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6일 월요일

[사설]후쿠시마 재앙 보고도 원전 새로 짓겠다는 건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25일자 사설 '[사설]후쿠시마 재앙 보고도 원전 새로 짓겠다는 건가'를 퍼왔습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미래에 큰 짐을 던져놓은 것으로도 모자라 원자력발전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주말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의 2곳을 원전 건설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최대 원전 8기를 지을 수 있는 2곳 후보지에 대해 환경성 검토를 거쳐 내년 말 최종 확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을 새로 짓겠다며 부지를 선정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정부는 지구촌의 탈원전 대세에 나홀로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묻지마식 원전 밀어붙이기는 에너지 정책의 부재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부가 한 일이라곤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신설해 원전 밀어붙이기의 들러리로 삼은 게 고작이다. 지난 9월 정전사태가 발생하자 정부는 탈원전의 대세를 한국형 원전 수출의 호기로 삼겠다는 허황된 주장을 펴더니 급기야 1982년 선정했다가 주민들에 의해 퇴짜맞은 삼척과 영덕을 또다시 원전 후보지로 선정했다. 후쿠시마 사태를 뻔히 보면서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략을 고민하기는커녕 책상머리에서 당장의 전력수급에만 전전긍긍하면서 원전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판에 박힌 대책만 내놓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세계는 에너지 문제를 놓고 시간과의 힘겨운 싸움에 돌입했다. 온실가스 감축 압박이 커지면서 한때 원전에 눈을 돌리기도 했지만, 후쿠시마의 재앙으로 원전의 안전신화는 붕괴됐다. 발전단가가 원전이 가장 싸다는 선전도 관리와 폐기비용을 포함하지 않은 거짓으로 판명났다. 반면 바람과 태양 등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총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탈원전국은 암흑 세상이 와도 좋다는 무책임한 정책을 내놓은 게 결코 아니다. 원전을 새로 짓지 않되 가동 중인 원전의 설계수명 기간에 기필코 대체 발전 수단을 마련하겠다는 결의를 보인 것이다. 정부의 원전 집착의 심각성은 이 같은 결의를 회피하며 시간 속으로 도망가고 있다는 점이다.

안전하지도, 무한하지도, 값싸지도 않은 원전을 새로 건설하겠다며 후보지 발표를 강행한 것은 ‘불통 정권’의 독선을 재확인할 뿐이다. 원전을 새로 지으면 그만큼 탈원전이 늦춰지고, 원전 사고의 위험은 더 커지고,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 원전 부지를 어디로 할 것인가가 아니라 탈원전의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삼척과 영덕에 대한 후보지 선정을 당장 철회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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