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비난은 김정일에게, 그러나 북한 주민들에겐 원조를"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0일자 기사 '"비난은 김정일에게, 그러나 북한 주민들에겐 원조를"'을 퍼왔습니다.
[해외시각] '브래트 트래블' 북한편 저자 "북한은 '생존'의 귀재" 곽재훈 기자(번역)

유명한 여행 가이드북 '브래트 트래블' 시리즈의 북한편 저자 로버트 월러비는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터넷판 기고에서 김정일의 사망은 역설적으로 북한과의 평화를 수립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북한의 도발 등을 죽은 김정일의 탓으로 돌리고 새로운 북한 지도부와 원조‧무역을 통해 평화를 이룩할 수 있다고 서방에 제언하면서 "지금은 김정일의 사망을 북한 역사상 가장 좋은 일로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음은 월러비의 글 주요 내용이다. (☞원문 보기)


▲19일 평양에서 북한 주민들이 고(故)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 앞에서 김 위원장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북한과의 평화를 수립할 때

북한의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의 죽음으로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서방이 북한과의 평화를 수립함으로써 한반도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김정일의 죽음은 북한과 (동북아) 역내에 많은 불확실성을 야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대로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우리는 서울이 불바다가 되기보다는 평양이눈물바다가 되는 것만을 보게 될 것이다.

북한 내부의 분열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는 공개된 반정부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수만 명이 목숨을 걸고 중국으로 탈출하고 있지만 북한에는 야당도 없고 '아랍의 봄' 같은 상황을 불러올 통신수단도 없다.

'경제 붕괴'에 대한 모든 논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사실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수십 년 동안 계속된 한국‧미국과의 반(半) 전쟁상태, 외교적‧경제적 고립과 제재, 기근, 핵무기 개발에 대한 국제적 비난, 그리고 김일성 주석의 사망도 이겨내고 살아남았다. 북한이 가장 잘 하는 것은 '생존'이며 이는 20대인 김정은의 치하에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북한에 대한 어떤 분석에서도 간과되는 것은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2400만 북한 주민이다. 서방에서 그들은 죽은 지도자를 숭배하며 노예 근성을 가진 세뇌된 기계로 자주묘사된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이 서방의 제재로 인해 더 심해진 기아나 연료 부족으로 사망한다 해도 우리(서방)는 별 불편함을 못 느낀다.

알려지기로 북한 정권은 미치광이의 영도 아래에서 정권의 생존을 첫 번째 목표로 놓고군대에 자원을 우선 배분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면 한국이나 초강대국 미국과 평화 상태에 있지 않은 그들이 달리 뭘 하겠나?

따라서 서방은 (북한의) 목을 죄고 있는 제재와 위협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며, 이 기회를 활용해 모든 과거에 대한 비난을 죽은 김정일과 그의 개인적인 기괴함(cult) 탓으로 돌리고 북한에 원조와 무역, 평화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북한의 나쁜 행동에 보상을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정권 달래기'도 아니며 평화를 위해 위험한 무기나 핵에 대해 이미 존재하는 구조적 감시 협상을 포기해야 함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북한은 몇 년 동안 사실상 핵보유국이었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큰일도 없었다. 그런 큰일은 특히 중국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들이 북한의 원자로 폐쇄에 대해 경수로 기술과 중유를 제공하기로 한 북한과의 오래된 합의(제네바 기본합의)를 어겼을 때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재개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고 거짓말을 앞세워 중동을 침공하면서 북한의 핵폭탄 제조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 공격적인 행동 앞에서 폭탄을 만들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미친 짓이다.

더 나쁜 것은,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 하면서 이뤘던 지난 수 년 간의 외교적‧경제적 진전이 이 핵 소동으로 인해 후퇴했다는 것이다. 1990년대 한국의 김대중 정부는 미 클린턴 정부의 축복 하에 북한에 화해와 투자의 "햇볕정책"을 폈고 김정일은 이를 열성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때 평양의 핵 프로그램은 멈췄었다. 반미 선전선동도 중단됐고 북한과 유럽연합(EU), 영국 간에는 외교와 무역 관계가 맺어졌다. 가족을 넉넉히 먹이고 친구와 맥주잔을 기울이며 소풍을 가서 공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길 바랐던,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지만 어쩌다 변방의 이상한 나라에 태어났을 뿐인 (하지만 더 나이든 사람들은 김일성을 위해 울었을) 북한 주민들은 진정으로 평화의 새 시대가 싹터온다고 믿었다. 워싱턴의 네오콘들이 판을 깨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무력 대치와 위협 속에서도 한국 돈 수십억 원은 여전히 북한의 공단과관광시설에 투자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경계가 엄중한 전선인 '비무장지대'의 일부는 지뢰가 제거됐고 탱크조차 지나가기 두려워했던 길을 관광버스가 가로질렀다. 또 하나의 희망은 평양을 거쳐가는 철도로 인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바로 지난주, 북한과 미국의 당국자들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조건 없는 미국의 인도적 대북지원을 논의하러 만났다. 이 협상에 '평화'를 더하고 버락 오마바 미 대통령으로 하여금 그가 이라크전을 끝냈듯 한국전을 끝내게 해야 한다.

앞선 전례들은 북한과 협력하는 것이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원조와 무역은 적어도 고통받는 북한 민중들에게 구원이 될 것이다. 지금은 김정일의 죽음을 북한 역사상 가장 좋은 일로 만들어야 할 때다.



/곽재훈 기자(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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