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민주당 등원, '전제 조건'은 어디로 갔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2-21일자 기사 '민주당 등원, '전제 조건'은 어디로 갔나?'를 퍼왔습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새 출발을 알린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이 선보인 첫 '업무'는 국회 등원이었다. 지난달 한미 FTA 비준안을 날치기를 당한 이후, 한나라당의 사과 등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던 민주당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별 다른 의견 없이 등원을 결정해버렸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정국과 함께,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교체하기로 약속받은 것이 등원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사망 정국과 관련해 '대승적 차원'에서 등원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애초 등원을 두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다수 의원들도 이번 등원 결정에 별다른 반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번 등원과 함께 비준안 날치기 무효화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와 함께 여야 원내대표단의 회담에서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폐기·유보·수정 등을 포함하는 '한미FTA 비준안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처리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 한나라당의 사과를 받은 것이라고 의미 부여를 했다. 

동시에 민주당은 최근 '조건부 등원'을 결정하면서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던 조항 중 론스타 국정조사를 제외하고, ▲'디도스 파문' 특검 도입 ▲ISD 재협상 ▲미디어렙법 제정 ▲정개특위 가동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 처리 ▲복지예산 증액 등을 약속받은 것은 "많은 양보를 얻어낸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민주당의 결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애초 등원 조건으로 내세웠던 한나라당과 박희태 국회의장의 날치기에 대한 사죄는 슬그머니 사라졌고, 대신 'ISD 폐기' 부분 역시 '재협상 촉구 결의안' 채택에 그쳤기 때문.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 행위다. 애초에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에 대한 문제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연계하는 건, '논리 비약'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여당과의 협상을 지속해왔던 김진표 원내대표의 행보에도 의구심이 이어진다. 김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와의 별 다른 논의 없이 홀로 등원을 결정해 논란을 불렀는데 그 이유가 자신은 물론,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확보를 위한 등원 요구를 대변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당 내에서도 "김정일 위원장 사망핑계로 등원한다는 건 한나라당을 살려주고 박근혜비대위 체면을 세워주는 꼴"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또 한나라당과 합의한 ISD 재협상 결의안 처리에 대해서도 지난 11일 전당대회에서 결정한 한미FTA 반대 당론과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원외 관계자는 "민심을 거스르고 야성을 잃은 민주당에 답답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도 "(오는 1월 1일에) 발효되게 놓아두고 재협상 촉구 결의안이 무슨 소용이냐"고 비판했다. 또 통합진보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민주당의 갈팡질팡하는 태도가 야권연대를 심대히 위협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전날 여야는 21일부터 모든 상임위를 정상 가동하기로 했으며 22일 본회의에 이어 29, 30일에는 새해 예산안과 민생법안,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선출안을 연계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박상희 기자ps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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