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사설]BBK 의혹, 정봉주 유죄 확정으로 묻힐 일 아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22일자 사설 '[사설]BBK 의혹, 정봉주 유죄 확정으로 묻힐 일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이른바 BBK 의혹 위에서 세워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5년 전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 정동영 후보 측은 물론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박근혜 의원 측도 이명박 대통령이 BBK의 실소유주이며 주가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하면서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나 검찰과 특검은 이 대통령의 혐의가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면죄부를 발행했던 것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의 BBK 소유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고 한다. 대법원 2부가 어제 정 전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 전 의원은 구속수감되며,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내년 총선 등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도 완전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으며, 온갖 의혹들이 현재진행형으로 굴러가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들이 “야당 정치인을 탄압하려는 전형적인 정치재판”이라고 반발한 것도 공판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BBK와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증거들은 철저히 무시하는 등 법원이 보여준 편향성 때문일 터이다. 

확정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정봉주=범죄자, 이명박=피해자’라는 등식이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듯하다. 따지고 보면 BBK 의혹 제기의 강도에서 박근혜 의원은 정 전 의원보다 강하면 강했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그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BBK 사건을 “5500명의 투자자에게 10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고, 피해자가 자살까지 했던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 “BBK의 실제 주인이 우리 당의 모 후보라는 비밀계약서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을 기소하고 유죄를 확정한 논리대로라면 박 의원도 기소돼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대법원 확정 판결과 무관하게 BBK 의혹은 묻혀질 수도 없고, 묻혀져서도 안된다. 얼마전 SLS그룹 비리로 구속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SLS 이국철 회장에게 돈을 받아 BBK 사건 공작금으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한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주)다스에 대한 미국 검찰의 수사, 다스의 수상한 지분이동, 김경준 기획입국 위증의혹 등 새로이 밝혀내야 할 BBK 관련 의혹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대법원 판결은 BBK 의혹의 종결이 아니라 진실 규명의 시작이 돼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