯하다. 

사회 분위기가 성숙해진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세대가 바뀌면서 북한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것을 주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전쟁을 경험하거나 대결적 반공교육을 받은 세대들은 아무래도 북한 체제를 승리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의 40대 이하 세대들은 다수가 북한을 공존의 대상으로 본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면서 불필요한 불안감이나 소문이 확산되지 않는 것도 우리의 성숙한 대처에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한반도의 안정이 국익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17년 전 경험이 반면교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모습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일부 대북 강경론자들이 지금의 성숙한 대처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발언이나 행동들을 나타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뚜렷한 근거없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김 위원장의 ‘타살설’ ‘6개월 후 권력투쟁설’ 등을 제기하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또 일부 보수 강경파들은 ‘축 사망’을 외치거나 ‘남한 빨갱이 때려잡자’고 주장한다. 심지어 한 강경보수단체는 그제 광화문광장에서 인공기와 김 위원장의 초상화를 불태우려고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17년 전 김영삼 정권처럼 보수 강경론자들의 여론몰이에 떠밀려 강경입장으로 선회한다면 우리는 또 다시 값 비싼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당시 우리는 그릇된 대응으로 남북관계 악화와 외교력 약화라는 후유증을 앓았다. 정부가 성숙된 분위기를 바탕으로 한반도 안정을 위해 슬기롭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어제 사실상 북한에 조의를 표하는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현대회장의 유족에게 조문 허용 방침을 밝힌 것은 김 주석 사망 때에 비해 진일보한 태도다. 하지만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면 북한의 의사를 확인한 뒤 정부 차원의 조문단을 보내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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