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9일 월요일

종편 일주일 성적표 들여다보니


이글은 시사인 2011-12-19일자 기사 '종편 일주일 성적표 들여다보니'를 퍼왔습니다.
지상파의 독점 구도를 깨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한 종편이 첫 주 시청률0.3%, 군소 케이블TV로 전락했다. 유리하게 산정된 수치가 그 정도다. 지상파를 따라한 편성도 발목을 잡았다. 광고비 하락이 불가피하다.

부모가 과목별로 족집게 과외도 시켜주고 공부 잘하는 친구 옆에 앉아서 커닝도 할 수 있게 해주고 시험지도 유출해 주었는데 성적은 밑바닥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지진아? 12월1일 개국한 조·중·동 종편이 이런 의심을 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KBS1, EBS에나 적용돼 왔던 의무 재송신 채널에 포함되면서 황금채널(15~19번)을 배정받는 등 온갖 혜택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종편 시청률은 선동렬 방어율보다 낮게 나왔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조사한 12월1~7일 개국 1주일 동안의 종편 평균 시청률은 0.3%(JTBC 0.573%, MBN 0.336%, 채널A 0.329%, TV조선 0.315%(전국가구, 지상파 집계 기준)) 내외로, 지상파 평균 시청률인 5~7%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tvN이나 OCN과 같은 기존 케이블TV 채널(0.5% 내외)보다도 낮았고 YTN이나 EBS(1% 내외)에는 훨씬 못 미쳤다. 그나마 전반적인 시청률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른바 ‘개국발’이 떨어지면서 시청률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종편 4사가 12월1일 개국했지만 시청률은 일반 케이블TV 시청률 정도다. 지상파 수준의 제작비를 쓰는 것을 감안하면 시청률이 미미했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기관인 TNmS가 조사한 지난 12월1∼6일 시청률 역시 모두 0.5%를 밑돌았다. JTBC 0.43%, TV조선 0.39%, MBN 0.35%, 채널A 0.3%였다. 심지어 시청률 0%를 기록한 곳도 있었다(전국 가구, 06시~25시). 12월5일 MBN이 새벽 1시59분에 방송한 (교통안전 리얼여행 드라이빙노트)는 시청률 0.000%(AGB닐슨)였다. 

케이블TV에서 일하다 종편사로 옮긴 한 편성 관계자는 “종편으로 옮긴 지상파 출신 간부나 일선 PD 중 몇몇은 시청률에 쇼크사할지도 모른다. 소수점 아래 셋째 자리까지 표시된 시청률을 들여다보면서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라고 말했다. 

시청률이 생각보다 낮게 나오자 종편사들은 태도를 바꾸었다. 종편사들은 개국 전까지 자신들의 경쟁자는 기존 케이블TV가 아니라 지상파 채널이라고 공헌했다. 지상파 수준의 제작비, 혹은 그 이상을 들여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며 광고주들에게 지상파 70% 수준의 광고비를 요구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즉 시청률이 형편없이 나오면서 이제 모든 기준은 다른 케이블TV 채널이 되었다. ‘케이블TV치고는’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기 시작했다. 12월5일 (중앙일보)는 “평균 시청률이 0.3∼0.4%인 케이블 방송에서 시청률 1%를 넘으면 ‘성공’, 2%를 넘기면 ‘대박’으로 인정받는다”라고 보도했다. 지상파의 독점을 깨겠다는 ‘대망’에서 물러나 케이블TV ‘골목대장’을 자처한 것이다. 



3~4가구에 시청률 판도 바뀌어

도토리 키재기 식 경쟁을 하고 있는 종편사들은 시청률 0.1%를 놓고도 다투는 중이다. 그런데 시청률 조사를 하는 AGB닐슨과 TNmS의 시청률 조사 표본은 각각 3130가구와 3000가구이다. 시청률 0.3%라면 3000여 가구 중 평균 10가구 정도가 종편 중 한 곳을 시청한다는 얘기인 셈이다. TV조선의 한 편성 관계자는 “사실상 무의미한 시청률이다. 3~4가구가 종편사 채널을 틀어놓고 잠이라도 자면 시청률 판도가 바뀐다”라고 말했다.  

시청률이 형편없게 나오자 종편사들은 희한한 분석 방법을 동원해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다. 12월3일자 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한 관계자의 말을 빌려 ‘개국 첫 뉴스 시청률이 유료 방송 가입가구 기준 1.06%라는 것은 의미 있는 수치’라며 ‘지상파 시청률로 환산하면 13∼14%로 추산된다’라고 보도했다. 기사에 언급된 관계자는 과의 통화에서 “케이블TV와 지상파는 환경과 시청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 기자가 오버했다”라고 일축했다. 

여기서 종편사 시청률과 관련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AGB닐슨과 TNmS 등 시청률 집계기관이 시청률이 실제보다 ‘과다 계상’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를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케이블TV 시청률은 24시간 기준으로 산정된다. 그런데 지상파 시청률은 06~11시, 17~24시(휴일 06~25시)의 시청률만 산정된다. AGB닐슨의 경우, 종편사들도 지상파 시청률 기준을 적용받음으로써 0~06시, 11~17시 사이의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는 시청률 집계에서 빠진다. 이렇게 되면 시청률이 다른 케이블TV 채널보다 높게 계산되는데, 이 차이는 대략 25%에 이른다. 그러므로 종편사 채널 시청률과 기존 케이블TV 시청률을 비교하려면 종편사 시청률에서 20~30% 정도를 빼는 것이 합리적이다(TNmS는 06시~25시로 적용). 

