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9일 월요일

[사설]디도스 수사 청와대 개입 의혹 철저히 규명하라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18일자 사설 '[사설]디도스 수사 청와대 개입 의혹 철저히 규명하라'를 퍼왔습니다.
지난 10·26 재·보궐선거 당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점입가경이다. 청와대 박모 행정관이 디도스 공격의 주범 공모씨와 저녁을 함께한 것으로 밝혀진 데 이어 청와대가 수사결과를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공씨가 검거된 직후부터 경찰 최고 수뇌부와 청와대가 교감을 한 뒤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 문안을 조율했다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범행 전날 회식에 참석한 사실과 디도스 공격을 둘러싼 돈거래 내역 두 가지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의혹의 줄거리다. 청와대와 경찰은 의혹을 일축했지만,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두 차례의 전화 통화에서 수사 내용에 대해서만 물었다고 해명했다. 첫 번째 통화에서는 박 행정관이 재·보선 전날 1차 식사자리에 참석한 것이 사실인지를 물었고, 두 번째는 주요 참고인과 피의자들 간 돈거래에 관한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조 청장은 박 행정관이 이번 사건과 큰 관련이 없다는 수사팀의 판단을 전해줬고, 금전거래에 대해서는 개인 간의 거래로 추정된다고 설명한 것이 전부였다고 했다. 그러나 이 말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청와대 직원이 연루된 정황이 나온 마당에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일상적인 문의와 답변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동안의 수사 태도를 감안하면 경찰이 처음부터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고도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일부를 숨겼다고 의심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또 백번 양보해서 청와대 고위인사가 사건의 은폐를 직접 요청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수사에 대한 언급 자체가 사건 축소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청와대가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이 같은 의심은 경찰이 박 행정관에 대한 수사를 경찰청이 아니라 서울경찰청에 맡긴 것에서도 뒷받침된다. 박 행정관의 연루 사실을 일부러 숨기기 위해 이례적으로 다른 기관에서 수사토록 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만약 청와대 관계자가 디도스 공격에 개입하고 수사에 압력을 넣었다면 사건의 성격은 종전과 크게 달라진다. 야권에서 제기한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어차피 이번 사건은 대충 무마될 수 없게 돼 있다. 한나라당이 박근혜 전 대표 체제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마당에 여권으로서도 이번 사건을 유야무야 넘길 수는 없다. 검찰과 경찰은 디도스 공격의 진실뿐 아니라 청와대 수사 개입 의혹까지 모조리 규명해야 한다. 특히 경찰은 설득력 없는 해명으로 의심을 자초할 게 아니라 그동안 청와대와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부터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국민이 의혹의 시선을 거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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