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9일 목요일

아직도 지상파 뉴스를 보냐는 물음에 건네는 2011년 풍경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29일자 기사 '아직도 지상파 뉴스를 보냐는 물음에 건네는 2011년 풍경'을 퍼왔습니다.
[2011 미디어 결산]종편 벌한 SNS, 나꼼수 벌하려는 방통심의위

한국 사회에서 1년을 정리하는데 '다사다난'이란 표현은 늘 25.7%쯤 부족하다. 더욱이 올 해의 경우, 한 해의 이슈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일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해 가장 뜨거웠던 미디어 이슈, 변화, 사건을 꼽아봤다. 1위부터 5위까지는 편집국 논의를 통해 결정했으며  나머지는 무순이다. 


▲ 인터넷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이용한 무선인터넷 이용현황은 2010년에 비해 무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1. 스마트폰 2000만대 돌파, SNS의 시대
‘전통적 개념의 미디어 시대는 끝났다’ 지난 2007년 구글의 부사장인 빈트 서프가 미디어 혁명을 단언했을 때만 해도 그것은 그냥 바다 건너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바야흐로 2011년 한국 사회도 ‘슈퍼 플랫폼을 든 개인들의 시대’가 전통적 개념의 미디어에게 종언을 고하고 있다.
신문 구독률은 떨어지고, TV시청률 마저 전과 같지 않지만 정보의 유통과 확산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2011년은 한국 사회 미디어 지형에 가장 근본적인 변화가 궤도에 오른 해로 기억될 것이다. 신문도 방송도 보지 않으며 생각 없이 사는 듯 보이는 사람들은 그러나 손엔 하나씩 ‘슈퍼 플랫폼’을 들고 전에 없던 ‘네트워크’를 형성해 오히려 기존의 미디어를 ‘정보빈자’(information poor)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2011년 스마트폰 보급률은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2000만대를 돌파했다.
스마트폰 그리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변되는 SNS시대의 도래는 기존의 언론 구도는 물론 사회적 이슈의 설정 능력, 전통적 방식의 지식 정보 유통에 그야말로 ‘빅 엿’을 먹이며 사회 전체를 격변으로 몰아넣었다. 오세훈 시장의 사퇴를 촉발한 무상급식 주민투표 부결부터 10.26재보선 그리고 최근의 안철수 현상에 이르기까지 2011년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사회적 현상에는 SNS가 있었다. 미디어가 ‘마사지’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SNS는 하나의 미디어라기 보단 이제 미디어 전체를 포괄하는 어떤 상위개념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과 SNS가 촉발시킨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아직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란 점이다. 내년 선거에서 SNS의 위력은 이제 변수를 넘어 부동의 상수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는 조중동과 지상파로 대변되는 전통적 미디어의 영향력이 실제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최후의 장이 될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새로운 미디어는 언제나 임계점에 이르면 경계를 넘어 이전 미디어를 완전히 낡은 것으로 만들어왔던 점이다.

▲ TV조선은 지난 1일 개국특집 방송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을 인터뷰하며,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라는 자막을 내보내 엄청난 사회적 힐난과 개그 프로그램의 단골 패러디 대상이 됐다. 종편의 생존 방법은 이제 박근혜 의원이 형광등 100개를 켜준 특혜를 제공하거나 아니면 종편 스스로 기업의 비리를 형광등 100개 켠 밝기로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광고를 약탈하는 것 외엔 딱히 없어 보인다.
2. 창대한 기획, 미약한 시작, 이미 빤한 결과, 종합편성채널
태생적 ‘특혜’, 과정상의 ‘반칙’ 총체적으론 ‘꼼수’. 이명박 출범 이후 언론계를 가장 오래도록 뜨겁게 달구며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죄도 많았던 ‘종합편성채널’이 지난 12월 초 개국했다. 하지만 뭐랄까. 기획은 창대했으나 시작은 미약했고 결과는 벌써 망했다고 해야 할까. 동시 개국한 종편 4사들이 개국 후 한 달 동안 거둔 성적은 초라하다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참담 또 참담한 수준이다.
개국 이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이 2%였을 정도로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는 종편 채널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평균 시청률 0.3%대를 사이좋게 기록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이 더 낯 뜨거운 것은 그 와중에 서로가 정색하며 ‘내가 1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향력이 너무 미비하여 차마 비판하기도 머쓱한 상황이랄까.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육성’과 ‘여론 다양성의 확보’라고 하는 애초의 추진 목표는 안드로메다로 간지 이미 오래됐다. 현재적 시점에서 종편은 지상파, 케이블 인기 채널 아래에 위치하는 3부 리그 위상 쯤 된다. 물론, 아직 종편이 실패라고 말하기엔 이른 시점이긴 하다.  종편은 추가적인 특혜를 요구할 것이고 그들이 지금까지 생존해 온 과정을 봤을 때, 최후의 순간까지 말이다.

