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6일 월요일

겨울 전력대란 대비, “전력 ‘공급’ 아닌 ‘수요’ 정책 강화해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2-25일자 기사 '겨울 전력대란 대비, “전력 ‘공급’ 아닌 ‘수요’ 정책 강화해야”'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지난 여름 ‘9·15 정전대란’ 이후 겨울철 전력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에 정부는 산업체나 가정 등 민간에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며 각종 규제와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지난 22일 “최근 10년 간 전력소비는 급증했고, 특히 작년 1년 동안만 해도 10% 급증했다”며 “전력수급 문제는 올 한 해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공급위주가 아닌 소비위주의 정책 마련을 통해 근본적인 에너지 사용을 절감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산업계...실질적 규제와 함께 에너지 효율성 높여야

지식경제부는 올 겨울 전력피크 경신이 우려됨에 따라 최근 전력수급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산업체를 대상으로 10% 절전 규제를 할 방침이다. 특히 1천kW 이상 전력을 소비하는 7천여개 업체에 대해서는 피크 시간대 전력량을 전년 대비 10% 감축할 것을 의무화했다. 

또한 일반 건물일 경우 1천kW 이상 사용하는 1만4천여개에 대해서는 피크시간대 전년 대비 10% 감축을 의무화하고, 미이행시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더불어 상업용·교육용 건물 중 일부에 대해서는 난방온도를 20℃ 이하로 제한했다.


ⓒ민중의소리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
하지만 이헌석 대표는 “전체 전력의 50% 이상을 산업계에서 쓰고 있는데, 애꿎게 집에 있는 사람과 공무원들만 고생하고 있다”며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다”고 꼬집었다. 일부 기업체들은 산업 특성상 과태료를 납부하더라도 공장을 정상가동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정부의 전력 절감 조치에 동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산업계는 설비를 교체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 보다는 오히려 전기 요금을 싸게 해달라고 요구를 하고 있어 현재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겨울철과 여름철 전력 문제는 1년 중 며칠뿐이지만, 산업체 전기수요 증가는 1년 내내이기 때문에 (이번 전력대란) 문제를 확대시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체는 조선·철강·자동차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전력대책 또한 이를 빗겨나갈 수 없다. 이 대표는 더 나아가 “선진국의 경우 전기소비량이 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을 더 이상 늘리지 않기 때문”이라며 “현재 에너지 다소비 업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산업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변화 시대에 우리나라 차세대 성장 동력을 무엇으로 할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차세대 수출 산업을 지금까지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을 중심으로 해왔지만 좀 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면서 고부가가치를 내는 산업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공급’ 강조하는 정부 태도에 문제...전력소비 감축 노력해야

이 대표는 지난 정전사태에 대해 ‘더 많은 전력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소비 감축’ 협조를 구해도 모자란 형국에 오히려 정부는 ‘전력 확보’를 내세우며 책임을 회피한 것이 정전사태 다음날에도 전력소비 증가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당시 정전대란에도 불구하고 바로 다음날 16일에도 한때 전력수급에 ‘주의’ 경보가 발령되는 등 불안감이 지속됐다.

이 대표는 “정부가 '전력수급을 잘못해 죄송하지만 수요 감축을 위해 협조를 구한다'고 하고,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였다면 16일 전력소비가 늘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히려 정부의 전력공급을 잘 할 테니 믿어달라는 태도는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에너지 공급원 가운데 31%를 차지하는 핵발전소 의존율을 오는 2030년까지 59%로 늘리겠다는 방침도 ‘공급’을 강조하는 정부의 태도를 여실 없이 보여준다. 계획대로 된다면 핵발전소만 현재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나면서 전세계에서 핵발전소 밀집도가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부산과 충남 등은 이미 전력자급률이 200~300% 넘어 이미 ‘과잉공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전소를 증축할 방침이다. 

하지만 핵발전소일 경우 한 번 작동이 중단되면 대규모 전력 생산이 일시에 중단되며 재가동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원자력 방출 등 위험이 뒤따른다는 점 등으로 인해 핵발전소 증설은 많은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이 대표는 “정부는 공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수요를 줄이는 조치를 제시하거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지난 9월16일 서울시청은 전날 발생한 정전사태르르 대비, 전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청사 내 냉방을 자제했다.
특히 또 다시 정전대란 발생이 우려되고 있는 내년 1월 둘째·셋째 주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이 대표는 “산업체 또는 각종 공기업 등에서 전력수요 줄이기 위한 집중 캠페인 벌어야 할 것”이라며 “적극적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큰 규모의 발전소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또 다시 대규모 정전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간에서의 자발적인 전력소비 감축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홈쇼핑 등을 통해 전기난로와 전기장판 등이 불티나게 팔리는 등 가정의 전기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정부는 이것이 전기소비의 주범인 것을 알면서도 규제하지 않고, 실제 전기소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대비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하며 민간 전력소비에 대한 대비책과 규제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더불어 그는 지난 동일본 지진 이후 대규모 절전을 위해 벌인 대국민 운동과 관련해 “일본은 여름에 재택근무를 하게 하거나 옷을 반바지나 원피스 등 시원한 옷을 입게 했다”며 획기적이면서 자발적인 조치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길가 곳곳의 전광판이나 뉴스 일기예보에서 전력 예비율을 공개하며 평소 전력소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최지현 기자cj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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