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8일 금요일

[사설]FTA 비준 강행 방침은 대국민 선전포고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17일자 사설 '[사설]FTA 비준 강행 방침은 대국민 선전포고다'를 퍼왔습니다.
한나라당이 어제 오후 개최한 의원 총회는 사실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를 강행하기 위한 출정식 같았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총회에서 “해 달라는 것은 다 해줬다”면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전의를 다졌다. 협상파 목소리가 있었지만 강경론에 묻혔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자당 의원 중 협상파들을 교체했다. FTA의 독소요소를 제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강행 처리에만 매달리고 있는 한나라당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약속한 FTA ‘발효 후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재협의’와 민주당의 거부를 강행 처리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한나라당이 사안의 본질을 외면하고 그동안 명분 쌓기에만 골몰해왔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대통령의 재협의 약속과 민주당의 거부가 어떻게 강행 처리의 이유가 될 수 있는가. 심지어 한나라당은 야당인 민주당의 ‘양국 장관급 이상 서면합의서 요구’를 대통령에 대한 결례라고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의 요구내용도 이상하지만 한나라당의 태도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한·미 FTA가 나라 전체에 미칠 후폭풍과 부작용은 외면한 채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따지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 대통령의 ISD 재협의 약속은 역설적으로 현재 한·미가 합의한 FTA 내용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발효 이전에 이를 바로잡는 것이 순리다. 지금 이해가 상충하는 조항을 손보지 못하면서 나중에 손보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더욱이 한 번 발효된 조항을 개정하려면 미국 정부와의 합의에 이어 미국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노무현 정부 때 한·미가 합의한 FTA를 수정시켰던 미 의회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항을 고치는 데 응할 리 없다. 미 행정부의 ‘ISD 논의 가능’ 언급은 그야말로 실효성 없는 립 서비스일 뿐이다. 문제 있는 내용을 일단 발효부터 시키고 나중에 협의하자는 정부의 설명은 고치지 않겠다는 얘기와 똑같다. 
한나라당은 어제 의총에서 비준안 처리 시점과 방법을 지도부에 일임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의 예상은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24일이다. 국가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FTA를 밀어붙이려는 한나라당의 오만에 할 말을 잃는다. 한나라당은 최근 조기 비준 필요성의 근거로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를 거론하면서 ‘선점론’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가입은 내부 반발로 진통이 불가피하며, TPP 자체도 협상국가들의 이해 차이를 언제 현실화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이 TPP를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견강부회다. 한나라당의 FTA 강행 처리 방침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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