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론스타 '먹튀', 금융 민주화 내팽개친 '모피아 왕국'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1일자 기사 '론스타 '먹튀', 금융 민주화 내팽개친 '모피아 왕국''을 퍼왔습니다.
[우석훈 칼럼] 외환은행, 아직도 국민주 방식은 가능하다

금융위원회는 론스타 문제와 관련하여 산업자본의 성격규명에 대한 자기 업무를 방기하고, 이미 이미 유죄로 확정판결된 사안에 관해서 '6개월 내 매각'이라는 단순 매각 명령을 내렸다.

금융당국은 2004년 KCC에 대해서, 2008년 DM 파트너스에 대해서 '징벌적 매각 명령'을 이미 내린 적이 있다. 전례에 비추어 처리하거나, 아니면 애초에 외환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인지 여부를 가리기만 하면 되는 상황인데, 금융위원회는 오로지 하나금융의 김승유 회장만을 고려해서 모든제도를 해석하였다.

어떻게 사태를 놓고 해석해도, 대통령의 친구에게 혜택을 주겠다, 이 한 문장 외에는 달리 해석이 되지가 않는다. 정치를 뛰어넘는 경제가 있기가 어렵고, 금융은 거기에 또 하나의 하부 장치이기는 하지만, 대통령 친구를 위해서 모든 국가 금융장치를 남용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치욕적인 사건이다. 게다가 금융관료들이 전문성의 틀 내에서 '모피아의 왕국'을 만들고 있어서, 아무리 사회가 민주화되어도 '금융 민주화'의 길은 여전히 멀다는 항간의 얘기들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민주당 등 야당의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내린 판단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들여다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해석이 애매한 금융위원회의 판단에 대해서는 외환은행 노조의 원인무효와 관련된 소송이 진행될 것이니, 이 사건은 다시 법원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다만 이제는 지금까지는 론스타가 피고였으나, 이제부터는 여차직하면 금융위원회의 위원들과 관련된 공무원들이 여차하면 피고석에 앉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자, 이런 국정조사와 법원의 논란은 그거라 치고, 과연 외환은행은 어떻게 푸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이런 문제들을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듯 싶다.

이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쟁점이 있다.

첫째는, 강만수 전 장관이 오랫동안 신념으로 가지고 있고, 많은 모피아와 삼성 계열 경제인들이 금과옥조처럼 외쳤던 '메가 뱅크'가 과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한 전략인가에 대한 검토의 문제이다. 투자은행(IB : Investment Bank)이 과연한국 금융의 장기적 전략으로 의미가 있는 것인가, 그런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산업은행에서 농협에 이르는, 지금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일련의 민영화와 대형화 전략이 바로메가뱅크라는 그림 하에서 진행되는 일이다. 이게 과연 현 시점에서 옳은가, 여기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금융 공공성'에 대한 논의 특히 외환과 관련된 업무를 공공의 영역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제한적이라도 공공의 영역에 둘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민영화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면서 정부 지분을 넘기고, 민간 부분에 맡기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지만 전력, 가스, 물, 이런 기본적인 부문에 대해서 가격 안정과 공급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새로운 시각이 점점 커지는 중이다. 외환 관리도 이런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한국 경제가 지금까지 오면서 군인들이 밀실에서 결정하던 순간도 있었고, 문민정부가 들어왔지만 결국은 관료들과 대통령 측근들이 다 알아서 몰래 결정하던 순간도 있었다. 제도상으로 마지막에 결정하는 기관들이 있지만, 그 기본은 국민적 논의와 합의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우리는 경제 민주화라는 점에서, 아직 충분히 사회적 논의를 하기에 성숙되지는 않았고, 그 중에서도 금융은 아직도 지나치게 금융관료들의 손에 너무 많이 장악되어 있다. 금융에 대한 논의에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부 금융관료들이 이 모든 것에 대한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인 시대 착오적이다.

론스타를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범죄집단으로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만약 금융위원회에서 상식적으로 제도를 집행해서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렸다면 일은 훨씬 더 순리적으로 풀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주 방식이라는, 정부와 기업 사이의 중간적 소유형태라는 것이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금 인천공항 민영화를 위해서 동원하는 방식이 바로 이것 아닌가? 국민들도 참여하고, 다른 금융기관들이 조금씩 참여해서 분산시켜서 필요한 지분을 인수하면, 지금 성급하게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넘겨주는 것보다는 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민영화는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지금 세계적 금융위기가 여전히 유로존의 위기와 함께 일촉즉발인 지금, 론스타의 주식을 하나금융에 독점적으로 넘겨서 불투명한 메가뱅크를 새롭게 만들 이유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 당장이라도 인천공항에는 국민주 방식이 가능한데, 외환은행에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우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제일 나쁜 경우는, 양쪽 은행이 모두 부실해지는 경우이다. 뭐라고 포장을 해도, 하나금융으로 외환은행을 넘기는 것은 대통령 친구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서 만들어낸 정치적 결정 아닌가? 중소기업이나 소매업 등 다른 분야에서는 조금씩 경제 정의에 대한 얘기가 한국에서도 진행되기 시작하는데, 유독 금융 분야에서는 여전히 밀실행정과 관료 독재가 강하다. 그리고 그 재정적 부실 등 예상가능한 손실은 결국 국민들의 몫으로 떨어지는 것 아닌가?

현재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나는 외환은행을 국민주 방식으로 전환해서 독자회생의 길을 모색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논의를 전혀 해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가 시간이 없지는 않다. 금융위원회의 결정 사항 그대로라도 6개월 동안, 도대체 어떤 방안이 한국 경제에 최적의 대안이 될지, 모색해볼 시간을 여전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외환은행 문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살아야 할 미래가 또 있다. 그걸 사회적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지금 처리해야 할 이유는 없다. 지금이라도 순리대로 문제를 풀 수 있다. 한국의 헌법 구조상, 금융당국이 국민의 위에 군림하는 상급기관은 아니다


▲ ⓒ연합뉴스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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