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9일 월요일

[사설]한은의 최우선 책무는 여전히 물가안정이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18일자 사설 '[사설]한은의 최우선 책무는 여전히 물가안정이다'를 퍼왔습니다.
개정된 한국은행법이 지난 주말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이 강조되는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한은의 설립 목적에 ‘금융안정’을 추가하고, 금융회사 조사권을 부여한 것이 큰 변화다.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금융시스템의 관리 주체가 정부·금융당국에 이어 중앙은행으로까지 확대돼 한은이 금융안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새로운 과제를 충실히 수행해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는 데 힘써주기 바란다.

한은이 금융안정이라는 새로운 책무를 짊어지게 된 시점에서 다시 한번 강조하게 되는 것은 ‘물가안정’이다. 한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여전히 물가안정이라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는 뜻이다. 한은이 그동안 물가관리를 성공적으로 해왔다면 굳이 물가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은의 반성을 촉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한은은 최근 물가관리에 철저히 실패했다. 그것도 불가항력적인 실패,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는 실패가 아니라, 물가당국의 책무를 간과하고 한눈을 판 데서 비롯된 수치스럽고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실패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줄곧 금리 정상화에 소극적이었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인하했던 기준금리를 신속하게 올려 향후 물가상승을 피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충고와 시장의 기대를 외면했다. 물가안정보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신경쓰는 경제성장을 더 걱정하면서 금리인상을 통한 선제적 물가관리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물가가 본격적으로 오른 뒤에야 뒷북치기 금리인상에 나섰고 그마저도 미온적이었다. 김 총재는 물가급등이 원자재 값 등 해외요인 탓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올해의 기록적인 고물가는 한은이 금리 정상화에 실기(失機)한 결과다. 금리정책 실기는 가계빚 문제도 악화시켰다. 
한국 경제는 내년에 경기둔화와 물가불안을 동시에 헤쳐가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물가는 오르고 성장률은 낮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은이 금리 정상화에 실기하지 않았더라면 경기가 하락할 때 금리를 내릴 여지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인 꼴이다. 한은의 존재 이유와도 같은 물가안정의 책무를 소홀히 여긴 대가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부터 정책적 비판을 받는 유례없는 수모를 겪은 것도 그 대가다. 지금이라도 뼈저리게 반성하고 정신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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