▲ 올 한해 신드롬을 일으킨 '국내 최초 가카의, 가카에 의한, 가카를 위한 가카헌정공연 <나는 꼼수다>(나꼼수)' 의 콘서트 모습. ⓒ오마이뉴스 권우성

3. 나꼼수의, 나꼼수에 의한, 나꼼수를 위한

2011년은 세계 1위 인터넷 팟 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에 의한, 나꼼수를 위한, 나꼼수의 해였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당신은 이미 웃고 있다. 더 설명이 필요한가? 

4. 아직도 지상파 뉴스를 보십니까? 지상파 뉴스 연성화
“여기 아직도 지상파 뉴스를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얼마 전 한 트위터리안이 최근 지상파 뉴스가 ‘멧돼지 뉴스’, ‘체리 뉴스’, ‘45분짜리 날씨 뉴스’라는 볼멘소리를 남기자 이를 RT한 또 다른 트위터리안이 남긴 멘트이다. 이 짧은 언급에는 2011년 지상파 뉴스가 어떤 사회적 취급을 당하고 있는지 함축적으로 담겨져 있다. 시청률 경쟁에 사로잡혀 뉴스 시간대를 오락가락하는 극약처방까지 등장했던 2011년 지상파 뉴스의 사회적 위상은 ‘지체’, ‘낙후’, ‘낙제’ 그 자체다.
2011년 지상파 뉴스는 중요한 것은 후반에 배치하고, 헤드라인에는 정보가, 뉴스 전반부에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말랑말랑한 뉴스들이 자리 잡는 신종 포맷이 방송 3사 모두에 완전 정착된 한 해였다. 메인 뉴스에는 검색어를 노린 리포트를 배치하고  CCTV를 이용한 선정적인 화면은 물론, 뉴스의 가치와 상관없이 ‘시청률’ 상승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싶은 주제들이 알뜰살뜰한 대접을 받은 한 해였다. 뉴스보다 개그콘서트가 더 시사적이고, 기자의 멘트보다 무한도전 자막이 더 날카로웠던 2011년 방송 뉴스는 보도국이 아닌 예능국의 콘텐츠로 손색없었다. 


▲ '봉숭아학당'보다 재밌고 '막걸리 보안법'보다 우스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만든 주역들. 좌로부터 박만 위원장, 권혁부 부위원장, 최찬묵·박성희·엄광석·구종상 위원ⓒ방통심의위

