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사설]‘먹통 정보력’으로 북 급변사태 대응 가능한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20일자 사설 '[사설]‘먹통 정보력’으로 북 급변사태 대응 가능한가'를 퍼왔습니다.
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북한 관영매체가 공식 발표할 때까지 이틀 동안 전혀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과 김관진 국방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을 북한 발표 후에 알았다고 답변했다. 막대한 예산을 쓰는 정보당국이 북한 내부의 엄청난 급변사태를 51시간이 넘도록 까맣게 몰랐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먹통 국정원’이라는 비판이 괜한 말이 아니다. 

북한이 내부 사정을 매우 알기 어려운 폐쇄사회인 점은 분명하다. 온갖 정보수단을 가동해 북한을 감시하고 있는 미국도 이상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북한의 급변사태를 공식 발표 전까지 낌새조차 채지 못한 것은 납득이 안된다. 그 때문에 국군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자리를 비운 채 일본 방문에 나섰다. 국방부와 외교통상부 등 관계 부처들도 주말 동안 아무런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안보상의 중대한 허점을 노출했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이 특별방송을 예고한 뒤에도 정보 당국이 이를 김 위원장의 사망발표와 연결해 분석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탈북자 출신으로 구성된 민간단체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와 양상이 비슷하다며 김 위원장의 사망 발표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보 수집은 고사하고 분석조차 민간단체보다 못한 것이다. 사실 대북 정보에 대한 취약성은 진작부터 우려돼온 바다. 원 국정원장 등 비전문가가 정보 기관의 주요 위치에 포진한 데다 북한 관련 정보가 허술하게 다뤄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2008년 여름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칫솔질을 할 수 있는 정도”라는 등의 공개되지 말아야 할 첩보 수준의 정보가 쏟아져 나온 게 대표적인 예다. 어떤 게 진짜 정보 당국의 능력인지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의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다. 북한 내부의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북 정보 수집과 분석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첨단 기술에 의한 정보수집은 미국과의 공조로 해결한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특장이 있는 인적 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지금은 정보 능력이 곧 안보의 핵심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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