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30일 금요일

20대 뇌발달 우려하던 중앙, 한나라 26세 비대위원은 '안철수스럽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1-12-28일자 기사 '20대 뇌발달 우려하던 중앙, 한나라 26세 비대위원은 '안철수스럽다''를 퍼왔습니다.
젊은이도 껴줬는데, 한나라당 예쁘게 봐달라고 쓰던가


▲ 한나라당의 26세 비대위원 이준석 대표를 띄운 28일자 중앙일보 3면

지금, 박근혜 비대위의 얼굴은 ‘26세 청년기업인 이준석’이다. 28일자 조중동은 일제히 이준석의 부각에 주력했다. 인물을 중심으로 한 정치 보도가 낯선 풍경은 아니지만 이 청년의 화려한 부상은 10대들의 은어로 ‘갑톡튀’(갑자기 톡 튀어나오다)가 분명하다.
조선일보는 한나라당 비대위에 참석한 이준석 대표가 회의 중에 테블릿PC를 만지는 장면을 1면에 걸고 제목은 ‘26세, 한나라를 바꾸나’로 뽑았다. 3면을 털어 이준석 대표를 띄운 중앙일보는 제목을 ‘디도스 수사, 당 검증위원장 맡은 이준석’으로 뽑았다. 동아일보는 더 대담하게 갔다. 이준석을 안철수에 비유했다. 역시 4면을 털어 이준석을 띄우며 제목에 아예  “나와 안철수 엮는 건 억지”라고 갔다. 본인은 억지라는데 동아일보는 엮고 싶은 뉘앙스가 역력하다.
조중동이 이준석 대표에 반색하는 걸 나무랄 생각은 없다.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위기를 수습한다며 꾸린 비대위에서 사회 경험이 일천한 26세 청년을 앞세우는 행태로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엄숙주의와 연령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정치 현실에서 어찌되었건 젊은 세대가 중앙 무대에 진출하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다. 설령, 누군가 실패하고 이용만 당한다 하더라도 그런 시도들이 쌓이고 쌓일 때, 한국 정치는 보다 활력 있고 젊어질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구조로 인한 실패가 필연적이라도 자꾸 도전해야 한다. 더욱이 한나라당이라면 말이다. 그 동안 한나라당은 젊은 층과의 소통에서 차라리 질식에 가까운 외면을 당해왔다. 트위터 10만 양병설이네 어쩌네 하며 번지수 잘 못 찾았던 대책에 비해 이준석 비대위원의 등장은 훨씬 신선하고 효과적인 전략이다. 이렇듯 간만에 찾아온 뉴비(newbie)이니 만큼 조중동이 호들갑을 떠는 모습 역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좀 낯 뜨겁긴 하지만 20대의 한나라당 참여 의미를 거듭 강조하며, 그에게 정치적 결정권까지 부여한 한나라당의 시도를 마르고 닳도록 격려해 쇄신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한나라당 이미지 개선에 복무한다해도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는 문제다.


▲ 김정은 체제를 두고 '20대는 뇌발달이 덜 돼 위험하다'고 힐난한 26일자 중앙일보 6면.
그런데 말이다. 딱 이틀 전으로 돌아가 보자. 26일자 중앙일보 6면에는 ‘20대는 여전히 뇌 발달 중 나라를 통치하는 건 위험’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중앙일보는 미국의 신경과학자 샘 왕 교수의 발언을 빌어 “20대는 여전히 뇌가 발달 중인 단계에 있는 나이로, 권력을 쥐고 한 나라를 통치하는 것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인용한 이 기사는 “20대는 충동을 물리치고 길게 내다보는 능력이 원천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 (중략) 젊은 사람들의 경우 복잡한 결정을 다룰 만한 경험과 기술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앙일보의 28일자 이준석 관련 기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들에게선 왠지 ‘안철수스러움’이 풍긴다. 사회적 책임, 사회공헌, 벤처 그리고 기성 정치에 때 묻지 않은 모습이 그렇다. 특히 서울과학고와 하버드대 출신의 청년 벤처 사업가라는 화려한 ‘스펙’을 지닌 ‘1985년생 비대위원’은 한나라당의 최대 화제였다” 따듯하기가 더할 나위 없고, 믿음직스럽기 그지없단 메시지가 분명하다.
중앙일보 기자는 이준석 대표에게 “한나라당의 총선 승리 가능성”을 물으며 “정치권에 생각이 있느냐”고 거들었다. 사실상 정치를 하란 얘기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등장한 20대를 대하는 보수 언론의 시선은 이처럼 천지차이다. 한 쪽을 향해선 20대는 뇌 발달에 문제가 있어 정치를 하면 위험하다면서 또 다른 쪽은 차기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안철수에 견주고 있다.
이 극단적 어긋남을 뭐라고 해야 할까? 보수는 공산당이 싫어요. 아니면 20대에 대한 보수의 강박이 빚은 정신 분열증? 아니면 그냥 한나라당 좀 예쁘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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