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기고]얘들아, 높푸른 하늘에 학생인권조례가 펄럭인다


이글은 민중의소리l 2011-12-23일자 기사 '[기고]얘들아, 높푸른 하늘에 학생인권조례가 펄럭인다'를 퍼왔습니다.
"조례 통과 이후의 학생성숙도를 믿는다"

서울학생인권조례 수정안이 1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진통 끝에 가결됐다. 이 수정안은 이전 주요 쟁점이었던 '성적 지향과 임신 및 출산에 따른 차별 금지', '종교 자유 보장' 등의 경우 원안과 같고 '집회 자유 보장'과 관련해서는 교내 집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 교육의원 최홍이

교문 앞에서 멈춰 서있던 학생인권의 깃발이 창공에 나부낍니다. 축복하는 사람들은 평화롭고 행복합니다. 축복의 대상이 청소년이거나 소수자일 때는 더 아름답습니다. 입시와 경쟁교육에 무너져 가는 학생들의 인권이기에, 조례의 나부낌에 더더욱 가슴이 뿌듯합니다.

'당신의 사위가 여자이길 바란다', '며느리가 남자이면 그때 후회하려느냐?'. '초등학생에게도 임신ㆍ출산을 조장하느냐?', '아이들을 정치판으로 몰고 가느냐?'. '종교의 자유를 왜 가로 막느냐?' 던 무수한 저주와 협박을 기억합니다. 교통법규 제정은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구제하자는 것이지 사고를 조장하자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들은 다름과 틀림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를 극렬하게 반대한 분들의 우려도 이해합니다. 세상에서 '절대 진리'는 몇 가지 안 되기 때문입니다. 매사에 양면성이 있는 것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극단을 벗어나서 균형적 시각을 갖추면 세계 보편적 진리인 유엔 인권선언을 만나게 되고, 소수자의 인권을 차별하지 말라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권고문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가끔 사회나 학교에서 성 소수자들의 사례를 보게 됩니다. 있는 것을 없다하면 문명사회가 아니잖습니까? 그들이 다수가 아니라고 무시해야 하나요? 그들이 에이즈를 퍼뜨리고 입양보내려고 어린아이를 매매한다고요? 제가 아내와 미혼모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들을 돌보는 수녀님들이 더없이 고마웠습니다. 미혼모들은 아기를 기르며 학교에 가고 싶어 했습니다. 이들을 보듬는 성숙한 온정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선진국은 하는데 우린 말로만 선진국입니까? 미숙하여 일으킨 실수나 과오에 우리 사회는 너무 적대적이고 엄격한 게 문제입니다.

스웨덴 방문 때 만난 나까시 지역 교육책임자 린다는 25세의 여성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교육장'에 해당합니다. 약관에 재선의 관록을 묻자 오히려 린다가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습니다. 자기는 고교 1학년 때 스웨덴 중도연합당(현 집권여당)의 청년당원이었고, 그 활동을 인정받아 재선에 성공했노라고. 더 놀란 것은 나까시 시(市)의 예산 60%가 교육재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극우주의자 브레이빅의 총기 난사에 희생된 젊은이들이 노르웨이 노동당원 연수중인 고교 1년생들이었는데, 약소 정당에 후원금 몇 푼 낸 교사들을 재판에 회부한 우리와는 정치활동 격차가 자동 비교됩니다.


ⓒ민중의소리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 청계광장에서 청소년들이 서울시 의회에서 청소년 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유관순 열사의 3ㆍ1운동이나 4ㆍ19 학생혁명은 그냥 지나간 학생역사일 뿐이고, 아이들이 자기들 먹을 광우병 쇠고기가 불안해 촛불집회에 나가면 불온인 나라. 이 중고생들의 학내집회도 안 된다고 하는 나라.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종교의 자유를 누가 막습니까? 믿지 않을 권리와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자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더 이상 공존상생을 외면하지 맙시다.

역사는 민주주의 발달사이고 그 척도는 인권입니다. 우리가 우여곡절 끝에 통과시킨 학생인권조례는 유엔인권위로부터 통박당한 인권 후진국 불명예를 떨쳐내는 상징적 노력입니다. 반대하신 분들의 우려를 감안하여 집회나 복장 등은 학칙으로 지도할 수 있게 했습니니다. 이 조례로 하여금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길 소망합니다.

심야 통행금지와 해외여행이 금지된 수십 년의 독재 치하에서, 그게 억압구조인 줄을 모르고 지낸 사람도 있지 않았습니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오열하는 북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까요? 역설적이게도 친위 쿠데타로 집권한 신 군부가 이 두 가지를 풀었는데 우려하던 혼란이나 안보 불안은 없었습니다. 그처럼, 우리는 서울인권조례 통과 이후의 학생성숙도를 믿습니다.

수많은 날밤을 지새우며 주민발의안을 손질한 윤명화, 김형태 의원의 노고와, 김종욱, 서윤기, 김명신, 최보선 의원의 열정, 그리고 김상현 위원장의 지도력에 역사적인 평가를 바칩니다.

얘들아! 저 높푸른 하늘에 펄럭이는 인권의 깃발을 보아라! 그렇게 힘차게 도약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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