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꼼수'로 美쇠고기 추가 개방, MB정부 '제2의 촛불' 기다리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2일자 기사 ''꼼수'로 美쇠고기 추가 개방, MB정부 '제2의 촛불' 기다리나'를 퍼왔습니다.
"FTA와 쇠고기 수입은 별개"→"추가개방 협의에 적극 임할 것"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별개라던 정부의 공언이 결국 거짓말로 확인됐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미 FTA 발효 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의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2일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김 본부장 사퇴를 요구하고 정부에 무리한 한미 FTA 발효 절차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김종훈 "FTA 발효 후 미국산 쇠고기 추가 개방 협의할 것"

지난 19일 미국의 통상 전문지 는 김 본부장과의 17일 인터뷰를 보도하며 김 본부장이 "미국이 2008년 한미 쇠고기 프로토콜에 따라 한국 시장 추가 개방을 위한 협의를 요구하면, 한국 정부는 일단 한미 FTA가 발효된 후 추가 개방에 관한 협의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쇠고기 프로토콜이란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양국 정부가 맺은 미국산 쇠고기 추가 개방 논의를 말하는 것으로, 당시 양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된 후 추가 개방 논의를 하자고 협의한 바 있다.

김 본부장은 특히 인터뷰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신뢰도를 회복시킬 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얘기했다. 그는 "우리는 소비자에게 쇠고기 연령 제한이 없어도 미국 쇠고기를 선택하는 데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충분한 증거를 제공해야 한다"며 사료 금지 조치에 대한 과학적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본부장은 또 한미 FTA가 늦어도 내년 2월 1일에는 발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 전 FTA 문제를 끝내자는 한국 정부의 초조함이 드러나는 대목으로, 사실상 한미 FTA의 이른 발효를 위해 쇠고기 추가 개방을 협상 카드로 미국에 들이민 것이다.

김 본부장은 이 잡지와 인터뷰에서 김 본부장은 "1월이 되면 (양국 정부의 발효를 위한 준비에) 충분한 시간이 있으며 한 달은 모든 것을 분명히 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발효 예정 시기를 2월 1일로 못 박은데 대해서는 특정 월의 첫날 FTA를 발효시키는 게 "상식에 맞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한미 FTA 발효를 서두르는 김 본부장의 태도에 대해 는 "미국의 업계 관계자들이 놀라움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3월 말을 한미 FTA 발효의 데드라인으로 꼽아 왔다.

김 본부장은 또 국내 정치권에서 뒤늦게 문제가 된 투자자국가중재제도(ISD)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FTA 발효 후 개선하는 방법을 미국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 잡지는 "김 본부장이 구체적인 개선 방법을 언급하는 것은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거짓말 들통…"김 본부장 물러나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측에 한미 FTA 발효 후 쇠고기 추가 개방 논의 가능성을 띄우고 내년 2월 1일 한미 FTA 발효를 요청했다. ⓒ뉴시스
이 잡지 보도에 대해 한미 FTA 저지 범국본은 이날 오후 외교통상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김 본부장이 그간 국민을 속인데 대해 놀라움과 분노를 표출했다.

범국본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속여서 거짓말을 한 사실이 또 다시 드러났다"며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미 FTA가 이슈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한미 FTA 발효시기를 앞당기려고 미국에 사정하고, 미국은 그 대가로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개방을 요구하는 정황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그간 정부는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은 별개"라는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당장 국회의 날치기 통과 이전에 열린 한미 FTA 끝장토론에서 김 본부장은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되느냐"고 묻자 "저도 그렇게 봅니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또 남경필 통일외교통상위원장도 이 토론에서 "이명박 정부와 저희 한나라당은 쇠고기 재협상과 관련해 일체 반대하고, 절대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와의 보도로 인해 이는 모두 거짓이었음이 밝혀졌다.

실제 그간 위키리크스 문서 등을 통해 이미 정부가 미국 측과 물밑으로 쇠고기 추가 개방 논의를 해온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버시바우 대사는 지난 2008년 3월 25일 라이스당시 국무장관에게 보고한 2급 비밀문서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워싱턴에 도착하기 전에 쇠고기 시장 전면 재개방이 필요하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5월 29일자로 밝혀진 3급 비밀문서에서도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과거 주미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6월 4일 재보선 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허용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그것이 선거의 주요 이슈가 돼 한나라당 후보들이 패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과학적 조치'는 꼼수"

범국본은 나아가 김 본부장이 강조한 '과학적 조치'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조치라고 평가절하했다. 범국본은 "미국의 사료조치는 미국 시민단체와 랜더링 업계에서조차도 광우병 위험을 막을 수 없는 허술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과 비교하더라도 불충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이 강조한 '한국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일 방법'은 어디까지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한 정치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범국본에 따르면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지난 2006년 미국 정부에 동물 사료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의 사용을 금지할 것을 권고했으나, 2008년 4월 공표된 미국의 사료 규제 조치는 여전히 30개월 이상의 뇌와 척수만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도축검사에서 불합격한 30개월 미만 뇌, 척수도 사료원료로 사용하도록 허용한 상태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우리 정부는 미국보다 광우병 유발 위험도가 낮은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도 30개월 미만만 수입하도록 합의했으나, 유독 미국과는 30개월령 이상까지 모두 수입하려 하고 있다"며 "오직 한미 FTA 발효라는 정치,경제적 목적만으로 국민의 건강권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미 파괴된 농가에는 구제역보다 더 무서운 게 한미 FTA 밀어붙이기"라며 "2008년 국민이 촛불로 미국산 쇠고기 추가 개방을 막았다. 하지만 이마저 무너지고 있다. 정권을 심판하기 전에 김종훈 본부장부터 끌어내려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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