이렇게 지상파와 케이블TV 사이에서 ‘박쥐 행각’을 벌이는 종편사를 시청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것은 종편사에게 중요한 지점이다. 종편 채널을 지상파에 준하는 방송사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신생 케이블TV로 받아들이느냐는 종편사 성공의 열쇠다. 전자일 경우 광고영업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종편사는 자신들이 지상파를 대체할 글로벌 미디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과는 후자였다. 이것은 시청자들의 시청행태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AGB닐슨의 시청률 자료를 보면 시청자들의 시청 총량에서 지상파 채널은 11월 한 달 평균 19.253%를 기록하던 것이 종편 개국 후 1주일 평균 19.024%로 약 0.230% 감소했다. 반면 케이블TV 채널은 11월 한 달 평균 13.404%를 기록하던 것이 종편 개국 후 1주일 평균 12.857%를 기록해 약 0.550% 감소했다. 이 기간에 종편은 1.3%를 기록했다. 

이 자료를 통해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종편사들의 전체 시청량은 지상파 전체 시청량의 7%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과 지상파 시청률 감소보다 케이블 채널 시청률 감소가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이것은 종편 채널이 지상파 대비 7% 정도의 광고 효과밖에 내지 못한다는 것과 시청자들의 지상파 우선 시청 패턴을 바꾸지 못하고 기존 케이블TV 시청자를 끌고 온 것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종편을 보는 시청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AGB닐슨의 시청률 조사 결과를 보면 종편의 시청자는 연령대가 높았다. 남자는 60대 이상이 주로 시청했고 여성 역시 40~60대로 중장년 연령층이었다. 연령층은 특히 TV조선이 높아서 남녀 모두 60대 이상이 주로 시청했다. 이렇게 특정 계층 중심으로 시청자 층이 형성된 것을 보면 종편은 지상파 채널처럼 종합 채널이 아니라 다른 케이블TV 채널처럼 타깃 시청자 층을 가지고 있는 채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종편사 채널의 시청률 조사 결과를 보면 또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특별히 황금 시간대가 형성되지 않고 시간대별 시청률 패턴이 일정하다는 것이다. 종편 시청률은 오전에는 조금 낮은 편이고 오후부터 증가하는데, 이때부터 늦은 밤까지 시청률 차이가 나지 않고 거의 일정하다. 단, 종편 중에는 유일하게 JTBC가 시트콤 방영 시간과 드라마 방영 시간대를 중심으로 프라임타임을 형성하고 있었다.  


망하지 않으려면 편성 줄일 수밖에

종편사 채널이 황금 시간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것은 종편사들이 지상파와의 프라임타임 시청률 싸움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종편사들의 광고 영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종편사들의 광고 단가는 프라임타임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이 단가가 적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라임타임을 형성하지 못한 것은 편성 전략의 실패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종편사들은 기존 케이블TV 채널의 편성보다는 지상파에 준하는 혹은 맞서는 편성을 했다. 지상파 편성을 거의 그대로 도입하거나 약간 시간대를 바꾼 ‘변형 맞배 편성’을 한 것이다. 이는 지상파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을 흔들어 종편 채널로 유입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JTBC 주철환 편성본부장은 이에 대해 “현재 적용된 지상파의 편성은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을 감안한 가장 과학적인 편성이라고 보고 이에 준하는 편성을 했다”라고 종편 개국 전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종편사들의 이런 편성 전략은 지상파 시청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함으로써 난관에 봉착했다. 특히 ‘개국발’이 사라지고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편성 기조 또한 흔들리기 시작했다. 케이블TV가 쓰는 전가의 보도인 ‘재방’ ‘삼방’ 카드를 벌써부터 꺼내든 것이다. TV조선의 한 관계자는 “JTBC 편성이 1주일 만에 흔들렸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재방·삼방을 남발하고 있다. 급한 불을 끄는 게 먼저라고 이해는 하지만 저렇게 하면 편성이 흔들린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종편 시청률이 현재의 시청률인 0.3%(지상파 집계 기준) 내외로 고착되면 어떻게 될까? 혹은 JTBC처럼 0.6%(지상파 집계 기준) 내외를 기록하면 어떻게 될까? 한 종편사 경영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제작비 규모로 0.3%대밖에 기록하지 못하면 1년 안에 망하고, 0.6%대밖에 기록하지 못하면 3년 안에 망한다. 계산이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종편 시작 전 한 언론사주가 “신문만 하면 천천히 망하고 방송을 하면 빨리 망한다”라고 한 예언이 들어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 다가온 것이다. 

현재 종편사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은 tvN이다. tvN의 평균 시청률은 0.5% 정도인데, 광고로 연간 7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시청률이 비슷한 JTBC도 이 정도의 광고 매출액을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제작비다. 보도국이 없고 조직이 슬림한 tvN은 이 정도의 광고 매출액으로도 수지를 맞출 수 있지만 대규모 보도국 인력을 보유하고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의 제작비율이 높은 JTBC는 1년에 1800억~2000억원 정도를 제작비로 쓴다(채널 설명회 때 이렇게 발표했다). 단순 수치상으로도 1000억원 이상 적자가 예상된다. JTBC가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1.5~2% 정도의 평균 시청률이 필요하다. 그래서 JTBC는 이 수치를 시청률 목표로 삼고 있다.  

이제 막 출발선을 벗어난 종편의 미래에 대해서 일주일간의 시청률만 보고 예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과 같은 시청률로는 미래가 어둡다는 것이다. 한 종편사 간부는 “현재와 같은 시청률이 계속 나온다면 종편은 다 망한다. 망하지 않으려면 편성을 줄인 ‘중편’이 되는 수밖에 없다”라고 단언했다.

ⓒ매일경제 제공 12월1일 종편 4사 공동 개국식에 정부 요인들이 두루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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