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6일 월요일

[사설] 올림픽 활강경기장, 가리왕산만 고집할 일 아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25일자 사설 '[사설] 올림픽 활강경기장, 가리왕산만 고집할 일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강원도가 2018년 겨울올림픽 활강경기 장소로 정한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은 한반도 남쪽의 대표적인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이다. 스키 슬로프를 건설할 경우 조선시대부터 국가보호림으로 지켜온 원시림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리왕산만이 국제경기를 치를 지형 조건을 충족한다는 강원도 쪽 주장과 달리, 멀지 않은 곳에 다른 터가 있을 수 있음이 밝혀졌다.
와 시민단체인 녹색연합이 밝혀낸 결과를 보면, 강원도청은 경기장 예정지를 선정할 때 담당 공무원 수준에서 영동고속도로 주변을 살핀 게 고작이라고 한다. 그것도 사무실에서 지도를 분석하고 몇군데 현장을 답사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이를 위해선 전문 연구기관에 맡겨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입지조사를 해야 옳았다. 스키장을 어디에 만드느냐에 따라서 영원히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자연파괴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원도청은 2001년 첫 신청 때부터 이번까지 모두 세 차례나 올림픽 유치 작업을 벌이면서도 열린 자세는커녕 ‘가리왕산 외에 대안 없음’만을 외쳐왔다. 공무원들의 경직된 자세와 무신경이 놀라울 정도다.
마침 녹색연합은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과 정선군 고한읍 경계에 자리잡은 만항재~백운산 주능선 봉우리 일대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찾아냈다고 한다. 이곳은 표고차가 910m, 정상에서 마을까지 거리가 4㎞쯤이어서 국제경기 등급의 활강코스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이곳은 과거 광산을 개발했다가 지금은 대부분 폐광된 곳이다. 스키장을 만들 경우 자연을 훼손하는 게 아니라 폐광 지역 환경을 복원하고 관리하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치른 전북 무주 스키장도 여전히 대안으로 꼽는다.
가리왕산 스키장은 환경훼손 부담이 너무 크고 사후 이용 편의성도 떨어진다. 강원도는 지금이라도 열린 자세로 다양한 대안을 합리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때가 늦은 것도 아니다. 일본 나가노와 캐나다 밴쿠버 등도 올림픽 유치 뒤 환경문제가 발견되자 국제경기단체와 협의해 경기장 예정지를 바꿨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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