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4일 토요일

[사설] 새 원전 부지 선정 철회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23일자 사설 '[사설] 새 원전 부지 선정 철회해야'를 퍼왔습니다.
정부가 새 원전 부지 선정을 강행해 경북 영덕과 강원도 삼척 등 2곳을 원전 건설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어제 발표했다. 후보 부지는 원전을 최대 8기까지 지을 수 있는 규모로 환경성 검토를 거쳐 내년 말 최종 확정하겠다고 한다. 원전을 새로 짓겠다는 것은 탈핵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거슬러 가는 분별없는 모험주의로, 당장 그만둬야 한다.
후보지로 선정된 영덕과 삼척은 과거 원전 터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터로 선정됐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철회된 경험이 있는 지역이다. 이번에도 찬성률이 절반 또는 그 아래 수준으로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정부가 또다시 지역갈등과 혼란을 유발시키는 꼴인데, 지역 주민들의 뜻을 무시하고 부지 선정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핵정책이 전세계적인 대세를 이루고 있다. 독일은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2022년까지 이미 설치 운전중인 원전 17기를 모두 폐기하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보급노력을 꾸준히 한 결과 올해 발전량이 20%에 이르러 처음으로 원전 발전량을 웃돈 것은 재생에너지의 현실적 가능성을 상징한다. 규모 8.0의 지진에도 견딘다던 후쿠시마 원전이 붕괴된 일본은 원전 의존도를 낮추고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바꿔나가는 중이다. 스위스,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들이 탈핵 대열에 동조한 까닭은 지난 30년 사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두 차례의 대형 참사로 원전 안전신화가 여지없이 깨졌기 때문이다.
원전은 관리 및 폐기 비용까지 계산한다면 결코 경제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미래세대에는 큰 짐이 된다. 전세계 어디에도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고 재처리를 한다고 해도 고준위 핵폐기물은 거의 줄어들지 않는 탓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최근 기존 원전의 수명연장을 중단하고 더는 원전을 추가로 짓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이유도 ‘미래세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원전은 새로 짓기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고 위험 또한 그만큼 증가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에너지 절약 잠재량이 전체 에너지의 30% 수준에 이른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 정도면 원전을 더 짓지 않아도 된다. 부지 선정을 철회하고 에너지 정책에 대한 새로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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