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0일 화요일

평화를 관리하려면 다가가야 한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0일자 기사 '평화를 관리하려면 다가가야 한다'를 퍼왔습니다.
[김종배의 it] 김정일 조의, 싫어도 필요하니까 해야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코미디다. 28살 밖에 안 된 김정은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이어 최고 권력자가 되는 현실은 난센스다. 우리가 아는 한 김정은은 한 일이 없다. 북한에서 말하는대로 하면 '백두의 혈통', 우리의 일상용어로 하면 '유전자'를 이어받았다는 것 외에는 그가 북한 최고 권력자가 돼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엄밀히 말해 사기업에 불과한 재벌의 2·3세 상속조차 곱게 보지 않는 우리 아닌가. 하물며 2400만 북한 주민의 삶을 짊어져야 하는 북한 최고 권력자 자리를 단지 부모 잘 만나 거머쥐는 모습이 어찌 좋게 보이겠는가. 그건 부조리에 가깝다.

그런데도 원치 않는다. 김정일 위원장 사후의 북한이 급속히 붕괴되는 일은 원치 않는다.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성에 휘말리는 것 또한 원치 않는다.


ⓒ연합

이유는 하나다. 한반도 평화 관리가 절대명제요 지상과제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 관리만이 국민의 안녕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점증되는 수준을 넘어 붕괴상태로 이어지면 악몽 같은 상황이 도래한다. 김정은 체제의 붕괴가 한반도 전체를 아수라장 같은 혼미 상태로 내몬다.

솔직하게 묻고 답하자. 북한 체제가 붕괴해 수십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이 월남을 했을 때 우리는 그들을 감당할 여력과 의지가 있는가. 군사적 위기가 고조돼 하루하루를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상황을 감내할 수 있는가. 금전적·정서적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는가.

우리의 현실이 이렇다. 북한을 앞에 두고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북한 최고 권력자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못하면서도 최고 권력자의 정치기반이 안정되기를 기대하는 게, 부인하고 싶어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감정적·도덕적 접근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감정의 배설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생산성은 없다. 이성적·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발 불안요인을 극소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 조문 논쟁이 한창이지만 그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줄기가 아니라 가지다. 본질적인 문제는 남북간 교류다. 민간을 넘어 당국간 교류까지 모색해야 한다.

한반도 주변 4강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점증될 경우 주변 4강, 특히 미국과 중국이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 가늠하기 힘들다. 만에 하나의 상황에까지 대비한다면 남북간 핫라인을 구축하는 건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한반도의 운명이 미중의 선택에 따라 갈리는 상황을 방지하려면 남북간 교류를 통해 완충제 겸 방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조문은 이를 위한 출발점이다. 남북간 교류를 트기 위한 시작이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발이다. 이희호 씨나 권양숙 씨의 조문을 막을 이유가 없다. 그건 사적 조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북한이 조문단과 조전을 보낸 데 대한 답례 차원이다. 이런 사적 조문을 막을 게 아니라 오히려 정부 차원에서 조의를 표하는 것까지 모색해야 한다.

좋아서가 아니라 필요해서 하는 말이다.



/김종배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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