5. ‘봉숭아 학당’ 보다 더 웃겨서 너무 슬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가위질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봉숭아 학당’이 끝난 공백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가 메웠다. 애당초 뭘 하는 기관인지 알 수 없으나 어지간한 우스운 짓에는 반드시 이름을 올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올 한해 에게 시시각각 와라 가라하며 괴롭힌 것을 비롯해 최근에는 SNS 심의 부서를 신설, 일기장 들여다보는 훈육선생처럼 표현의 자유를 향한 드잡이를 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희극이라면, 진짜 비극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면면이 ‘봉숭아 학당’의 맹구, 오서방, 연변총각, 왕년에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에 속았다고 생각하고, SNS에 올린 농담에는 죽자고 덤비지만 종편을 심사할 때만은 무척이나 진지하고 학구적이며 언론의 자유에 유독 강한 신념을 보이곤 했다.
△ KT 2G서비스 종료, 엎치락뒤치락 법원 판결
KT 2G서비스 종료와 관련해 ‘본안판결 선고 시까지 폐지승인 효력을 정지한다’던 법원의 판결은 딱 19일 만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졌다. 26일 서울고법은 KT의 2G서비스 종료를 중지시켜 달라는 요청에 “신청인들의 손해는 번호통합정책에 따른 것일 뿐 2G망 폐지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방통위와 KT의 손을 들어줬다.
번호통합정책이 2G서비스 종료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간과한 것은 물론, “금전으로 보상하라”는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해준 법원에 감사라도 해야 할 일일까. 2G서비스 이용자 16만 명이 KT와의 계약에 따른 권리는 하잘 것 없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SKT와 LGU+의 4G LTE 서비스 시작에 똥줄 탄 곳은 KT였다. 그리고 지난 주파수 경매에서 일정 정도 양보하게 된 KT에 대한 보상이 조속한 2G서비스 종료와 향후 할당될 주파수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어쨌든, 옳다구나 KT는 1월 3일 2G서비스 종료 4일부터 LTE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타 통신사의 2G서비스 종료와도 연결, 2012년에도 핫한 뉴스가 될 확률은 100%다.
△ “잊지 말아요, 나를 잊지 말아요”…언론5적
시간을 흘렀고, 바야흐로 선거는 다가오고 있다. ‘언론 5적’, 심판의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당초 2009년 이른바 언론악법 날치기로 낙인찍혔던 언론5적은 한나라당 소속 김형오 국회의장,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나경원 문방위 간사, 정병국 미디어특위 위원장, 고흥길 문방위원장이었다. 나열해 놓고 보니 굳이 심판이 필요한 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제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여러분 가운데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나는 도저히 돌을 던질 수 없습니다”라는 자기고백에 가까운 망언을 퍼부었던 김형오. 정치인으로서 고속행진을 벌였으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똑’ 떨어져 “집에서나 쉬라”는 핀잔을 들어야했던 존재감 줄어든 나경원. ‘자연산’ 발언으로 자리를 내놓게 된 보온상수, 안상수. 문화부 장관 내놓고 총선에 매진하고 있을 정병국. 한마디로 존재감 전무의 고흥길.
그러나 2011년 인원교체가 이뤄졌다. 종편의 개국까지 포함한 ‘언론5적’이 탄생했다. 조중동저지네트워크가 선정한 2011년도 판 ‘언론5적’에는 김형오, 안상수가 빠졌고,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의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추가됐다. 조중동 개국에 지대한 공을 세우신 최 위원장은 지금은 종편의 세일즈맨을 자처 대기업들을 두루두루 볶아내고 계신다.
△ 2011년에도 언론인 해고는 “계속됐다”
2011년에도 언론해고자 수가 늘었다. ‘정수재단으로부터의 경영권 독립’을 요구해 왔던 이호진 노동조합 위원장이다.
사태를 간략히 이야기하면 이렇다.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재단. 대세론 잃은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2005년 이사장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자신의 비서였던 최필립 씨를 정수재단 이사장으로 앉혀 실질적 운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 언론사가 한 정치인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1년이라는 현재에 믿기지 않을 수 있으나 사실이다. 노사는 올해 2월 경영권 독립을 위한 사장추천제 실시에 합의했으나 정수장학회가 노사 합의 사항을 거부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호진 노조위원장은 징계위에 회부 된 이후, 해고됐고 신문은 발행 중단사태까지 이어졌다.
언론인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결자해지! 대선에 나서려거든 박근혜 위원장은 정상화부터 시키는 게 답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속보가 날아들었다. ‘조중동방송 저지’ 등을 내걸고 3차례의 미디어법 총파업을 지휘한 최 전 언론노조위원장에게 SBS 사측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해고’ 전 단계라는 게 SBS조합원 공통된 의견이다. 그리고 최 전 위원장은 또 다시 투쟁에 나섰다. “쫄지 말자”며.
△ “지역MBC는… 죽었다”, 진주·창원MBC 통폐합
“땅땅땅”, 1968년 5월31일 개국한 진주MBC가 2011년 8월 8일 오전 11시45분 ‘해산’ 됐다.
‘광역화’라는 이름으로 지역MBC 통폐합을 추진한 김재철 MBC 사장과 온갖 위법을 저지르면서 하수인 노릇을 톡톡히 완수한 김종국 진주MBC 사장(전 기획조정실장). 노동자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주·창원 MBC 합병을 또 표결처리로 승인한 방통위. 그들 덕분에 43년 3개월여의 역사를 끝으로 진주MBC는 사라졌다.
‘상호 전략적 사업 성장을 통한 경영 합리화 도모’, ‘경쟁력 강화를 통한 주주 가치의 극대화 추구’라는 장밋빛 미래가 달성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있을까. 2011년 미디어 핫뉴스? 한 방송사가 사라진 사건, 진주MBC 통폐합이다.
△ 700㎒ 주파수 재배치, 통신에 퍼주기 논란
이명박 정부 들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던 ‘지상파방송’, 700㎒ 주파수 재배치에서 다시 그 위치를 확인해야만 했다.
완료되지 않은 디지털전환을 빌미로 주파수 재배치 계획이 발표됐고, 방송계는 또 반발했다. 방통위는 지난 26일 470~806㎒ 대역 주파수 회수에 따른 손실 보장 기본계획을 결정했다. 골자는 698~806㎒ 대역의 주파수 가운데 40㎒는 차세대 통신 ‘4G Advanced’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방송에서 사용해왔던 공공재인 주파수를 통신 쪽에 돈 주고 팔겠다는 얘기다. 남은 주파수 박박 긁어 통신 쪽에 주려는 방통위의 큰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종편 챙기듯 알뜰살뜰히 통신을 보살피고 있는 방통위, 이번에도 방송은 깨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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